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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보다 비싼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작은 결혼식’?

박원순 시장 아들 결혼식 ‘호화’ 혹은 ‘특혜’ 논란

특급호텔보다 비싼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작은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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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보다 비싼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작은 결혼식’?
특급호텔보다 비싼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작은 결혼식’?

‘신동아’가 입수한 한국가구박물관 결혼식 견적서.

한편 한국가구박물관이 요구하는 최소 보장 하객 수는 120명이고, 최대 200명까지 초대할 수 있다. 120명은 박물관 내에서 식사하고, 나머지 하객은 인근 레스토랑으로 옮겨가 1인당 8만 원짜리 식사를 하게 된다.

‘신동아’는 국내 특급호텔 중에서도 예식비용이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신라호텔 영빈관과 한국가구박물관의 예식비를 과 같이 비교해봤다. 신라호텔은 꽃 장식이 1300만 원으로 가구박물관보다 100만 원 더 비싸고, 가구박물관에는 없는 400만 원짜리 웨딩무대 및 로비 장식 비용이 추가된다. 하지만 대관료 등으로 인해 전체 비용은 가구박물관이 더 높다. 하객을 200명으로 계산하면 총 비용이 한국가구박물관 6160만 원, 신라호텔 4300만 원으로 2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기타 비용 및 부가가치세 제외· 참조).

한국가구박물관은 스스로를 ‘실제 한옥에서 우리 가구의 쓰임새와 실내장식, 그리고 생활 방식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정미숙 관장은 평생을 항일·민주화 동지로 함께한 정일형 이태영 부부의 막내딸로 사재를 들여 15년에 걸쳐 가구박물관 내 한옥들을 건축했다고 알려졌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지난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때 영부인 오찬을 성공리에 개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구찌(Gucci) 91주년 특별 전시를 유치하고 큐레이팅까지 직접 맡아 화제를 모았다. 또 미국 CNN 웹사이트(www.cnngo. com)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꼽기도 했다. 그 동안은 외국인 손님을 비롯해 일부 단체에만 공개되다가 지난해 9월부터 일반인도 사전 예약을 하면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관람할 수 있게 됐다.

“대단히 품격 있는 공간”



특급호텔보다 비싼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작은 결혼식’?
박 시장은 이 박물관에 지난 4월 처음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북지역 유지(有志)들로 구성된 성북역사문화아카데미 최고위과정에 강사로 초청돼 4월 1일 가구박물관에서 ‘새로운 서울 만들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이날 강연 서두에서 “가구박물관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며 “굉장히 문화적인 기운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연에 참석한 정 관장을 향해 “돈이 있다고 해서 이런 걸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대단히 품격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신동아’는 박 시장 아들의 가구박물관 예식에 관한 취재 과정에서 △양가 가족·친지뿐만 아니라 친구 및 지인들도 참석했다 △하객이 100~150명 정도였다 △가구박물관이 예식비를 대폭 할인해줬다는 등의 증언을 들었다. 또 언론에는 청첩에 양가 혼주 및 장소 표기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됐는데, 신랑 측과 신부 측이 청첩을 따로 찍었는지 ‘신동아’가 신부 측 하객으로부터 입수한 청첩에는 혼주 이름은 없었지만 여느 청첩과 다름없이 지도와 교통편 등 예식장소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나와 있었다.

박 시장 아들의 가구박물관 예식은 예식비를 제대로 치렀다면 호화 예식 논란을, 예식비를 할인받았다면 특혜 논란을 빚을 수 있는 사안이다. ‘신동아’는 박 시장 아들 결혼식에 대한 취재 내용을 정리해 6월 11일 박 시장에게 질의서를 보냈고, 나흘 후인 14일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의 답변서를 받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소 처음 결혼식장으로 정한 곳은 신랑신부가 다니던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결혼식 날짜와 장소가 주위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모여들면 조용한 결혼식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조용한 장소를 물색했고, 마침 알고 지내던 가구박물관 관장이 이러한 사정을 이해해 가구박물관에서 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하객 신랑 측에서는 청첩을 찍지 않았고, 직계가족 등 30여 명만 초대한 것이 맞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도 초대받지 못한 친인척, 시(市) 직원과 지인, 심지어 비서진으로부터도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작고 조용한 결혼식을 치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진행했습니다. 신부 측에도 최대한 양해를 구했으나 아무래도 신랑 측보다는 많이 참석하게 되었고, 양가 합하여 100~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비용 작고 간소한 결혼식을 원하는 양가의 뜻을 존중한 가구박물관 측이 내용을 조정해주어 간소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식사는 1인당 4만 원 선에 맞춘 샐러드바 형식으로 음식 가짓수를 10개 미만으로 조정했고, 꽃 장식도 2개만 하는 등 간소하게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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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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