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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유태준, 연출 어머니 코믹출연 김정일…

희극이 된 유태준 재탈북 소동 전말기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주연 유태준, 연출 어머니 코믹출연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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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년 4월30일 김정일이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은 조국을 사랑한다’는 친필 지시를 내림으로써 32년형을 선고받은 유태준씨는 석방되었고 그후 그는 중국으로 탈출했다. 아들이 김정일의 배려로 살아난 것을 안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해 유씨의 거짓말은 시작되었다.
설 연휴 다음날인 2월14일자 몇몇 신문은 북한을 재탈북한 유태준(劉泰俊·34)씨 사건을 보도하며, 유씨를 한국의 ‘빠삐용’으로 묘사했다. 북한의 국가보위부는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유사한 기구다. 이 날짜 신문들은 유씨가 평양에 있는 국가보위부 감옥의 담장을 넘어 탈옥한 다음 중국으로 재탈북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바로 이날 유씨는 평양의 국가보위부 감옥에서 탈옥한 것이 아니라, 평남 평성군에 있는 양정(糧政)사업소(말하면 양곡 도정소)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재탈북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자 몇몇 언론은 위장간첩 ‘이수근(李穗根)’을 거론하면서 유씨를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몰아붙였다.

유씨가 북한으로 다시 들어간 것은 함흥에 살고 있는 처를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씨는 처를 데리고 나오지 못하고 국가보위부에 붙잡혔다. 2월16일자 신문은 유씨는 북한에 붙잡힌 후 남파공작원을 양성하는 평양의 문수초대소에서 부인과 25일간 생활했다고 보도했다. 문수초대소에서 지낼 때인 2001년 5월, 유씨는 북한의 라디오와 TV 방송에 나와 자진 입북했음을 밝히고 북한 체제를 찬양했다. 이러한 유씨가 재탈북한 뒤 북한을 비난한 것도 유씨를 믿지 못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었다. 신문들은 유씨가 간첩을 양성하는 초대소 생활까지 했으니 공작 임무를 띠고 위장 재탈북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1998년 12월2일 한국에 처음 들어온 후 유씨는 한국 국민이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이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몰래 북한에 들어가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1996년 7월31일 소설가 김하기(본명 金榮)씨는 북한과 가까운 중국 도시에서 술에 취해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10여일 후 돌아온 적이 있다. 검찰은 한국으로 송환된 김씨를 국가보안법의 잠입탈출과 고무찬양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기소를 인정해 김씨에게 선고한 3년6월의 징역형을 확정한 바 있다. 김하기씨의 사례는 같은 한국인인 유태준씨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유씨를 불구속 조사했다.

하루아침에 빠삐용에서 이수근으로 전락한 유태준 재탈북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이 의문을 풀어가려면 유씨의 가족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에 온 유씨의 가족은 어머니 안정숙(安貞淑·59)씨와 성(姓)다른 동생 이근혁(21)씨 그리고 유씨의 여섯 살짜리 아들로 구성돼 있다. 유씨에게 ‘배다른’이 아니라 ‘아버지가 다른’ 동생이 있다는 사실은 많은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부(異父) 형제를 두었으니 독자들은 유씨의 어머니는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졌을 것이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기강이 무너진 콩가루 집안이니 아들이 재입북을 했을 것이다’라며 유씨 가족을 백안시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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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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