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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한국경제 간판 CEO 열전

‘굿모닝!’ 한마디로 뜬 마케팅의 귀재

굿모닝증권 도기권 사장

  • 장인석 < CEO 전문리포터 >

‘굿모닝!’ 한마디로 뜬 마케팅의 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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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 6시면 ‘칼퇴근’하고 골프접대를 모르는 고지식한 CEO. 증권사 사장이면서도 주식투자에 문외한인 도기권 사장을 맞은 굿모닝증권은 지난 2년 반 동안 눈부시게 성장했다. 과연 비결이 무엇일까.
굿모닝증권이 눈부신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1998년(98년 4월~99년 3월) 1904억원의 적자에 허덕였으나 불과 1년 만인 1999년에는 2104억원의 세후 순이익을 올려 업계를 경악케 한 바 있던 굿모닝증권은 증권가가 침체에 빠진 지난해에도 711억원의 세후 순이익을 올려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1999년 당시 3%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은 5.6%로 높아졌으며, 금융상품 판매잔고도 3조원을 훨씬 넘어서 덩치는 중형사인데 실적은 대형사 못지않아 증권가의 ‘경계 대상 1호’로 급부상한 것. 또 2001년 4월 현재 영업용 순자본 비율은 622.2%, 유동비율은 138.9%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굿모닝증권의 진정한 강점은 실적에 나타난 표면적인 수치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차별화된 마케팅, 엄격한 리스크관리, 선진경영기법 도입 등으로 보수 일색이던 증권사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당연히 외국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어설 정도로 글로벌 증권사로 거듭나고 있는 점 역시 굿모닝증권의 미래가 밝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변신이 불과 2년 반 만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굿모닝증권은 1998년 8월만 해도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계획서 제출을 요구받을 정도로 불량 증권사였다. 전신인 쌍용투자증권은 국내 재벌 서열 6위인 쌍용그룹의 주력계열사였으나 1997년 한보그룹과 기아그룹의 부도, IMF사태, 그리고 쌍용자동차의 부실누적으로 심각한 신용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1998년 9월18일 H&Q 아시아퍼시픽사에 쌍용그룹 보유지분 28.11%를 ‘선양도 후결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이후 롬바드(캘리포니아연기금 자금운용회사), GIC(싱가포르투자청), IFC(국제금융공사) 등 선진 외국금융기관들을 대주주로 영입함으로써 외국계증권사로 탈바꿈했다.

1998년 12월 대주주인 외국금융기관들은 CEO로 도기권 시티뱅크 태국 소매금융부문 사장을 영입했다. 이 뉴스는 증권가는 물론 경제계에도 충격을 주었다. 도기권 사장은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데다 증권업무라곤 해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그는 한국의 전문경영인으로서는 너무 ‘어린’ 41세였다. 업계는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고, 일반주주들과 직원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그는 그 모든 것을 일축하고 쓰러져가던 거목에 꽃을 피웠고, 싱싱한 향기마저 내뿜고 있다.

“외국계 회사인 씨티은행에서만 14년을 근무하고 왔기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점이 다르고 생소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전직원이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었지요. 씨티은행은 전직원이 회사에 돈을 벌어준다는 목적 한 가지로 일치단결해서 노를 저어갑니다. 그런데 당시 쌍용투자증권 직원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노를 젓고 있었던 겁니다.”

그의 2년 반은 바로 전직원들이 같은 방향으로 노를젓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어떤 방법을 썼는가.

글로벌 감각을 지닌 리테일 전문가

외국계 대주주들이 도기권 사장을 영입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당시 대주주들이 원했던 사장은 컨슈머 마케팅 또는 리테일(retail) 전문가이자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 두 가지를 겸비한 CEO를 국내기업에서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헤드헌터를 통해 도기권 사장의 정보를 입수한 대주주들은 그가 마음에 쏙 들었다. 그들에게 나이가 어리고, 증권사 경험이 없는 것은 하등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영업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질 리테일 전문가인데다 외국계회사에 꼭 필요한 글로벌 감각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시 매각이 진행중이었는데 매각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씨티은행에서 아주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었거든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MBA를 취득한 도사장은 졸업 직후인 1985년 7월 씨티은행에 입사했다. 미국 본사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취직이 된 그는 귀국해야 할 사정이 있어 한국행을 자원했다. MBA 자격증 덕택에 차장으로 입사한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6년 만에 마케팅, 소매금융 담당 이사로 승진했다. 1996년 씨티뱅크 태국 소매금융부문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그곳에서의 뛰어난 성과로 임기가 끝나면 유럽이나 남미 등 그가 원하는 곳에 부임할 기회를 보장받고 있었다.

“직위가 로컬에서 인터내셔널 스태프로 승진하게 되면 뉴욕 본사의 지휘하에 세계를 무대로 근무하게 됩니다. 씨티은행은 전세계에 지점이 퍼져 있으니까 말하자면 경영의 용병이 되는 셈이죠. 태국에서 좋은 실적을 얻자 경영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경영이란 문화나 환경이 달라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도기권 사장이 관심이 없다고 하자 대주주들은 “어드바이스라도 해달라”며 계속 접촉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모두 쌍용투자증권의 대주주들이었고, 그들과의 만남은일종의 인터뷰였다.

매각에 성공한 후에도 그를 영입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자 그는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같은 CEO라도 층층시하의 씨티은행보다는 혼자서 결정을 내리고 이끌어 가는 쌍용투자증권에서 꿈을 펼쳐보자는 의욕이 생겨났던 것이다.

하지만 첫출발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재벌기업이 갖고 있던 보수성이 그의 개방과 혁신의 바람을 거세게 막았다. 회사를 위한다고 하는 일인데도 믿어주지 않고 등을 돌리는 직원들도 있었고, 심지어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도 꽤 있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부하직원과 일하는 문제 때문에 불편한 적은 없었습니다. 씨티은행에서도 28세에 지점장이 된 이래 항상 저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과 일하는 게 습관이 돼서 서로 잘 대해주는 노하우가 몸에 밴 것 같아요.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건 잘못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사실 외국 기준에서 보면 40대 CEO는 나이가 적은 게 아닙니다. 40대에게 기회를 잘 안 주는 우리 나라 기준으로 보면 적은 나이지만, 저도 인생의 굴곡을 겪을 만큼 겪었고, 40대면 하나의 회사를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연륜을 쌓은 셈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군에서 제대하기 전까지는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인물이다. 대학 시절, 4학년 때 유학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올A를 맞았어도 3학년까지의 성적이 형편없어 전학년 평점이 2.5밖에 안 될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그가 제대하고 학교를 찾아가자 송복 교수가 도사장의 손을 잡고 “기권아, 이젠 공부해야지” 하고 타일렀을까.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 왔으나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한동안 방황했던 게 학업을 게을리한 결정적 이유였다.

그래서인가, 그에게서는 승승장구하는 해외파 출신 CEO라면 으레 풍기는 귀족적인 면모를 볼 수 없다. 오히려 우직하고 선 굵은 모습이 노가다를 연상케 한다. 수식어가 많지 않은 그의 화법은 솔직 담백해 오히려 설득력이 크다. 하지만 취미가 거의 없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인데다 6시면 ‘칼퇴근’해 집으로 곧장 들어가는 사람이라 재미가 없다. 또 술 담배를 일절 하지 않는데다 직원들과 어울려 놀기를 즐기지 않는 타입이라 친해지기도 쉽지 않다.

“글쎄요, 같이 술 마시고 어울리다 보면 빨리 친해질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임기응변보다 한결같은 일관성으로 직원들을 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일 이외의 부분에 대해선 직원들에게 매우 관대하다. 직원을 평가할 때도 능력 외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때문에 굿모닝증권 직원들에게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그 대가는 온다”는 믿음이 생겼고, 그것이 직원들의 역량을 결집하는 밑받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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