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족이 한국 윤락업소에 나타난 때는 1990년대 후반. 한강변에 늘어선 전원카페 식당에서 술시중을 들었다. 불법체류자 단속을 일시 중단한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부터 몸 파는 조선족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조선족 전문 보도방 알선으로 시·군 티켓다방과 노래방에서 웃음을 팔았다.
“여긴, 다 조선족이야”
밤이 무르익자, 통북동 매춘거리가 휘청거린다. 불야성(不夜城)이 골목을 술 취한 듯 보이게 한다. 촌스러운 간판이 ‘덩치 다툼’하면서 빨강 주황 노랑의 ‘원색 불빛’을 내뿜는다. 주민 김만성(62)씨가 혀를 찬다.
“경찰도 소용없어. 처음엔 지구대서 세무서 가는 길에만 있었는데, 지금은 주택가까지 침범했어.”
매음굴은, 1970~80년대식 2층 양옥이 늘어선 주택가 골목으로까지 세를 넓혔다. 불법체류자가 출국한 뒤 1년 후 재입국하면 3년간 체류를 허용하는 정책을 2005년 도입하면서 한국 거주 조선족이 증가했다. 체류 조건이 완화하면서 중소도시에 한국계 중국인 매춘부도 늘었다.
지금, 이 골목 매춘업소는 100곳에 달한다. 업소들은 현관문을 열어놓은 대신 내부를 보지 못하게끔 가리개를 걸었다. 가게마다 업소 주인 휴대전화 번호를 유리창에 적어놓았다. 부재할 때 연락처다.
초저녁부터 술을 마신 듯 보이는 남자들이 가리개를 걷고 거리로 나온다. 벌어진 틈으로 여자들이 보인다. 길까지 배웅 나와 남자의 볼에 입을 맞춘다. 취객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평택지구대 쪽으로 걸어간다.
나는, 일행과 함께 ○○이란 간판을 내건 업소에 들어갔다. 가리개를 걷자 벨소리가 울린다. 후덕한 인상을 가진 ‘50대 아주머니’가 눈을 비비면서 객을 맞았다.
▼ 여긴, 뭐 하는 데예요?
“뭘 하긴, 뭘 해요. 술 마시고, 연애하는 데지.”
▼ 조선족 아가씨도 있어요?
“여긴, 다 조선족이야. 말 통하지, 착하지, 순진하지, 예쁘지.”
▼ 술값은 어떻게 해요?
“맥주를 짝으로 시켜야 해. 한 짝에 15만원. 아가씨 팁은 3만원씩.”
▼ 장사는 잘돼요?
“원래 맥주 한 짝에 20만원씩 받았어. 쌍용차 월급날엔 손님이 줄을 서 기다렸어. 쌍용차가 저렇게 되는 바람에….”
윤락업소 매출은 경기의 잣대다. 평택을 ‘먹여 살리는’ 쌍용차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이 61% 감소했고, 293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파업이 끝나고 여건이 개선되면서 매춘거리에도 온기가 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美花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