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의 미 국방부 건물.
‘신동아’의 취재에 대해 당시 주한미군사령부는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급받은 돈에서는 이자가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며, “돈을 맡겨놓은 금융기관이 어떤 분야에서 자금을 운용해 얼마나 수익을 얻었는지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 국방부도 ‘신동아’ 보도에 따른 기자들의 해명요청에 같은 취지로 설명하면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주한미군측이 ‘이자를 지급받지 않는다’고 밝힌 수천억원의 예금을 맡아둔 금융회사들은 이를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신동아’는 추가취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주한미군사의 해명이나 “문제가 없다”는 한국 국방부의 설명은 거짓이었음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주한미군이 맡겨놓은 방위비 분담금은 재(再)예금을 거쳐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2006년 한 해에만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은 매년 9월 결산을 통해 전액 미국 국방부로 입금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쉽게 말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이자가 결과적으로 주일미군 운영이나 이라크전에 쓰일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이 이자에서는 한국 정부에 납부돼야 할 세금이 한 푼도 징수되지 않고 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는 주한미군 관련 회사들에 대한 면세(免稅)조항이 있지만, 같은 조항에서 ‘투자행위’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자를 받기 위해 재예금된 경우에는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옳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돈 세탁에 가까운 재예금 구조는 의도적인 탈세(脫稅)에 해당한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지금부터 그 내용을 차근차근 따라가보자.
전세계 이익의 70%가 한국에서
전세계에서 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 국방부는 그 운용의 편의를 위해 영내에 ‘커뮤니티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보통 미국의 민간 시중은행이 미 국방부와 위탁계약을 맺어 수수료를 받고 운영하는데, 마케팅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주한미군이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 맡겨놓은 금융기관도 이 영내 커뮤니티뱅크다. 2002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 중 상당부분이 사용되지 않고 쌓이면서 2006년 말 현재 7000억원이 넘는 규모가 됐다.
커뮤니티뱅크는 미국 국내법에 따라 이 계좌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미국 국내법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이자수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한미군사측의 설명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주한미군사는 한국 국방부에 분기별로 전달하는 관리명세서에도 이 부분까지만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커뮤니티뱅크는 이 돈을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서울지점에 원화 양도성예금증서(NCD) 형태로 다시 예금하고 있다(2006년 4분기 현재 6500억원 안팎. 나머지는 국내 은행에 맡겨져 있다). 문제는 BOA 서울지점은 이 자금에 대해 연 4.3~4.5% 수준의 정기예금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