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최초공개

공작원 흑금성! 北 보위부 침투, 김정일 만나다

  • 글: 이정훈 hoon@donga.com

공작원 흑금성! 北 보위부 침투, 김정일 만나다

9/17
박채서씨는 훌륭한 공작원이었지만, 그의 행동에는 잘못된 점이 있다. 기자와 정치인을 몰래 만나 정보를 제공하며 별도의 인맥을 구축한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인맥이 있었기에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살아났지만, 기자와 정치인을 만나 정보를 제공한 것은 공작원으로서 옳지 못한 행동이다.

박기영씨는 박채서씨와의 만남을 통해 최고의 순간에 올라갔다가 최악의 자리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실패한 것도 노하우다. 대북 광고사업에는 나만큼 경험을 쌓은 사람도 없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대북 광고사업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정진호씨는 “대북사업을 한 기업이나 정권은 전부 뒤가 나빴다. 북한은 한마디로 돈만 빨아먹는 블랙홀이다. 다시는 대북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들에게 한때 아버지는 이런 사업도 해봤다고 말할 수 있게 된 데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흑금성 공작은 북한의 보위부까지 뚫고 들어갔다는 점에서 한국 공작의 우수성을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그 한계도 드러냈다.

情報, 정치로부터 독립하라

한국 정보기관의 공작은 정보수집이 전부이다 보니, 이따금 정보에 휘둘리는 운명을 맞는다. 정보는 도깨비와 같아서 끊임없이 사람을 유혹하고 현혹시킨다. 권영해씨처럼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추려내 이용하고 싶다는 유혹도 받는다. 이 유혹에 걸려들면, 정치권 전체가 ‘북풍’이니 ‘총풍’이니 하는 함정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북한 정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곧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케 하는 요인이 된다. 그로 인해 정보맨들은 정치권에 예속되고, 정보기관은 정치인이 원하는 정보를 갖다 바치게 된다. 이것이 북풍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다.

북한이 한국 정치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하려면, ‘북한은 한국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주체가 아니라, 한국이 달성하려는 통일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이대성씨가 공작자료를 갖고 정대철 의원을 만난 것도 꼼꼼히 짚고 넘어갈 문제다. 해외공작실장이던 이대성씨는 살기 위해 자기가 관리한 공작원을 ‘결과적으로’ 공개했다. 흑금성 사건이 터진 후 안기부가 박채서씨를 2중간첩으로 조사하려고 한 것도 문제다. 이러한 토양에서는 공작원과 지휘자 사이에 신뢰가 쌓이지 않아, 제대로 된 공작을 할 수 없다. 지휘관은 끝까지 공작원을 지켜주어야 한다.

검찰이 박채서씨를 안기부 공작원으로 발표한 것도 문제다. 공작은 한마디로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국가목표를 이룰 수 없을 때 시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작을 하더라도 국가는 ‘공식적으로는’ 공작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여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박씨를 공작원으로 발표했으니, 대한민국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는 국가라고 선언한 셈이 되었다.

이러한 모든 사태는 정보가 정치에 예속되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김은성 게이트도 정치에 예속된 정보의 현실을 보여준 사례다. 검찰과 경찰에 이어 국가정보기관까지 정치의 시녀가 된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정보는 정치로부터 진정으로 독립하여야 한다. 흑금성 사건은 5년이 지난 지금 이런 결론을 던져주고 있다.
9/17
글: 이정훈 hoon@donga.com
목록 닫기

공작원 흑금성! 北 보위부 침투, 김정일 만나다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