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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정복에 도전한다 ④

유전자 분석·면역 검사·혈액정밀검진

암 예방·조기발견의 첨단검사법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유전자 분석·면역 검사·혈액정밀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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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더 큰 이유는 암세포의 고유한 특징에 있다. 암은 직경 1cm 크기는 돼야 X레이 검사 등 화상진단에서 겨우 찾아낼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때는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의 것이므로 엄밀히 말해 조기발견이라고 할 수 없다.

유방암을 예로 들어보자. 유방의 종양세포는 이배화기간(二倍化其間, 1개의 암세포가 분열해 2배로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00일 정도. 한 개의 암세포가 1cm 크기로 자라려면 30번을 분열해야 하므로 3000일(30×100), 즉 8년2개월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무리 조기에 암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이미 암세포는 수년전부터 몸속에서 자라고 있었다는 얘기다.

일단 암은 진단이 가능한 크기인 1cm만 넘어서면 가속력이 붙어 기하급수적으로 덩어리가 자라난다.

더구나 암은 초기에는 암 특유의 증상을 보이지도 않는다. 수개월 전에 검사상 아무 문제가 없던 사람이 ‘갑자기’ 말기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생겨 환자는 물론 의사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평소 자기 몸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암에 걸리면 인체는 미세한 신호를 보이기도 하지만 환자가 이 신호를 포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내과 장석원 박사(‘희망을 주는 암치료법’의 저자)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을 들며 주요 암의 발생 신호와 조기진단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참조)



먼저 위암의 경우. 위염이나 위궤양을 전혀 경험한 일이 없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위암에 걸렸다는 소문은 거의 없다. 이것은 위암이 위궤양이나 위염의 전단계를 밟는다는 증거다. 위암의 초기증상 역시 소화가 잘 안되고 헛구역질이 나는 등 다른 위 질환과 증세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만성위축성위염이 위암으로 진행되는 데는 15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위궤양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은 경우 나중에 위암이 발생할 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위염이나 위궤양 단계에서 잘 치료하면 위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그리고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위암 발생률이 높다. 이는 무엇보다도 유전적 요인을 꼽을 수 있고, 둘째로 위암환자의 직계 가족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생활을 해온 만큼 위암을 일으킬 만한 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간암은 오른쪽 상복부에 불쾌감이나 통증이 있거나 때로 열과 황달을 동반하기도 한다. 간암 역시 간염, 간경화와 떼어놓을 수 없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B형간염 보균자이고, 간암환자의 70% 이상이 간염 보균자로 밝혀졌다. 따라서 B형간염 보균자는 간암의 고위험군이며, 보균자가 만성간염을 거쳐 간경화증을 일으킬 경우 간암의 전단계로 해석한다. 간암은 건강한 간을 가진 사람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반면 간염이나 간경화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연관이 깊어 선진국형 암으로 인식되고 있는 대장암은 초기에는 증세가 별로 없다. 암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그 부위가 항문에서 가까우면 변비·혈변 등과 함께 변의 굵기가 작아지고, 항문에서 멀면 설사·복통·빈혈 등의 증세가 나타날 따름이다. 특히 대장암의 혈변 증세는 치질과 비슷해서 몇 년 동안 치질약만 바르다가 뒤늦게 손쓸 수 없는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선종(腺腫, 양성종양)에서 발생하므로 선종 단계에서 잘 치료하면 암 예방이 가능하다.

유방암은 유방에 멍울이 생기거나 유방의 모양이 달라지거나 유두 분비물 등이 발견되면 바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유방암에 노출될 수 있는 사람들은 첫아이를 늦게 가진 여성, 이른 나이에 생리가 시작되고 나이가 먹도록 오래 하는 여성, 유방에 양성종양이 자주 생기는 여성, 먹는 피임약이나 여성호르몬제를 사용하는 여성 등이다. 또 어머니나 형제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 암 발생 위험도는 5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에 걸리면 기침·가래·흉통·호흡곤란·식욕감퇴·전신쇠약 등의 증세가 나타나지만 이미 증세를 알아챘을 때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가 대부분일 만큼 치명적이다. 폐암은 흡연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일단 담배를 끊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아무튼 자신의 신체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그마한 변화라도 암과 연관됐다 싶으면 병원을 찾는 것이 상책이라는 게 암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병원에서는 세포 형태와 세포에서 나오는 단백질 등을 분석하고 영상사진을 검토해서 암 여부를 판별하는데 100%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정상세포는 수년에서 몇십년까지 서서히 암세포로 바뀌기 때문에 똑같은 세포에 대해 병리의사에 따라서는 암세포로 판정하기도 하고, 아직 암세포가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심지어 나라에 따라 똑같은 조직을 암세포로 분류하기도, 정상세포로 분류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번 검진받고 괜찮다며 몇년씩 방치해선 안된다. 몇 달 사이에 세포가 결정적으로 변화해서 암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국립암센터에서는 한국인들에게 발병하기 쉬운 5대암에 대한 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100여 명의 국내 암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 이 프로그램은 한국인의 특성에 맞게 개발한 것으로 병원 등에 암검진 권고안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그동안 각 병원에서는 중구난방으로 암 검진법을 사용해왔는데, 국내 최초로 각 분야 암전문가들이 합의해 도출한 표준 검진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 참조)

그런데 에서 보듯 지난해 암사망 1위로 기록된 폐암은 빠져 있다. 이에 대해 김창민 국립암센터 연구소장은 암검진 프로그램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검진에 드는 비용 대비 치료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폐암의 경우 ▲검사에 의한 조기발견도 어렵고 ▲워낙 암이 빠르게 진행이 되므로 진단을 언제,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지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며 ▲무엇보다도 암을 발견했다고 해서 치료율이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프로그램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도 전체 국민을 위한 폐암 검진 프로그램은 개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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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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