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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내 음악 프로그램 스트레스 감소 효과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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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내 음악 프로그램 스트레스 감소 효과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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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내 음악 프로그램 스트레스 감소 효과 입증

연구진이 정심학교에서 HRV 측정기를 통해 심박수와 SDNN 등을 측정하는 모습.

4개월간 조사한 결과는 놀라웠다. 관악대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의 스트레스 지수가 일반 재소자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 것. 연구진이 12월 정리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관악대 단원 피험자의 스트레스 지수 평균치는 7월 최초 측정 당시 94.22점에서 11월 최종 측정 때 88.55점으로 5.67점 감소했다. 연구진이 참고자료로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스트레스 지수가 89 이하일 경우 심리적으로 ‘좋음’, 90~110은 ‘정상’, 111 이상은 ‘나쁨’으로 해석된다. 관악대 단원의 심리 상태가 조사기간에 정상 범위에서 ‘좋음’ 상태로 개선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반면 비교집단의 평균 스트레스 지수는 같은 기간 93.30점에서 94.40점으로 1.10점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가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정도를 뜻하는 ‘스트레스 저항도 수치’도 같은 양상으로 변화했다. 관악대 활동 참여자의 스트레스 저항도 평균치는 최초 측정 당시 99.50점에서 최종 109.89점으로 10.39점 높아졌다. 반면 비교집단의 스트레스 저항도는 같은 기간 99.80점에서 100.60점으로 0.80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스트레스 저항도의 분석 참고치는 89 이하 ‘나쁨’, 90~109 ‘정상’, 110 이상 ‘좋음’이다.

SDNN, RMSSD 큰 폭 상승

국내 연구진이 교정시설에 첨단 기기를 설치하고 재소자의 신체 변화를 측정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심층면접이나 행동반응관찰 등을 통한 연구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조사 과정에 연구자의 편견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경은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교정시설 내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과 가치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했다.

관악대 활동이 청소년 재소자의 스트레스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더 있다. 연구진은 그동안 ‘며느리의 명절 스트레스 측정’ 등에 대한 연구에서 피험자의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로 널리 사용돼온 SDNN 측정치도 공개했다. SDNN은 심박동수의 변이성 활동을 추정하게 하는 수치. 자율신경계가 신체에 대한 제어능력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외부자극과 혈압, 체온, 혈중 산소농도 같은 내부 환경에 종합적으로 반응하며 생리적인 균형을 이뤄가는데, 심장은 인체의 이런 움직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기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숱한 내·외부의 자극에 대응하느라 심박동 리듬이 불규칙하고 다이내믹하다. 반면 질병이나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은 자극에 둔감하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의 경우 SDNN이 60 이상일 경우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로 여겨진다. 40~60은 정상, 30~40은 관리 필요, 30 이하는 전문의 상담이 필요한 상태로 평가된다. ‘문화예술교육 효과성 연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정심 관악대 단원들의 SDNN은 연구 기간에 최초 측정치 50.59에서 61.34로 10.75 상승했다. ‘정상’ 범위에서 ‘건강’ 수준으로 개선된 것이다. 반면 일반 재소자의 SDNN은 같은 기간 49.94에서 52.53으로 2.59 오르는 데 그쳤다.

이번 연구에서는 심장의 부교감신경 조절능력을 평가하는 RMSSD에 대한 측정도 진행됐다. 정서적인 안정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균형을 통해 이뤄지는데, 부교감신경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고,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조증 성향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RMSSD가 50 이상일 경우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 30~50은 정상 범위로 평가한다. 20~30은 관리 필요, 20 이하는 전문의 상담이 요구되는 수준이다. 정심학교 관악대 단원과 일반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생리 측정 결과, 관악대 활동을 하는 청소년의 RMSSD 평균치는 7월부터 11월 사이에 44.42에서 58.09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역시 정상 범위에서 건강 수준으로 개선된 수치다. 반면 음악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청소년의 RMSSD 평균치는 같은 기간 44.15에서 41.99로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서적인 안정감

연구진은 현재 정심학교뿐 아니라 다른 소년원학교와 성인 대상 교정시설에서도 스트레스 지수 분석을 위한 생리적 측정을 진행 중이다. 연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개별 심층인터뷰 등 심리적 지표 측정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최종 보고서는 2012년 2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심학교 등 교정시설들은 이번 실험 결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태섭 정심학교 교감은 “그동안에도 관악대 아이들은 일반 재소자에 비해 학과 수업이나 직업 교육에 열심히 참여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관악대 클라리넷 주자 소은이(가명)는 1년 사이에 제과제빵 등 각종 자격증을 9개나 따면서 중졸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아이들의 이런 성과와 음악 교육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 내용이 과학적으로 확인된다면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 데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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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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