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으로 이득 봤다는 사람들이 싹 사라진 순간이었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당시 개당 2500만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1000만 원대로 급락했습니다.
그 뒤부터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 화폐(주로 '코인'이라고 부르죠?) 투자자들은 비웃음을 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500만원을 넘보던 코인이 400~600만원 대에서 횡보할 뿐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니까요.
(물론 저 정도 가격 등락에서 단타로 이득 보신 분들도 있겠죠?)
자, 그런데 올 7월 중순부터 그림이 이상하게 흐릅니다. 갑자기 비트코인이 개당 1000만 원대를 돌파했습니다. 8월 5일에는 1600만 원 대까지 치솟았습니다. 대장주가 뛰니 막내들도 가만있을 순 없습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 화폐들)들의 가격도 덩달아 뛰었습니다. 도대체 왜 죽어가던 암호 화폐 판에 다시 돈이 몰리기 시작한 걸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비트코인은 금과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7월 11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제롬 파월 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비트코인을 ‘금과 같은 자산’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렇다고 ‘비트코인=금’ 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트코인을 거래 등 결제 수단으로 쓰기 보다는, 가치 저장을 위해 금처럼 사들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죠. 파월 의장도 “비트코인은 금의 대안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가치 저장 수단”이라 밝혔습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금 가격을 따라 움직입니다. 금 가격이 오르면 비트코인의 가격도 오르고, 금 가격이 떨어지면 비트코인 가격도 떨어지는 셈입니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죠.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금의 가격은 오르는 식입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트코인은 돈이 아니다'라는 트윗도 호재로 봅니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달러의 경쟁자로 인정하고 견제구를 던졌다고 보는거죠. 투자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 분석가인 맥스 카이저(Max Kaiser)는 올해 초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소비자들이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자신의 자금을 가장 안전한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에 이체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도 최근 저서 '페이크(FAKE)'를 통해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지금은 암호화폐가 통상 화폐와 경쟁이 시작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입니다.
'아직도 코인하는 흑우 없제'라는 말처럼 사실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한 시간 만에도 10% 이상 가격 등락이 생기니까요. 그렇다고 '저건 사기야', '신경 꺼야지'라며 백안시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알아보는게 낫겠죠. 다음번에는 정부가 직접 제작에 나선 암호화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투자 목적 없이 블록체인기술만을 이용한다는데요, 세계 각국 정부 및 기업이 도전조차 하지 못했던 분야에 도전하는 한국 정부의 이야기를 다뤄볼 예정입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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