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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20년‘하나회’냐 ‘엘리트’냐

  • 곽대중< 자유기고가 > bitdori21@hanmail.net

경찰대 20년‘하나회’냐 ‘엘리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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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초반 나이에 파출소장이 돼 30,40대 형님 부하를 지휘하는 경찰대 졸업자들.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경찰대에 진학했고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 그들은 치안 선진국을 건설하는 중추 민주경찰이 될 것인가, 아니면 경찰조직 내의 ‘하나회’가 될 것인가. 경찰 내에서는 ‘실력 있는 무서운 아이들’로 인정되는 경찰大 출신과 경찰대를 해부했다.
경찰대학이 올해로 개교 20주년을 맞았다. 유능한 경찰간부를 양성한다는 취지 아래 경찰대학설치법을 제정·공포한 것이 1979년. 그리고 미처 캠퍼스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입생을 모집해 인천시 부평동 경찰종합학교 안에서 더부살이로 개교한 것이 1981년 3월이었다. 당시 경찰대학 신입생들의 입시경쟁률은 220 대 1. 기록적인 경쟁률이었다.

물론 첫 입학생이다 보니 경찰대학과 관련한 입시데이터가 전무(全無)해, 순경시험쯤으로 생각하고 지원한 학생도 있었고 무술을 잘하면 특기생으로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원한 학생도 있어, 허수(虛數) 지원자가 많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줄곧 경찰대학은 20∼3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왔다. 지난 9월8일 치른 2002학년도 신입생 모집 1차 시험에는 120명 정원에 3600명이 지원하여 3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체 간부의 20% 차지

1989년부터는 고급 여성인력을 경찰간부로 채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당시 남학생들의 경찰대학 경쟁률은 8.1 대 1이었지만 첫 여자 신입생들은 45.2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다. 1995년 여학생 모집에는 62.4 대 1이라는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여, 1997년부터는 여학생 모집 인원을 12명으로 늘렸다. 경찰대학에 합격한 여학생들의 입시 평균성적은 늘 남학생보다 1~ 2점 앞서고 있다.

경찰대학은 1983년 1월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언남리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 그리고 1985년 이 캠퍼스에서 제1기 졸업생이 배출되었다. 이름하여 스물네 살의 ‘꽃경위(警衛)’. 이들은 경찰의 분위기를 개혁해 달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한편으론 이들의 업무능력을 믿어도 되느냐는 불안 섞인 걱정이 쏟아지기도 했다. 20대 나이에 일선 경찰서의 계장 혹은 파출소 소장을 한다는 것은 선망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나 삼촌뻘 되는 부하직원을 호령하는 것은 시샘과 불만을 불러오기 쉬웠다.

그리고 15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올해 3월 졸업한 17기생까지 포함해 경찰대학은 모두 1945명의 무궁화(경위)를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강물 위에 띄워 보냈다. 전국 각지의 경찰서와 파출소 지방경찰청에 있는 경위 이상의 간부 1만여 명 중에 약 20%는 경찰대학 출신자로 채워진 것이다.

애초 우려와 다르게 이들은 물의를 빚지 않고 경찰업무를 무난히 수행하였다. 지난 4월 대우차노조 집회 과잉진압과 관련하여 경찰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었을 때, 경찰대 동문회는 그들의 주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자 ‘개혁세력이 되어야 할 경찰대 졸업생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힘을 과시한다’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내의 하나회가 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언론이 경찰대 동문들이 발표한 성명 내용을 다르게 보도한 것이 드러나면서 이런 비판은 고개를 숙였다.

그 며칠 뒤에는 현직 경감(警監)인 4기 졸업생이 ‘경찰은 시위현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경찰청장 앞으로 보내 또 한 번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몇 가지 돌출행동, 그리고 다른 경찰간부들보다 더 강하고 공공연히 경찰수사권의 독립을 주장하여 온 것을 제외한다면, 지금까지 경찰대 졸업생들에 대한 일반적 평가는 ‘썩 좋음’ 혹은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대학 입학 때부터 수재(秀才)였던 경찰대 졸업자들은 경찰 일선에 나가서도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경찰간부의 승진은 경정까지는 시험과 심사로, 총경 이상은 심사만으로 이루어진다. 승진이 능력을 온전히 비춰주는 가늠자는 아니지만, 20대의 경찰대 출신들은 40~50대와 함께 치른 승진시험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리하여 30대 초반에 경감, 30대 중반에 경정으로 초고속 승진을 계속했다.

경찰 내에는 간부후보나 순경 출신 간부 경찰의 텃세가 강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경찰대 출신들이 총경 계급을 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경찰대 출신은 1기생인 윤재옥 경정이 1998년 처음으로 ‘경찰의 꽃’이라는 총경 반열에 오름으로써 이러한 예측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윤총경이 대구 달서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이래, 모두 16명의 경찰대학 졸업생이 총경으로 진급했다. 이들이 군대의 별에 해당하는 경무관, 치안감 등 최고위급 경찰간부로 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

경찰대 폐교론 등장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이력서의 이면(裏面)에는 그늘도 있다. 1·2·3기 등 초기 졸업생들은 부모의 권유에 따라 ‘경찰이 뭔지도 모르고’ 경찰대학에 지원한 경우가 많았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지서(支署)장, 파출소장은 동네유지로 추앙받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국가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르쳐주고, 졸업하면 곧바로 파출소장을 시켜준다니, 부모들은 자식 덕에 동네에서 어깨 펴고 다니자며 엄하게 기른 자식들을 경찰대학에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해서 일선에 배치된 초창기 졸업생들은 1980년대 중반 자신의 친구들이 도로를 점거해 투석전을 벌이며 ‘호헌철폐’를 외칠 때, 전경부대 지휘관이 되어 맞서야 했다. 괴로운 시기였다. 경찰대 2기생 A씨는 “군대를 갔다 와 복학한 고향친구가 Y대 3학년이었다. 그런데 내가 서울 종로거리에서 상황대기를 하던 중 그와 마주쳤다. 얼마나 어색했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초창기 경찰대 출신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경찰서에 배치되니, 이번에는 믿고 의지할 선배와 인맥(人脈)이 없었다. 경찰조직 내에서는 처음 등장한 20대 상관을 부하 직원들은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 같았다. 서장이 주재하는 참모회의에 들어가면 이들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어릿광대 노릇을 하는 술자리의 분위기 메이커는 언제나 젊은 과장들(경찰대 출신)에게로 돌아왔다.

이러니 초창기 경찰대 출신 사이에서는 일찍 진급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회의감이 돌았다. 윗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랫사람들과도 흉금을 터놓지 못하는 물에 뜬 기름 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진 것이다. 개밥의 도토리. 그러자 일부 경찰대 졸업생은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무는 사표를 내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대기업에 특채되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이런 가운데 10여 년이 지나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이번에는 경찰대학 폐지론이 등장해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경찰대 출신들은 병역을 면제받고, 무상으로 교육받는다’ ‘4년간 사관학교와 유사한 교육을 받아 선후배와 동기 간의 결속이 단단한 이들이 차례차례 경찰 간부로 성장하면, 육군 하나회처럼 경찰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집단이 될 수 있다’ ‘경찰대 출신은 사관학교 출신이고 다른 출신은 비사관 출신이냐’ ‘일반 대학 경찰행정학과 졸업자는 시험을 거쳐 경위가 되는데 경찰대학 출신은 바로 경위가 되니 형평에 어긋나는 처사다’ 등이 경찰대 폐지론을 나오게 한 주요 근거였다.

이에 대해 경찰대 출신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이러한 것에 대응하자니 말 그대로 집단화되어 간다는 시비를 당할 것 같고, 그냥 듣고 있자니 경찰 조직의 모든 문제가 우리에게서 비롯된 것처럼 비쳤다. 정말 억울했다.”

경찰대 폐지론이 나온 이유는 우리나라 경찰관 계급이 에펠탑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순경·경장·경사 등 하위직 경찰관 수는 많은 반면, 경위 이상의 간부는 갈수록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2001년 9월 현재 9만여 명의 경찰관(전경과 의경 및 기능·별정직 제외) 중에 경사 이하는 절대다수인 약 8만 명이다. 그리고 경위는 8000여 명, 경감·경정은 2000여 명, 총경은 370명 등 위로 올라갈수록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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