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유치원’.
옆에 있던 어린이 : 선생님. 여자친구 이름 미진이 아니에요?
선생님 : 투(two)~투(two). 투(two), 투(two), 투(two)~. 다른 말로 세컨드(second). 어때요? 숫자 2 확실하게 배웠죠?
“국회의원 어렵지 않아요~”
KBS 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유치원’ 편이 방영되고 있었다. 무심코 시청하다 크크 웃음이 나왔다. ‘듣던 대로 범상치 않네’라는 느낌도 들었다. 이어 일수꾼 선생님(최효종 분)이 장래희망 국회의원이 되는 법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친다.
“어린이 여러분. 국회의원이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 아주 쉬워요.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국회의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판사가 되면 돼요. 이렇게 판사가 된 여러분은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돼요.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 너무 쉽죠? 선거유세 때 평소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던 국밥을 한번에 먹으면 돼요. 공약을 이야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놓아준다던가 지하철역을 개통해준다던가. 어~ 현실이 너무 어렵다고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돼요. 또 상대방 약점만 잡으면 되는데 과연 아내 이름으로 땅은 투기하지 않았는지, 세금은 잘 내고 있는지. 무조건 하나는 걸리게 되어 있어요. 이렇게 해서 여러분, 이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가 있어요.”
청중이 박장대소하는 장면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다. 사실 공감이 가는 풍자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도 최근 “우리 당에 판·검사 출신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대통령부터 시장, 국회의원이 ‘동남권 신공항’ 등 장밋빛 공약 남발하고 당선 후 안 지키는 것도 일상이다. 우리 선거가 지독한 네거티브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일수꾼 선생님이 그러면 ‘행복한 결혼하는 법’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더 들어봤다.
“어린이 여러분, 결혼은 어렵지 않아요. 결혼은 믿음, 사랑 그리고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할 수 있는 돈만 있으면 돼요. 가입해서 내가 원하는 완벽한 상대를 만나는 거 어렵지 않아요. 등급에서 만점만 받으면 되는데 만점 받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우리 아버지가 공무원이다. 근데 장관 차관급 이상이다. 만점이에요. 우리 아버지는 회사원이다. 근데 대기업 임원 이상이다. 만점이에요. 우리 아버지는 은행원이다. 지점장급 이상이다. 만점이에요. 제1금융권만 돼요. 근데 우리 아버지는 회사를 안 다니시고 가게를 하신다고요? 가게를 하셔도 어머니 아버지 합쳐서 자산이 20억이 넘으면 만점이에요. 너무 쉽죠?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합쳐서 20억. 너무 검소하죠? 여러분, 결혼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게 결혼식장이에요. 호텔에서 결혼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여러분 친구 300명이 축의금 20만원씩만 내준다면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어요. 그런데 5만원 낸 친구들은 어떻게 하느냐고요? 5만원 낸 친구들은 식장에 와서 밥은 안 먹고 그냥 숨만 쉬다 가면 돼요.”
실제로 이럴까. 몇 년 전 ‘동아일보’가 결혼정보업체와 공동으로 조사해보니 상류층 자제는 상류층 자제와, 심지어 강남 거주자는 같은 강남 거주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왔다.
‘1대 99의 양극화 사회’ 풍자
풍자는 의미의 비약과 도치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시청자의 세계관을 터칭(tou-ching)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청하면서 ‘맞아. 요즘 세태가 저렇지’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개그가 성공하는 것이다.
시청자는 다양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중엔 양극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도 있다. 우리 국민 중 상당수는 우리 사회를 ‘1%와 99%로 양분된 사회’로 보고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과 ‘결혼’ 에피소드는 시청자의 이러한 세계관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웃음과 공감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즉, ‘집권여당 국회의원 되기’나 ‘완벽한 조건의 배우자와 결혼하기’가 상위 1%만의 특권이라는 점을 시청자의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게 조목조목 보여주고 있다. 이어 이를 ‘어렵지 않아요’라는 역설로 도치함으로써 재미를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