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금의 나라’ 한국! 골드러시 시작됐다

대한광업진흥공사의 황금맥 찾기

  • 안영배 < 동아일보신동아기자 > ojong@donga.com

‘금의 나라’ 한국! 골드러시 시작됐다

1/5
  • 금 불모지대로 여겨온 전남 해남에서 고품위의 금광이 발견됐다. 확인된 금광 매장량은 139만4000t(순금으로는 5.4t, 493억원어치). 이로써 1998년 이후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금을 올해부터 다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해남 외에도 태백산 일대 등 여러 곳에서 금광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연 한국은 세계적 금 생산국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
21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1년초, 국내 자원개발의 총사령부격인 대한광업진흥공사(이하 광진공)의 자원탐사처 사무실. 장병두 자원탐사처장은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사진자료를 보고받았다. 프랑스의 인공위성 스폿(SPOT)-XS가 전남 해남 부근의 지형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장처장의 지휘 아래 광진공 기술진은 며칠 동안 사진을 면밀하게 조사한 끝에 금광이 있음을 의미하는 여러 간접 증거를 찾아냈다. 놀랄 만한 결과였다. 원래 이곳은 납석을 채굴하던 광산이 있던 곳으로 15년 전부터 금이 있다는 소문만 나돌았을 뿐 그 누구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버려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인 광상(鑛床)이론에 의하면 해남과 같은 화산지대에서는 금이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맥이 있다니….

과거에는 자원을 개발할 때 사람이 직접 자원을 탐사하거나 비행기로 사진을 찍는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의 자원탐사에서는 거의 인공위성을 이용한다. 인공위성의 카메라는 1m 크기의 물체까지도 식별할 정도로 성능이 발전해, 금이나 은 등 땅속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제공해준다.

물론 인공위성이 직접 금을 찾아주는 것은 아니다. 첨단 컴퓨터 탐사 기기를 장착한 인공위성은 조사 대상지역에 존재하는 단층, 절리, 암맥의 구조선 등을 찾아낸다. 땅 위의 틈은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위성 사진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바로 이런 틈 속에 지하자원이 숨어 있거나 틈을 따라 지하자원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사진에서 이런 틈이 나타나면 지하자원 탐사가들은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다.



채산성 없는 금은 그림의 떡


다음에 해야 할 일은 현장 지질조사다. 예를 들어 금을 찾는 탐사가들은 주변의 지질환경은 어떤지, 차돌 속에 금이 들어 있는지, 지하수에 금이 녹아 있는지 등을 조사한다. 광물에 박혀 있는 미세한 금 입자를 찾기 위해 전자현미경을 들이대고, 전파를 땅밑에 쏘아 지하구조를 측정하기도 한다.

장처장은 외부의 주목을 끌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주면서 자원탐사팀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노다지 낭보를 냈다가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 그는 몇해 전 경북 성주 수륜광산의 금광 탐사작업을 잊을 수 없다.

1998년 7월 경북 성주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금광맥(金鑛脈)을 발견했다는 언론보도가 터져나왔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금광으로 각광받은 금덕광산 및 주변 285ha(현 수륜광산)에서 큰 금맥이 발견됐고, 지하부분을 뺀 지표상의 금광석 매장량만 34만4420t(순금 7.2t)으로 추정되며, 오는 2001년부터 본격 생산에 착수해 향후 10년간 연간 1t씩 금을 생산할 있다는 게 당시 언론보도의 요지였다.

이 낭보는 IMF 환란으로 ‘제2의 국채보상운동’으로 불린 금 모으기 운동이 눈물겹게 진행되던 당시 상황과 맞물려 전국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떤 이들은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라 여겨 감격해마지 않았다.

이어 수륜광산측에서는 본격적인 금광 개발을 위해 광진공에 품위(금광석 1t당 순금함유량)를 따지는 시추작업을 의뢰했다. 품위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경제성이 있기 때문. 광진공 조사 결과 초기 시추 분석에서는 1t당 평균 20.8g으로 전국 최고 품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나 역시 흥분을 금치 못했고 이것이 또한번 언론보도를 타기도 했다.그러나 이후의 정밀 시추 분석 결과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평가가 나와버렸다.

문제는 역시 채산성. 가채광량(매장량 중 기술적으로 채광이 가능한 광석 중량)이 많다 해도 금값보다 금을 캐내는 비용이 더 든다면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후 수륜광산에서는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금생산 소식이 없다.

금광 개발과 채산성의 함수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서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98년초 서울 마포의 아파트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금맥이 발견됐다. 공사장에서 채취한, 반짝거리는 돌덩이들을 분석한 결과 1t당 금함유량이 14.5g. 보통 10g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문제는 이곳이 서울 도심의 금싸라기 아파트 개발지라는 점. 결국 금을 채취해 창출할 이득에 비해 아파트 개발이 더 경제성이 있다는 이유로 그냥 묻어두고 말았던 것이다.

아무튼 과거의 일을 거울 삼아 광진공 기술진들은 1년간 해남지역에서 ‘티나지 않게’ 지질 광상조사, 물리탐사, 시추탐사 등을 끝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2월 순금량 5.4t(금광 매장량은 140만t)으로 500억원 규모의 대형 금광을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이 1998년 이후 전량 수입했던 금을 다시 생산하게 된 순간이었다.

생산 규모도 연간 1.5t(137억원 상당) 산출 기준으로 4년간 생산할 수 있어서 경제성도 있었다. 2000년 기준으로 내수용 금 소비량(44t)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지만, 어쨌든 한국이 과거 금생산국으로서 가졌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한 셈이다.
1/5
안영배 < 동아일보신동아기자 > ojong@donga.com
목록 닫기

‘금의 나라’ 한국! 골드러시 시작됐다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