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범추위 위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뉴세븐원더스의 ‘잠정’ 7대 자연경관 발표를 듣고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12월 중순 현재 그런 흥분보다는 선정 주체인 뉴세븐원더스(N7W) 재단과 선정 뒤의 경제효과 등에 대한 의구심이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등 당사국만 ‘잠정 선정’ 자체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여타 나라에선 거의 관심이 없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이 캠페인이 상업성에 치우쳐 있다는 분석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넷 뉴스는 11월28일자로 업데이트된 ‘관광 당국 관리들 과도한 돈 요구로 세계 7대 자연경관(New Seven Wonders of Nature) 캠페인 비난’ 기사에서 ‘덜 알려졌던 제주 또한 성공하다’는 설명이 붙은 제주 성산 일출 사진을 내보냈다. 이런 보도가 제주도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할까. 호주 유력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1월28일 ‘환경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홍보가 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연경관을 찾기 위한 캠페인이 (N7W 재단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공격받아왔다’라고 보도했다.
문광부 10억 홍보비 지원
세계 7대 자연경관 캠페인에 대한 의문을 처음 제기한 이들은 트위터(@netroller, @AF1219, and @pytha goras0) 등 네티즌이었다. 뒤이어 몇몇 언론뿐 아니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 등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제주도와 범추위는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 한 해 최대 1조3000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낳고, 국격(國格)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상황이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제주관광협회 자료에 따르면 11월에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만6305명으로 7대 자연경관에 잠정 선정되기 전인 10월의 12만8903명보다 오히려 25% 줄어들었다. 국내 관광객도 10월 72만9339명에서 11월엔 62만7128명으로 오히려 14% 줄었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8년 54만명을 돌파한 이후 2009년 16%, 2010년 22%씩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 행사가 민간에 의해 주도되고 민간의 잔치에 그쳤다면 문제 제기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사에 혈세가 쓰였고, 수많은 공공인력이 동원됐다. 문화관광부는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 10억원의 홍보비를 지출했다. 제주도는 4억원을 범추위에 지원했으며, 기타 명목으로 15억원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의 수많은 공공인력이 동원돼 약 1억~2억통의 행정전화(전화비 180억~360억원대)가 사용됐으며, 중앙부처의 지원활동도 전개됐다. 국회는 지난 3월 지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앞장서 국민의 투표를 독려했으며, 초등학생들까지 동원됐다. 따라서 애국심을 자극해 상업적 이득을 노린 ‘국제적 사기꾼’에게 한국이 당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해소돼야 한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N7W는 2012년 초 최종 선정지 7곳을 다시 발표하고, 그 지역을 돌며 인증식 수여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제주도는 최종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반드시 포함될까? 제주도청 관계자는 이변이 없는 한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후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장은 “(N7W) 재단 쪽에서 제주는 이상 없다는 사인을 보냈다”고 말했다. 결국 제주도가 최종적으로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고 인증식 행사를 할 즈음에는 홍보효과뿐 아니라 재단의 공신력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1월11일 제주를 비롯해 ‘잠정’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지역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