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인 A는 2011년 4월부터 6월까지 11차례에 걸쳐 자신의 집에서 B양(당시 14세)과 화상채팅이나 휴대전화 영상통화를 했다. 그 과정에서 A는 B양의 신체 주요 부위가 나오는 화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다. A는 또 2012년 6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C양(당시 15세)에게 알몸이 찍힌 동영상을 전송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학교로 찾아가겠다”고 협박해 알몸 동영상을 전송받았다. A는 강요와 협박, 성폭력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C에 대한 강요와 협박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B에 대한 성폭력 특례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성폭력 특례법이 카메라 등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지만, A가 촬영한 것은 신체가 아니라 영상이기 때문에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성폭력범죄 특례법의 처벌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1, 2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확대해석”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 재벌회장 모친이 받아간 고문료는 횡령일까?
재벌회장 A는 2005년 8월 모친 B를 회사 고문으로 임명했다. A는 2005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 B에게 매달 800만 원가량을 고문료로 지급했다. B가 받아간 총 급여는 약 5억 8000만 원. 고문에 임명된 뒤 B는 월 1~2회 경영회의에 참석했고, 연 2회 회장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회사의 각종 행사에도 참석했다. B는 고문으로 있던 2011년 1월경 병원에서 치매 환자로 확진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A가 B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가장해 급여액을 횡령했다고 판단, A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B가 치매에 걸려 사실상 고문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 이후 지급된 급여 6400만 원에 대해서만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2심은 “A가 모친을 고문으로 임명한 뒤 급여 명목으로 지급된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6년간 지급된 고문료 전액을 횡령했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가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과 예우의 측면이 있고, 고문으로 위촉된 뒤 회사의 경영회의에 참석해 조언한 사실이 인정되며, 2011년 1월 치매 환자로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이에 앞서 체결된 고문계약 기간이 2011년 12월 31일까지인 점을 감안할 때 A가 B에게 고문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횡령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도484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