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력자, 쿼터로 뽑지만 40대 이상은 난망”
“장학금 ‘화수분’ 아니다…등록금 인상 불가피”

로스쿨 비대위 소속 법대 교수들이 2월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선정을 재심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적어도 겉모양으로는 로스쿨 선정의 으뜸 기준이던 지역 안배를 의식한 흔적이 엿보인다. 총 정원만 봐도 그렇다. 모두 2000명인데, 서울권에 1140명, 지방권에 860명이 할당됐다. 탈락한 대학들은 신문 광고와 항의 시위, 소송 제기 등으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선정과정에 외압과 불법이 있었다며 재선정 혹은 추가 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로스쿨 시행법이 대학과 법조계, 변호사계, 시민사회단체 중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었던 까닭이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각계의 공방 속에, 법조인 문턱을 낮추고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를 양산한다는 로스쿨 도입의 근본 취지는 변질 혹은 수정됐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청와대의 뜻이 가장 강력한 기준이 돼버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월4일 로스쿨 예비인가 25개 대학을 확정 발표하면서 탈락한 대학의 추후 구제 가능성을 암시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오는 9월 본(本)인가 때 총 정원이 늘어날 경우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총 정원의 증가는 곧 로스쿨의 추가 선정을 뜻한다.
하지만 경남권 소재 대학의 탈락을 못마땅히 여긴 청와대의 재심 압력에 부총리 사퇴로 맞선 교육부의 ‘소신’에 비춰 기본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한두 개 대학이 추가로 선정되는 등 약간의 변수야 있겠지만. 정치적 잣대가 공개적으로 개입되거나 선정 결과를 뒤집을 경우 지금보다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실제로 로스쿨을 운영하는 주체, 즉 대학에 맞춰지고 있다. 구체적인 전형기준이 뭔가. 대학이 원하는 로스쿨 지망생의 자질은 무엇인가. 어떤 교수가 어떤 교육 프로그램으로 가르칠 것인가. 대학이 목표로 삼는 로스쿨 졸업생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로스쿨이 배출하는 변호사의 경쟁력은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와 비교해 어떨까.
교육부가 자세한 심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로스쿨 신청 대학들의 점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선정된 대학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역 할당과 더불어 사시 합격자 수가 주요 기준이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전자가 정치논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시 합격자 수가 선정 및 정원 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들의 서열이 대체로 사시합격자 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대학발전기금 이자로 교수 급여
로스쿨 선정에 즈음해 사시 합격자 수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른바 SKY 대학의 법과대 학장을 인터뷰했다. 법조인 배출을 사실상 좌우해온 세 대학의 로스쿨 운영방침이 로스쿨의 비전과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라는 판단에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2002~2006년)간 세 대학이 배출한 사시 합격자 수(3065명)는 전체 합격자 수(4908명)의 절반이 넘는다(62.5%). 연평균 합격자 수를 살펴보면 서울대가 337명, 고려대가 166명, 연세대가 109명이다.
이번에 세 대학에 배정된 로스쿨 정원은 서울대가 150명, 고려대·연세대가 각 120명이다. 세 대학의 법과대 학장들은 인터뷰에서 입학 전형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로스쿨 유치에 따른 고민도 털어놓았다. 특히 로스쿨 변호사의 경쟁력과 비전에 대한 얘기가 흥미로웠다. 세 학장의 일치된 결론은 로스쿨은 로또가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