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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의 현장 ⑦|전라북도 무주군

반딧불 쏟아져내리는 청정 고장의 ‘유리알 행정’

  • 양영훈 < 여행작가 > travelmaker@hanmir.com http://www.travelwriters.co.kr

반딧불 쏟아져내리는 청정 고장의 ‘유리알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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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주군 자치행정의 양대 축은 주민복지 증진과 생태환경 보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복지정책을 도입했고,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켜내기 위해 발품과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무주의 하늘과 땅과 물과 인간은 자연스레 아름다운 조화를 엮어낸다.
전라북도 동북부의 산간지방은 흔히 ‘무진장’이라 불린다. 무주, 진안, 장수군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오지(奧地)의 대명사인 함경남도의 ‘삼수갑산(三水甲山)’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이 지역도 백두대간의 주맥과 소백산맥의 연봉(連峰)이 종횡으로 우뚝해서 전라북도의 지붕 구실을 한다. 특히 무주군은 무진장에서도 높은 산이 가장 많고 산세가 험준하다. 해발 1614m의 덕유산(향적봉)을 비롯해 두문산(1051m), 무룡산(1491m), 남덕유산(1507m), 적상산(1029m), 깃대봉(1055m), 백운산(1010m), 시루봉(1105m)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하게 솟아 있다.

산지가 많다보니 사람살이에 필요한 경지(耕地)는 얼마 되지 않는다. 현재 무주군 전체 면적에서 경지는 13%에 불과하다. 반면에 산림 면적은 83%에 이른다. 그런데도 농경지를 기반으로 삼는 1차산업의 비중이 52%나 된다. 나머지 48% 중 3차산업의 비중은 46%이고, 2차산업은 2%밖에 안된다. 이처럼 농업인구가 많은데도 농사지을 땅은 턱없이 부족한 게 무주군의 현실이다.

그러니 인구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198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당시 무주군 인구는 5만6000여 명이었다. 당시에도 전라북도에서 인구가 가장 적고 인구밀도(93명)도 가장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도 큰 폭으로 감소해 3만300여 명에 불과하다.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너나없이 먹고살 길을 찾아서 대전으로, 전주로, 서울로 떠나갔다. 이처럼 극심한 이농현상을 불러온 또 하나의 요인은 열악했던 교통사정이다.

아름다운 도로, 열린 군청

무주군은 충남 금산군과 충북 영동군, 경북 김천시와 경남 거창군, 전북 진안군과 장수군 등과 경계를 맞댄 접경지역이다. 역사적으로는 신라·백제의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며, 지리적으로는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한마디로 동서화합의 중심지이자 내륙교통의 요충지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교통의 사각지대였다. 이웃 금산군이나 영동군에 가려 해도 몇 개나 되는 고갯길을 넘어야 했다. 금산은 지삼치와 서낭당고개, 영동은 압재나 도마령, 김천은 대덕치나 부항령을 넘어가야 당도할 수 있었다. 이렇듯 고개가 많은 무주 땅에서는 국도조차 대부분 구절양장(九折羊腸)이거니와 도로의 확·포장공사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거를 아는 외지인들에게 오늘날 무주군의 변화는 놀랍고도 새롭다.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는 도로사정이다. 2000년 말에 대전-통영 고속도로의 대전-무주 구간이 개통된 뒤로는 무주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동안 서울에서 무주군 최대의 관광지인 구천동으로 가려면 2시간30분을 달려 경부고속도로 영동IC까지 내려간 다음, 다시 19번 국도와 37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1시간쯤 더 달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 톨게이트에서 2시간10분만 달리면 무주IC에 이르고, 여기에서 20여 분만 더 들어가면 구천동이다. 약 1시간이나 단축된 것이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무주IC에서 승용차로 약 5분 거리인 무주읍내에 들어서면 색다른 거리 풍경이 눈길을 끈다. 우선 흔한 아스팔트가 아닌 네모진 작은 돌로 포장된 읍내 중심도로가 이채롭다. 길 중간에는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야생화 화분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고, 양쪽에는 느티나무와 왕복나무 등의 가로수가 시원스레 늘어서 있다. 그냥 바라보는 것도 좋고, 잠시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게끔 단장된 도로다. 무주군 관계자의 말로는 일반 아스팔트 도로에 비해 시공비가 1.5배 가량 더 든다고 한다. 하지만 돌 벽돌은 뜯어낸 뒤에도 고스란히 재활용이 가능하고 사람들에게 정서적 친밀감을 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비싼 것만은 아닌 듯싶다.

울타리나 담장이 없이 개방돼 있는 무주군청 청사도 인상적이다. 돌 벽돌이 촘촘히 깔린 청사 앞마당에는 작은 분수와 한반도 모양의 연못, 그리고 ‘반딧불축제’를 기리는 시비(詩碑)와 돌 의자가 놓여 있어 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앞마당 한쪽에는 장난감 말을 설치해 어린이들이 제집 마당에서처럼 즐겁게 놀다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잔디가 깔린 청사 뒷마당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이자 운동장이다.

청사 내부의 사무실 공간은 은행창구처럼 낮은 칸막이만 둘러진 채로 확 트여 있다. 어디서나 공무원들의 업무 광경을 들여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무가 있는 주민들은 담당 공무원을 쉽게 찾아가 만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무주군청에서는 기존의 폐쇄적이고 고압적인 행정관서의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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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 < 여행작가 > travelmaker@hanmir.com http://www.travelwrit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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