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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리포트

“저주받은 도시… 더는 못살겠다”

‘최악 스모그’ 중국 베이징의 ‘성난 민심’

  • 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저주받은 도시… 더는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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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기형아 생길까봐 콘돔 사용”
  • ● “아이 키울 곳 없다”
  • ● “거리 활보 불가능”
  • ● “내 천식 책임져라”
숨을 쉬면 공기에 섞인 불순물이 폐 속으로 들어간다. 더러운 공기를 마시고 사는 사람들은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까. 요즘 중국 베이징 시민들은 자기 몸속에 벽돌 한 장 분량 정도의 먼지가 쌓여 있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우마이(霧霾·짙은 스모그) 속에서 사는 게 일상이 된 베이징 시민들의 모습을 취재했다.
2015년 말, 괴짜라는 뜻의 ‘젠궈슝디(堅果兄弟)’로 자신을 칭한 한 예술가는 100일 동안 진공청소기로 베이징 톈안먼(天安門)광장 등의 먼지를 채집해 커다란 벽돌 한 장을 만들었다. 이 ‘베이징의 먼지벽돌’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베이징 사람들은 이 벽돌에 대해 “1550명이 하루 동안 마신 양에 해당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성인 한 명이 4년 정도 베이징 거리를 돌아다니면 몸속에 쌓이는 분량”이라고도 말한다.  
베이징에서 마스크와 공기정화기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집집마다 방독면 하나 정도는 갖추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베이징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적지 않은 참가자가 방독면을 쓴 채 뛰었다. 2014년 대회에 참가한 기자도 현장에서 방독면을 쓴 아마추어 마라토너를 여럿 봤다.



“집집마다 방독면”

스모그가 심할 땐 콘돔 판매가 유독 증가한다. “스모그를 마신 상태에서 아이를 갖고 싶진 않다”는 부부나 연인이 많기 때문이다. 베이징 교외 먼터우거우(門頭溝)에 사는 쑹치(宋琦) 씨는 “나쁜 공기를 호흡하면 기형아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믿진 않는다. 그러나 스모그가 심한 날은 왠지 불안하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 종종 콘돔을 쓴다”고 말했다.
폐를 깨끗하게 씻어준다는 칭페이탕(淸肺湯)이나 칭페이차(淸肺茶)도 약국이나 식당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중국인들이 더러운 공기에 불안해한다는 방증이다. 캐나다의 ‘바이탤러티 에어’사는 지난 연말 로키산맥 국립공원의 공기를 담은 캔을 중국에 수출해 히트를 쳤다. 조만간 중국 업체들도 외국 공기 캔을 내놓을 것 같다.
시민들은 스모그를 풍자하는 신조어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쓰즈후이(生死之會)’다. ‘스모그가 창궐할 때의 만남은 목숨을 건 만남’이라는 뜻이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스몐마이푸(十面埋伏)’에 빗댄 ‘스몐마이푸(十面霾伏)’도 유행어가 됐다. ‘사방에 스모그가 껴 도망을 가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베이징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언어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스모그는 도대체 어느 정도로 몸에 안 좋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심각하다. 여러 중국인은 “이대로 가면 대재앙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1952년 1주일 동안 4000여 명이 사망한 런던 스모그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모그 없으면 개들이 놀라”

중국 정부는 지난해 “베이징의 경우 스모그를 일으키는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 이하 먼지) 농도가 평균 6.2% 내려갔다”며 “갈수록 대기의 질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인 듯하다. 올 1월 중순까지 베이징에서만 스모그 경보가 두 번이나 내려졌다. 낮에는 괜찮다가 밤에 대기오염이 심해지는 현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스모그 상황은 매우 나쁘며 거의 일상이 됐다.
베이징의 스모그가 얼마나 지독한지는 시내를 한 번만 걸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스모그가 심한 날은 눈이 따가울 정도다. 재수 없으면 기관지염에 걸릴 수도 있다. 요즘 베이징 사람들은 양복을 입더라도 하얀색 와이셔츠는 절대 입지 않는다. 베이징 토박이 하오하이추(郝海秋) 씨의 불평도 충분히 이해된다.
“베이징은 원래 공기가 썩 좋은 도시는 아니다. 과거 황사로 많은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이곳이 ‘저주받은 곳’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시내를 마음대로 활보하지도 못한다. 잠깐이라도 나갔다 오면 샤워를 해야 한다거나 옷을 빨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고향이 베이징이라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다.”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도 대기오염이 극심하다. 성도(省都)인 스자좡(石家莊)은 ‘압권의 스모그 도시’가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를 넘지 않는 날이 연중 손꼽을 정도다. 우리의 이발소에 해당하는 시터우팡(洗頭房)이 중국에서 가장 많다. 스모그에 절어 있는 도시에서 사니 머리를 자주 감게 되는 것이다.
고도(古都)로 알려진 한단(邯鄲)과 바오딩(保定)도 스자좡 못지않다. “스모그가 없고 맑은 날엔 온 시내의 개들이 놀라 짓는다”는 치욕적인 말까지 나온다. 이곳은 매년 실시되는 중국 내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약속이나 한 듯 거의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톈진을 비롯한 허베이성 다른 도시의 대기 질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베이징의 스모그를 발생시키는 주범은 노후한 공장들이다. 베이징 근교의 수많은 크고 작은 공장들은 연일 매연과 공해 물질을 토해낸다. 이들 중국 공장 대부분은 당국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중국은 지금 수출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공장들이 대기오염을 차단하면서 물건을 생산하면 생산원가가 올라가고 수출경쟁력이 더 떨어진다. 이 때문에 중국 공장들은 대기오염 방지에 나 몰라라 하고 있고 중국 정부도 묵인하는 것이다.
베이징에선 또 자동차가 엄청나게 늘었다. 이 차량들이 내뿜는 황산염, 질산염 같은 중금속도 스모그의 원인이다. 중국 자동차 연료의 질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가정의 난방 연료가 석탄이라는 점도 대기 오염의 원인으로 꼽힌다. 석탄은 전체 가정용 에너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이징 시내보다 외곽에서 악성 스모그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볶거나 튀기는 전통적 요리법도 무시하기 어렵다. 일반 가정의 오염지수가 요리 종류에 따라 평소의 100배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공장, 자동차, 난방, 요리…생활에 밀접하고 오랜 관행과 대기오염은 밀접하게 엮여 있다. 이는 베이징 대기오염이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G2가 무슨 소용”

사람은 생존이 위협받으면 분노하고 저항한다. 중국에선 정부와 공산당에 의해 언론자유가 제약받고 있지만, 이제 많은 중국인이 스모그와 관련해 정부를 비난한다. 주류 언론은 외면하고 누리꾼들이 SNS를 통해 성토하는 모양새다. 누리꾼들의 비판의 강도도 센 편이다. 몇몇은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으라고 하는가. 정부는 정말 낯도 두껍다”며 돌직구를 날린다.
해결책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예상되는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태세다. ‘자연의 친구들’ 같은 환경단체 회원들은 “스모그 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데 G2(Group of 2, 미국과 중국)가 무슨 소용인가.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이들의 운동은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성과를 거뒀다. 다롄중급인민법원은 현지 환경단체가 다롄리첸발전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환경오염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에게 200만 위안 배상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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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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