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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파시즘 간질이는 돌연변이 괴물

하루 100만 클릭하는 극우 집합소 일베

우리 안의 파시즘 간질이는 돌연변이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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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파시즘 간질이는 돌연변이 괴물
“미국 소를 먹으면 모두 광우병에 걸린다” 같은 거짓말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을 거치면서 온라인상에서도 ‘보수’가 결집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룹을 이뤄 모인 사이트가 일베다. 반(反)진보와 여성 혐오 등의 글을 올리면서 결집력이 강해졌다. 그러면서 위안부 할머니를 ‘원정녀’로 비하하는 등 극우 성향의 글이 나타났다.

통념을 거스르지 않는 보수 성향의 글은 일베 식으로 ‘민주화’가 되고, 자극적이고 도를 넘은 글은 ‘일베로’가 되기 일쑤였다. ‘일베로’를 많이 받은 글이 ‘베스트’로 선정되는 형식이어서 강경 우익, 극우 성향의 자극적인 글이 메인화면에 노출되는 것이다.

일베는 처치 곤란한 ‘똥덩어리’ 취급을 받으면서도 어느덧 사회 현상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극우세력이 모이는 사이버 공간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회 일각에서 스멀거리는 극단적, 차별적, 배외적 견해를 배설해내는 ‘화장실’로서의 순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

전라디언 김치년 보빨남

‘전효성 민주화 사건’은 일베가 가진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민주화가 가진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함부로 사용했다”는 해명대로라면, 청소년과 젊은 세대들이 일베 유저가 뜻을 왜곡한 단어의 본래 뜻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트리움이 일베 게시 글 중 추천 수 상위 100개 게시물과 댓글을 분석한 결과, 언급 빈도수가 높은 키워드는 ‘X발’ ‘개XX’ ‘병X’과 같은 비속어였다. ‘민주화’ 외에도 청소년이 공공연히 사용하는 대표적인 ‘일베어’로는 ‘운지’ ‘전라디언’ ‘홍어’ ‘통수’ ‘5·18 폭동’ ‘김치년’ ‘보빨남’ ‘삼일한’ ‘산업화’ 등이 있다.

‘운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뜻에서 생겨난 말로 상황이 나빠졌다거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과 건강음료 ‘운지천’의 1990년대 TV 광고에서 배우 최민식이 바위 사이를 뛰어다니며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을 연결해 만든 조어라고 한다.

‘전라디언’ ‘홍어’ 등은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며, 그중에서도 ‘홍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를 비하하는 말로 쓰였다. ‘뒤통수’의 줄임말인 ‘통수’ 역시 전라도 사람이 뒤통수를 잘 친다는 뉘앙스를 담은 것이다. 호남지역을 두고는 ‘북한의 7시 멀티(멀티는 ‘본거지 외의 지역 거점’을 뜻하는 은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반도에서 시계의 7시 방향인 전라도를 친북 지역, 혹은 종북 지역이라고 비꼬는 것이다.

‘5·18 폭동’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보는 일각의 주장이 고스란히 반영된 단어로 ‘엉망진창’ ‘초토화되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얼굴이 5·18 폭동’이란 말은 엄청나게 못생겼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사람의 시신 사진을 두고 ‘택배 왔다’고 표현한 글이 일베에 올라와 물의를 빚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전땅크’라며 추어올리기도 했다.

여성 혐오하는 막말 배설

여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의미를 내포한 단어도 많다. ‘김치년’은 ‘개념 없는 한국 여성’이라는 뜻이다. ‘보빨남’은 여자 성기나 빠는 남자라는 뜻으로 여성에게 잘해주는 매너 좋은 남자를 비하할 때 사용한다. ‘삼일한’은 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뜻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힌다.

일베어에 담긴 지역차별, 여성 혐오 혹은 비하, 엽기의 난장판은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지 않는다. 모르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 만큼 청소년, 젊은이 사이에서 일베어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많은 일베 유저가 자신들의 문화와 사고를 다른 커뮤니티나 온라인상으로 유포하는 일에 열광하기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작업을 ‘산업화’라고 부른다.

여성 혐오는 일베의 결속을 도모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일베는 이용자가 성별을 밝히는 것을 마뜩잖게 여긴다. 남성의 경제력이나 학력 등을 따지는 여성은 ‘김치녀’라고 부른다. 여성 회원이 많은 ‘네이트 판’ ‘쭉빵까페’ ‘여성시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적(敵) 대하듯 한다. 여성들의 불합리적 행태를 지적한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에는 ‘김치녀보다는 국제결혼이 답’이라는 식의 댓글이 달린다. 한국 여성이 돈만 밝힌다고 주장하면서 창녀 이미지를 덧씌우기도 한다.

일베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유저들의 설명 혹은 변명조차 예사롭지 않다. “우리도 스스로를 일베충이라고 부른다”면서 자신들의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코드를 개그 혹은 코미디화하고 있다.

일베 유저의 상당수는 상대가 누구든, 대상이 누구든 온라인상에서 예의를 갖추는 것은 가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일베 게시물에서는 존대와 예의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초등학생이 40~50대 아저씨에게 욕설, 반말을 퍼부어도 용인하는 것이 그들만의 ‘개그 코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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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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