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호

한국이 UAE 방사성폐기물 부담도 떠안나

“외국공급자가 핵폐기물 가져가라”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1-03-23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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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AE 내에 핵폐기물 둘 수 없다”
    • 폐기물처리장 확보 움직임도 全無
    • 정부 “UAE 원전 폐기물 처리” 언급한 적 있다
    • 한전 “계약내용 공개 어렵다”
    한국이 UAE 방사성폐기물 부담도 떠안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14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이 대통령 왼쪽)와 함께 아랍에미리트 브라카에서 열린 원자력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국 원자력공사(ENEC)는 27일(일), 중동지역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UAE 원자력발전사업 프로젝트에 한전컨소시엄이 최종사업자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청와대가 2009년 12월27일 홈페이지에 올린 첫 문장이다. ‘400억달러 UAE 원전 수주’의 ‘쾌거’가 알려지는 순간이다. 이 보도자료에는 ‘한국 역사상 최대의 초대형 프로젝트’ 등 최상급 수식어들이 일제히 동원된다. 오랫동안 전국이 이 빅뉴스로 들썩인다.

    청와대는 “국가대항전 성격의 원전 수주 경쟁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비즈니스 정상외교가 최종사업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이라면서 공(功)을 이 대통령에게 돌렸다.

    UAE 원전의 세 번째 진실?

    그러나 청와대가 침묵해온 UAE 원전의 진실 중 두 가지가 나중에 드러난다.



    첫 번째는 UAE 원전 수주와 연관돼 우리 국군을 UAE에 파병한 점이다. 지난해 11월11일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이 UAE 파병이 원전 수주와 전혀 무관치는 않다고 뒤늦게 밝힌 것이다. 그 이전까지 정부는 원전 수주와 국군 파병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해왔다. 특전사 파병 및 주둔에 드는 연간 100억원대의 비용도 우리가 대부분 부담하기로 했다.

    UAE 파병과 원전 수주가 ‘패키지’라는 점은 UAE 원전 계약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UAE 파병동의안에 반대한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원전 수주를 위해 국군을 파병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 국방장관, 외교장관, 외교안보수석 등 극소수만 본 비밀 합의문건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이를 부인했지만 UAE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공개를 거부했다.

    두 번째는 UAE 원전 공사비 중 100억달러를 우리가 28년 동안 회수하는 조건으로 UAE에 빌려주기로 한 점이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UAE에 빌려줄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여야 의원들은 정부 측 문건이나 증언으로 이 같은 사실에 접근하고 있었다. 인터넷신문 ‘민중의 소리’도 이를 다뤘다. 지난 1월30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이 문제를 보도하면서 공론화됐다. ‘2580’은 “우리나라는 UAE보다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높은 이자로 돈을 꿔와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손해를 보게 된다”며 역마진 발생을 우려했다. 그동안 정부는 이런 이야기를 일절 알린 적이 없다. 불리한 것은 감추고 유리한 내용은 과도하게 홍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일각에선 UAE 원전 수주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가 말하지 않은 세 번째 진실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것은 4기의 UAE 원전이 가동될 경우 필연적으로 쏟아지게 될 핵폐기물에 관한 것이다.

    2010년 4월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강봉균 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강 의원은 “(UAE) 원전 핵폐기물 처리 책임은 우리 한전이 맡도록 돼 있어요. 그렇지요”라고 질의한다. 이어 “(핵무기 개발 우려가 있는) 핵폐기물 처리시설이 (중동인) UAE 내에 있는 것을 미국이 바라지 않았다고 해요”라고 부연했다.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아닙니다. 이 원전 폐기물 처리는 UAE 측이 전적으로 맡도록 돼 있고요. 그리고 지금 관련 국제규범에 따르면 사용 후 핵연료는 자국 이외에 빠져나갈 수 없도록…”이라고 답했다.

    “한전이 다시 가져간다”

    한국이 UAE 방사성폐기물 부담도 떠안나

    UAE 원자력공사의 ‘원자력 정책’ 문건.

    그러자 강 의원은 “자, 제가 한번 보여 드리겠습니다”라면서 자료화면을 제시한다. 이어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다.

    “여기 뭐라고 돼 있냐 하면 ‘It is a novel approach’, 아주 기발한 방법인데 계약자는 사전단계에서 연료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발전되고 난 후 단계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다시 가져가는 조치를 하는 것이다. 여기 나와 있어요. 이게 틀립니까?” 강 의원은 ‘걸프리서치’ 2010년 2월12일자 기사라고 출처를 댔다.

    UAE 원전을 수주한 ‘계약자’인 한국이 UAE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가져간다는 의미다.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깜짝 놀랄 말한 일로 파병이나 수출금융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중대 사안이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의 설명에 따르면 사용 후 핵연료는 방사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된다. 원전 내 방사선 관리 구역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 덧신, 걸레, 기기교체 부품 등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직접처분, 재처리, 중간저장 등으로 관리되는데 우리나라에선 원전 내에서 임시저장 중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지난해 12월24일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에 첫 반입됐다.

    강 의원은 “아까 (한전이 UAE 원전 운영에 참여하는) 60년 동안 돈도 200억달러 번다고 미리부터 얘기하던데 그 과정에서 핵폐기물을 다 UAE 밖으로 실어낼 겁니까, 한전이”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최 장관은 “그것은 국제 규범에 따라 불가능하도록 돼 있고요”라고 다시 반박했다.

    그러나 ‘신동아’ 취재 결과, 정부의 답변과는 달리 UAE가 UAE 원전 핵폐기물을 자국 밖에서 처리할 계획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UAE 언론 보도 및 UAE 원자력공사(ENEC) 문건에서 나타나 있었다. ‘UAE 원전 계약자(한국)가 핵폐기물을 가져간다’는 걸프리서치의 내용과 맥락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UAE 원자력공사는 한전과 UAE 원전 계약을 맺은 당사자다.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발행되는 영어신문 ‘The Nation’지는 2010년 8월26일자 ‘UAE의 원자력 프로젝트’ 기사에서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는 UAE에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어떤 주들(states)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려는 짐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부족 연합체인 UAE 내에 핵폐기물처리시설을 짓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어 UAE 원자력공사의 ‘원자력 정책’ 문건을 인용해 “UAE는 사용 후 핵연료의 임대를 선호한다(UAE would prefer to lease the spent fuel)”고 보도했다. “UAE 원자력공사는 핵폐기물의 레벨을 저감시켜주는 외국서비스를 선호하며 UAE 스스로는 재처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 UAE는 사용 후 연료의 저장 및 관리를 위한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게 이 신문의 보도내용이다.

    UAE 원자력공사의 문건

    ‘신동아’는 이 신문이 인용한 UAE 원자력공사의 ‘원자력 정책’ 문건 전문(17쪽 분량)을 구해 UAE 측이 구상하는 UAE 원전의 핵폐기물 처리 계획이 어떠한 내용인지 살펴봤다. 이 문건에는 “국제적 요구 수준을 반영하면서도 국내 재처리(domestic reprocessing)를 포함하지 않는 종합적인 핵폐기물 관리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고 되어 있다.

    문건은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UAE는 영구적인 저장용량을 줄이기 위해, 만약 제공된다면, 사용 후 핵연료의 양을 저감시켜주는 외국 공급자들의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UAE would also prefer using foreign suppliers′services, if offered, to reduce the volume of spent fuel to reduce permanent storage requirements)”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이 UAE 방사성폐기물 부담도 떠안나

    UAE에 수출될 한국형 경수로 APP1400이 들어가는 신고리원전 3, 4호기 건설현장.

    이러한 외국 공급자들의 서비스들에 대해선 “UAE 밖에서 모든 재처리가 수행되는 조건(These services would be obtained under the condition that all reprocessing takes place outside the UAE)”이라고 못을 박는다.

    이어 문건은 “어떠한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에서도 재처리는 UAE에 의해 고려되고 있지 않다(reprocessing will not be considered by the UAE in any nuclear energy program)”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 문건은 UAE 원전에서 발생될 중·저준위 핵폐기물에 대해선 UAE 자국 내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UAE 원자력공사의 문건은 ‘외국공급자가 핵폐기물(사용 후 핵연료)도 UAE 밖으로 가져가서 처리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관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건 내용상으로는 향후 핵폐기물 처리문제를 놓고 한국과 협의할 사안이 남아 있다는 뉘앙스도 엿보인다.

    UAE 측의 이 같은 계획이 확인된 이상 핵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한국과 UAE가 합의한 계약내용이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내용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원전건설 예정지인 UAE 브라카(Braka)에선 본 공사를 앞두고 부지정지작업과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와 한전을 취재한 결과 UAE 원전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부지선정 등 처리시설 건설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UAE 원전은 지금부터 6년여 뒤인 2017년 5월 1호기가 완공된다. 원전이 가동되면 핵폐기물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7월 방폐장 유치공모부터 시작해 경주 방폐장 건설·가동에 10여 년이 걸렸다. 이런 정황은 UAE가 사용 후 연료 등 핵폐기물을 자국 밖에서 처리하려 한다는 점에 더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한전이 UAE 원전 폐기물 중 일부라도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UAE 원전 업무에 관여하는 인사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2004년 오무전기 사장을 역임하면서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피살사건의 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한 중동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라크 쿠르드 지방정부의 니제르반 바르자니 총리를 접견하는 등 쿠르드 유전개발을 추진했다. 당시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크게 보도될 때 황 소장은 모 언론 인터뷰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쿠르드 유전개발은 현재 이라크 중앙정부의 견제로 흐지부지된 상태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내용이다.

    ▼ 한국이 UAE 원전 핵폐기물을 떠맡을 수 있다고 보는 다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부 발표에 따르면 원전 건설 및 운영 등 ‘초대형 일괄수출’로 돼 있어요. 건설에 200억달러, 운영에 200억달러라고 이야기하고 있고요. 결국 원전 운영에는 그 과정에서 나오는 핵폐기물 처리까지 일괄적으로 포함되는 것으로 보여요. 이는 집을 지어주면서 화장실을 안 지어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죠.”

    ▼ 정부가 UAE 원전의 핵폐기물 처리를 떠맡겠다고 언급한 바 있나요?

    “UAE와의 계약을 성사시킨 직후 정부가 그렇게 언론에 브리핑한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조금 지나서는 핵폐기물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죠.”

    그의 말대로 2009년 12월27일 UAE 원전 수주 직후 여러 언론은 정부 발표를 인용해 한국이 UAE 원전의 폐기물 처리를 맡는다고 보도했다. 다만 당시는 원전 수주 성과가 크게 부각되는 시점이어서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짧게 언급됐다.

    “…폐기물 처리 등 약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운영 부문까지 포함하면 총 400억달러짜리 사업이라고 정부는 밝혔다”(한겨레 12월28일 보도), “이번 한국형 원전 수출은…폐기물 처리까지 원전 전 단계를 일괄 공급하는 형태로…”(한국일보 12월28일 보도), “한전컨소시엄은…폐기물 처리 등 200억달러를 일괄 수주하게 됐다”(세계일보 12월27일 보도)

    이에 따르면 UAE가 핵폐기물의 국외처리를 계획하고 있고 한국이 UAE 핵폐기물을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논리적으로는 한국이 UAE 핵폐기물의 UAE 국외처리를 맡게 되는 것으로 추정될 수도 있다.

    손해 보는 덤핑수출?

    한국이 UAE 방사성폐기물 부담도 떠안나

    경북 경주에 건설 중인 방폐장 동굴공사현장.

    황 소장은 “한국이 UAE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관여하려 한다면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지는 그와의 대화내용이다.

    ▼ UAE 원전 계약에 핵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는 견해가 많은데요.

    “핵폐기물 처리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원전을 수입하는 쪽에서는 반드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따지게 됩니다. 특히 UAE처럼 원전 운영 기술이 없는 나라는 더 하죠. 최근 원전을 도입하려는 나라들이 핵폐기물 처리를 중요한 옵션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은 언론보도로도 확인됩니다. UAE도 마찬가지라고 봐야죠. 미국 원전 건설사에 이 문제를 문의해보니 ‘UAE 원전 계약 시 한국과 UAE는 핵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할지 심도 있게 협의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 자국에서 발생한 핵폐기물은 자국 내에서 관리·처리하는 게 상식 아닌가요?

    “이 점과 관련해 우리가 또 한 가지 짚어봐야 할 점은, UAE 원전을 수주하기 위해 한국이 너무 많이 양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죠.”

    ▼ 그렇게 보는 근거가 있나요?

    “정부 측에선 우리의 가격경쟁력이 높은 것이라고 발표하지만 나는 UAE로 수출하는 원전의 단가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고 우려합니다. 원전 건설은 1kW당 3800~5500달러가 국제시세인데 한국의 수주단가는 kW당 2300~2800달러로 예측됩니다.”

    이와 관련해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UAE 원전 1기를 46억달러에 지어주겠다고 계약했다. 이만한 원전이 세계 곳곳에서 지어지는 데 보통 80억달러가 들어간다”며 덤핑의혹을 제기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의 UAE 원전 수주에 대해 “too good to be true(UAE에 계약조건이 너무 좋아 이게 사실일 수 없다)”고 비꼬았다.

    황 소장은 “원전공사비 100억달러를 28년 상환조건으로 빌려주기로 한 것도 UAE 원전 수출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했다.

    ▼ 지식경제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거론하면서 문제없다고 하는데요.

    “원전을 수출하면서 28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빌려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 보통 상환기간이 15년을 잘 넘지 않아요. 100억달러의 원금 및 이자가 한국에 꽤 압박이 될 겁니다. 여기에다 국군까지 파병해준 것이고요. 이러한 정황으로 봤을 때 원전 수출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 핵폐기물 부분에 대해서도 양보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국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우리 측과 UAE 측의 협의내용이나 계약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연금 투입 반대”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신동아’에 “UAE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자국 내에서 처리해야 한다. 설마 우리나라에 가져오기야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UAE 원전 수출로 우리가 손해 볼 가능성이 있다”면서 “UAE 원전 공사비로 UAE에 빌려주는 100억달러에 국민연금이 들어가는 것은 상환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다.

    한전 관계자는 UAE 원전의 폐기물 처리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 한전이 핵폐기물을 가져간다, 떠맡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답변할 수 있는 게 아닌데요.”

    ▼ 정부나 한전의 관계자 극소수는 UAE 원전 계약내용을 아는 거죠?

    “다 알겠죠.”

    ▼ 공개할 수는 없나요?

    “세계적으로 큰 프로젝트의 모든 내용을 공개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 계약 파기 시 우리가 위약금 같은 것을 물어야 하나요?

    “계약 내용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합니다.”

    UAE 원전 수주 당시 정부는 폐기물 처리도 맡는다고 밝힌 바 있는데 지식경제부 측은 ‘신동아’에 UAE 원전 운영회사가 설립된 뒤 논의할 문제라고 했다. 모호하게 대답하는 모양새로 비친다. 다음은 지식경제부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이다.

    ▼UAE 원전이 2017년부터 준공되면 여기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을 지어야 하지 않나요?

    “네.”

    ▼ 그런데 UAE 내부에선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없는데요.

    “그건 UAE가 알아서 판단하는 거죠. 왜 지금 안 하느냐고 이야기할 수 없는 거죠. UAE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요청이 오면 방폐장은 이렇게 짓는 거라고 우리가 어드바이스는 할 수 있을 겁니다.”

    ▼ 한국이 UAE 원전 운영에 참여하게 되어 있는데요.

    “운영 부문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UAE측이 기술이 전혀 없기 때문에, 생각을 해보세요, 20년 가까이 원전을 짓고 나가버리면 그쪽이 어떻게 운영하겠습니까. 그런 부분 때문에 한전에 ‘운영을 같이 할래’라고 제안을 한 상황이고. 우리 원전이 들어갔으니까 우리에게 의존할 게 가장 많지 않겠는가,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지고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거죠.”

    ▼ 그래서 운영까지 포함해 400억달러라고 발표하지 않았나요?

    “청와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그 부분 수익이 기대되어 400억달러라고 되어 있죠.”

    ▼운영을 같이 한다는 건 핵폐기물 처리도 같이 한다는 의미죠?

    “UAE 원전을 운영하는 회사가 알아서 처리할 겁니다.”

    ▼ 그러니까 우리가 그 회사에 참여하게 될 것이므로 핵폐기물 처리도 함께 지는 것 아닌가요?

    “그건 운영회사가 설립되면 그때 이야기해도 안 늦어요.”

    현대건설 부도의 기억

    ‘2000년 현대건설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부도가 난 2000년 2조98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원인은 이라크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 1조703억원이라고 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시절 무리하게 이라크 공사를 수주했다 회사 부도의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당시 대다수 회사는 ‘위험이 크다’며 이라크에 뛰어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UAE 원전 진출에서, 정부가 말하지 않는 리스크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건은 국가적 역량이 투입되는 사안이다. 실패는 한 기업의 부도 차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2011년 4월호 96~104면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한국전력공사는 UAE원자력공사와 체결한 계약은 원전 ‘건설‘에 관한 계약이며, 향후 원전 운영회사가 설립돼 그 운영에 참가하더라도 운영과정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국내에 반입해 처리할 계획이 전혀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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