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내란죄, 내란음모죄, 내란선동죄

  • 입력2013-09-23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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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음모 및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현역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 온 국민이 경악했다.

    내란죄는 그 수괴에 대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형법에서 규정한 모든 범죄 가운데 가장 형량이 높은 ‘범죄 중의 범죄’다. 그런 만큼 어떤 범죄보다도 신중하게 적용돼야 한다.

    내란죄는 정적(政敵)을 처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다. 우리는 유신시대를 전후해 사법의 이름으로 내란음모죄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이 20~30년 뒤 재심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것을 자주 지켜봤다. 그나마 무죄판결로 명예가 회복된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무고한 한 사람의 망가진 일생을 회복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많은 세월이 흘러 33년 만에 국가정보원이 내란음모죄를 적용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마침 국정원이 거센 개혁 압박을 받고 있는 시점이라 이번 사태를 석연치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이 사건을 가리켜 국정원이 자신을 향한 게이트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마녀사냥패를 놓았다고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부의 이 같은 시각은 지금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내란음모죄 소용돌이 속에서 이성을 잃지 않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 이유를 말해줬다고 본다.

    이중 목적범



    이석기 의원과 그 주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녹취된 내용을 보면 실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랄 만한 내용, 과연 제정신으로 한 말이 맞는지 의심되는 내용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법적, 정치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것과 그들이 내란을 음모했는가라는 점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란음모죄에 대해 하나하나 분석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형법 제87조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를 내란죄로 처벌한다. 국토 참절은 특정 지역에서 국가가 주권 행사를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란 세력이 국토의 일부를 점거해 정부의 통치기능이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그런 예다. 국헌 문란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기능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란죄를 저지른 경우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모의에 참여하거나 중요 임무 종사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한다. 내란음모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하도록 돼 있다. 내란죄는 중범죄 중의 중범죄다.

    내란음모는 국토 참절,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을 할 목적으로 2인 이상이 모의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다. 즉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국토 참절 또는 국헌 문란이라는 제1의 목적과 그러한 목적으로 폭동을 벌일 제2의 목적, 이 2가지 목적이 모두 있어야 한다. 보통 범죄는 고의만 입증되면 처벌할 수 있지만 내란죄, 통화위조죄 등은 고의 외에 특정한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는데 이를 목적범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란음모죄는 목적범 중에서도 2개의 목적을 모두 요구하는 이중 목적범이다.

    따라서 국토 참절, 국헌 문란 목적 또는 폭동을 할 목적 중 어느 하나라도 입증하지 못한다면 무죄가 선고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범죄의 목적은 범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라 이것을 입증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법원은 내심의 의사인 목적의 여부를 판단하려면 “국헌 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석기 의원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의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 그 행위를 하게 된 경위, 그리고 행위의 결과를 종합해 내란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국헌 문란의 목적

    대법원은 김재규의 10·26 사건에서 “국헌 문란은 국가의 정치적 기본조직 자체를 불법으로 파기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했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기본조직인 자유민주주의, 국민주권의 원리,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평등을 실질적 혹은 형식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야만 국헌을 문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부 타도를 외치고 대통령을 살해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국민주권주의와 같은 기본제도를 무너뜨리고자 한 것이 아니라면 내란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폭동을 일으킬 목적으로 모의를 했어야 한다. 여기서 ‘폭동’이란 다수의 사람이 결합해서 폭행, 협박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어느 정도가 ‘다수’인지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지만 어느 정도 조직화해 있을 것을 요하고 폭행, 협박의 정도는 어떠한 형태로든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면 족하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폭동으로 인해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가 돼야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전두환 내란죄 사건에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조치를 ‘폭동’으로 봤다. 비상계엄으로 인해 국방부 장관의 지휘권이 무력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이 위협받았기 때문에 비상계엄 확대조치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치는 폭동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계엄군을 내세워 난폭하게 시위를 진압한 행위도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는데, 시위를 진압한 계엄군이 폭동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전두환이 계엄군을 도구로 이용해 폭동을 한 것으로 봤다. 시위를 진압한 계엄군은 도구에 불과했기 때문에 무죄가 된다.

    이석기 의원의 녹취록에 통신, 철도, 가스, 유류저장시설 등을 파괴한다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러한 기간시설이 파괴된다면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치는 정도를 넘어서게 될 것이므로 폭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란음모는 내란을 실행하기 위해 무기나 식량을 제조 또는 구입하는 등의 준비행위를 하자고 통모 내지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다수의 사람이 모여 내란을 도모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거나 뜻을 모았다는 것이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다. 이러한 범죄를 위해 다수가 모여야 성립될 수 있는 범죄를 집합범이라고 한다.

    음모죄에서 가담자들 간에 범죄 실행의 합의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범죄 결심을 외부에 표시하거나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보아 내란죄의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것이 명백히 인식되고, 그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될 때 비로소 음모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9.11.12 선고 99도3801 판결).

    이석기 의원 등 피고인들의 회합에서 오간 대화들이 누가 봐도 내란죄의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로 볼 수 있는 것일지, 또 그들 간에 내란을 하자는 단순한 의견의 교류를 넘어 ‘합의’를 했다고 볼 만한 수준이었을지, 나아가서 그러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위험성 판단 기준으로는 미국 대법원이 확립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이석기 등의 합의 내용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해악을 가져올 것이 명백하고 그 위험이 현존하는 것인지도 또 하나의 쟁점이 될 것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할 교훈

    검찰은 이석기 의원 등에게 당초 내란음모죄를 적용했다가 후에 내란선동죄를 추가했다.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기 때문에 내란음모보다 상대적으로 범위가 넓은 내란선동을 추가해 무죄판결의 여지를 피해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내란선동은 내란음모의 정도까지 구체적인 준비단계에 나아가거나 내란을 합의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아도 성립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이나 행동 등으로 자극을 줘 정당한 판단을 잃게 해서 내란을 결의하게 하거나 이미 내란 결의를 하고 있는 사람의 결심을 더 강하게 만들면 성립하는 범죄가 내란선동죄다. 내란음모보다 더 포괄적인 범죄인 셈이다. 내란선동죄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으로 내란음모죄와 같다.

    검찰이 내란음모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한 사건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이후 33년 만이다. 가장 근래의 사건이 무려 33년 전에 있었고, 그나마 그 사건에서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았던 김대중, 문익환, 송건호 등 20명의 피고인 중 18명이 20여 년 후 제기된 재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내란죄, 내란음모죄, 내란선동죄
    1974년 인혁당 사건 역시 내란음모 사건이었다. 이 사건 피고인 9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판결 확정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이들의 사형이 집행된 4월 9일은 ‘사법 암흑의 날’로 선포되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8명의 피고인에게도 2007년 무죄가 선고됐고, 사법부는 역사와 무고한 피고인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사법 살인으로 씻을 수 없는 치욕의 역사가 돼버린 이날을 영원히 잊지 말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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