
최근 기자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경호했던 네 명의 전직 경호관을 만나봤다. 경찰 출신인 이들은 재직 당시 경찰청 소속으로 대통령경호실에 파견돼 경호업무를 지원했다. 그들에게 “아랫사람을 각별히 존중하고 신뢰한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약속이나 한 듯 “전두환 대통령”이라고 대답했다. 태권도 국가대표선수 출신으로 대통령경호실에 근무했다는 K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스타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번은 전 대통령이 산책을 하다가 ‘저 나무가 무슨 나무냐’고 질문했어요. 경호원이 ‘전나무입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수행하던 장관이 ‘아닙니다. 저건 낙엽송입니다’라고 고쳐 말했죠. 그 러자 전 대통령은 ‘경호원이 다 파악해서 보고하기 때문에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 알아보라’고 장관을 나무랐어요. 경호원이 얼떨결에 대답하고는 나중에 확인해보니 낙엽송이 맞았어요. 그래서 대통령에게 ‘장관님의 대답대로 낙엽송이 맞다’고 다시 보고했어요. 전 대통령은 경호원 말을 듣고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낙엽송이 맞다고 경호원이 다시 보고했다’고 전했어요. 경호원이 대답을 잘못했지만 무안을 주지 않았습니다.”
“팬티도 다려 입어라”
대통령경호실은 3공화국 출범 직후인 1963년 12월 정부 독립조직으로 창설돼 청와대 외곽경비와 내곽경비, 경호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청와대 외곽경비는 서울경찰청 산하 202경비대가, 내곽경비는 군 55경비대와 서울경찰청 소속 101경비단이, 대통령경호실 소속 경호원들이 대통령 경호안전을 책임지며 22경찰경호대가 외부 행사 경호를 지원한다.
대통령경호실은 혁신기획실·감사관·행정본부·경호본부·안전본부로 편성돼 있는데, 차관급인 경호실장 아래 경호차장(차관보,1급), 처장·부장·과장(1급~4급), 일반 직원(5~7급)이 근무한다. 경호실에는 자체적으로 선발한 경호요원 외에 현직 군인과 경찰이 파견돼 있다. 대통령 영부인 경호는 여경의 지원을 받는다.
경찰관으로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에서 근무했다는 전직 경호원 L씨는 “경호실 분위기가 ‘문민정부’ 이후 확 달라졌다”고 들려줬다.
“노태우 대통령 때만 해도 전문 경호인력을 자체적으로 채용했어요. 무술 유단자인 ROTC 장교 출신, 유도대학(현 용인대) 출신 유단자가 주로 채용됐어요. 5공 때는 직원이 600명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른바 ‘대통령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경호원의 질이 떨어지고 분위기가 나빠진 원인이 됐어요. 이전까지 경호실 사람들은 정권과 관계없이 일해왔는데 그들은 달랐거든요.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나가야 하니까 사명감이 결여돼 있었어요.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경호원으로 들어와 청탁 잡음 같은 걸 일으켰죠.”
전직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대통령경호원만큼은 무도(武道) 실력자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호원이) 정권 따라 바뀌면 매너리즘에 빠져요. 문민정부 이후 경호실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여유로워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호실다움’을 잃어버렸어요. 정치권에서 마구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기강이 무너진 거죠. 김대중 대통령 때 가장 심했습니다. 이제는 경호원이 일반 청와대 직원처럼 행정관료가 돼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