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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투입된 예술인회관 ‘증발’ 논란

‘헛발질’ 예총은 수백억대 부동산 수익

공적자금 투입된 예술인회관 ‘증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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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총은 이 후원금을 공사비로 쓸 계획이었다고 했다. 예총이 부담해야 할 자체 마련자금을 채우기 위해 건설사에 손을 벌린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관광부는 국고 5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며 이를 승인했다. 그런데 알포메는 사업자 선정 신청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금도시개발이 알포메의 이름을 끼워 넣은 것이다. 주금도시개발은 자본금 1억원의 작은 회사로 예술인회관 같은 수백억대 공사를 수주할 자격이 없었다. 이런 회사가 40억원의 기부금을 내면서 공사를 하겠다고 한 것인데, 예총도 문화관광부도 이를 검증하지 않았다. 문화관광부는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부랴부랴 사업자 선정을 취소했다.

예총은 2006년에도 정부의 공사 재개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보미건설을 사업자로 선정해 공사를 진행하려 했다. 문화부는 변경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재개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미건설은 예총과의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며 시공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예총은 문화관광부의 불허로 계약이 무효가 됐다고 이를 반박한다. 또다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여지를 남긴 것이다. 예총은 지금까지 예술인회관과 관련해 10건이 넘는 법정소송에 얽혀 있고, 변호사 수임료 등 이와 관련해 지출한 비용이 지난해에만 10억원이 넘었다.

땅값 폭등으로 자산 불어나

한편 문화관광부는 지난 2월 예총이 변경한 사업계획에 대해 사업 수익성이 있는지를 분석해달라고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의뢰했다.

1994년 12월 예총은 예술인회관을 짓겠다며 서울시 소유의 양천구 목동 땅 1324평을 105억원에 매입키로 계약했다. 예총은 이듬해 4월, ‘예술인회관이 신축될 때까지 무상 사용’을 조건으로 동숭동 예총회관을 문예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부채납한다. 당시 예총회관 감정가는 65억원. 그러고는 예술인회관 부지 매입비용 105억원을 문예진흥기금으로 지원받았다. 65억원짜리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40억원을 더 얹어 받은 것이다.



예총은 쌍용건설이 예술인회관 공사를 포기한 후 수차례 시공사를 바꾸는 과정에서 추가 설계비, 추가 감리비, 각종 소송비용 등으로 수십억원의 ‘헛돈’을 썼지만, 뜻밖의 커다란 수익을 올렸다. 공사가 진척을 보지 못하는 사이에 목동 땅값이 폭등한 것. 2006년 1월 현재 목동 예술인회관 부지의 공시지가는 평당 3000만원으로 전체로는 400억원에 달한다. 인근 부동산 중개인들에 따르면 요즘 시세는 평당 4000만~4500만원이라고 한다. 땅값만 530억~6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현재 건물값으로만 150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고, 추가 공사비를 들여 완공하면 건물값을 700억원 정도 받을 수 있어 총 1300억원의 자산가치가 있다. 예총이 작성한 문서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예총의 부동산 자산은 1985년 6억원, 1995년엔 65억원, 지금은 땅값만 600억원 가까이 되니 10년간 10배, 20년간 100배로 불어난 셈이다.

하지만 예총은 예술인회관을 지을 돈이 없다. 자체적으로 돈을 마련할 수도 없고 정부의 돈을 끌어올 수도 없다. 해결할 방법은 네 가지뿐이다.

첫째, 시공사에서 자기 돈을 들여 건물을 짓고 임대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회수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받아들인 건설사는 보미건설뿐이다. 지난해 시공사 선정 당시 최종 후보에 오른 건설사 네 곳을 대상으로 예총은 ‘예술인회관을 담보로 설정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문화관광부가 허가하지 않을 경우에도 책임지고 지어줄 수 있는가’를 묻자 보미건설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보미건설은 다른 업체보다 공사비를 높게 책정했음에도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런데 정작 예총과 보미건설이 체결한 계약서엔 회관 부지를 담보로 설정해야만 공사를 진행한다고 돼 있다.

둘째 방법은 국고를 투자해 완공하는 것이다. 천영세 의원 등 몇몇 국회의원과 일부 문화예술단체가 제안한 방안이다. 하지만 문화관광부나 예총은 이에 회의적이다. 이미 올해 예산 편성이 끝났기 때문에 국고 편성은 내년에나 가능한데, 만일 이를 추진하다 내년 예산계수 조정에서 공사비 책정이 무산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셋째 방법은 지금의 건물과 땅을 팔고 그 돈으로 수원 등 인근 도시에 비슷한 규모의 건물을 사는 것이다. 이는 문화관광부의 요청을 받아 예술인회관 사업타당성을 분석한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내놓은 대안이다. 예총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산정한 예술인회관 자산가치는 약 500억원. 여기서 공적자금 165억원을 회수하고 밀린 공사비, 양도세 등을 내고 나면 100억~200억원밖에 남지 않아 손해라는 것이다. 예총 김종헌 사무총장은 “실무자들 처지에선 그렇게라도 할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성림 회장으로서는 땅을 팔고 국고로 환수당하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인에게 평생 원망을 듣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문화관광부 서광철 사무관은 “예술인회관은 그 구조가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일반 사무용 오피스텔에 가깝기 때문에 파는 게 낫다고 본다. 하지만 매각 여부는 재산권을 가진 예총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넷째 방법은 예술인회관을 담보로 돈을 빌려 공사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문화관광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2004년 문화관광부는 그 승인 여부를 검토한 끝에 불허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업에 사권(근저당)을 설정해줬다가 경매 등으로 넘어가 공적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총은 지난해 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열어 사권을 설정하는 데 장관 승인이 필요하지 않도록 정관을 개정했지만, 정관 개정 역시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서광철 사무관은 예총에서 정관 개정 승인을 요청하는 정식 문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예총이 낸 자기부담금이 3000만원에 불과하다. 자기 할 일은 안 하면서 융자를 얻을 수 있게 사권 설정을 승인해달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술인회관이 전체 문화예술인의 공간이 되지 못한 마당에 우리가 은행대출까지 받게 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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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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