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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수’ 정수일 박사의 이슬람 문명 산책 10

낙타 등에서 돔 양식, 엉덩이에서 시 운율 나와

낙타 등에서 돔 양식, 엉덩이에서 시 운율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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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의 문학과 예술은 내용과 형식에서 이슬람문명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을 공유한 이슬람의 문학과 예술은 표현수단인 언어와 민족전통을 기준으로 하여 아랍권, 페르시아권, 터키권, 중앙아시아권, 인도권, 말레이권, 중국권, 아프리카권 등 주요한 몇 개의 권역(圈域)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아랍권은 이슬람 문학과 예술의 발단과 발달과정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슬람에서 이해하는 문학과 예술의 개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그것과 같을까, 다를까. 문학(아다브, adab)과 예술(팟느, fann)이 다같이 창조적으로 미적 이념을 표현한다는 점, 정신을 정화하는 배설기능을 수행한다는 점, 문학은 언어라는 간접재료를, 예술은 색과 형태가 있는 직접재료를 사용한다는 점 등에서는 이슬람이나 우리의 보편적인 이해가 같다. 또한, 예술이란 개념이 동서양이나 이슬람에서 모두 ‘기술(技術)’이란 어원에서 유래되었다는 점도 신통하게 일치한다.

원래 그리스어의 ‘테흐네’나 라틴어의 ‘아르스(ars)’, 영어의 ‘아트(art)’, 프랑스어의 ‘아르(art)’, 독일어의 ‘퀸스트(knst), 그리고 중국어의 ‘예(藝)’나 아랍어의 ‘팟느’는 모두 기능이나 재주, 즉 기술을 뜻하는 단어였으나 근대학문이 정립되는 18세기경부터 넓은 의미의 기술과 구별하기 위해 그 뜻을 좁혀 ‘예술’이란 학문적 개념으로 한정시켰다. 그리고 예술을 크게 공간예술과 시간예술로 분류하는 것이나, ‘아름다운 예술’을 ‘미술’이라고 부르는 것도 영어나 프랑스어, 중국어나 아랍어, 한국어에서는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문학과 예술의 상호관계나 각자의 위상 및 내용에서는 서로 이해하는 바가 다르다. 넓은 의미에서 문학은 예술의 한 부분으로 구상예술에 속한다. 그러나 이슬람에서는 역대로 문학이 차지하는 높은 위상과 역할, 그리고 예술의 상대적 한계성으로 인해 문학이 예술의 한 종속부분이 아니라 독자적인 분야로 간주되어 그 기능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문학에 대한 이해와 그 전개과정은 비이슬람지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아랍어 ‘아답(오늘의 문학)’은 ‘우아’ ‘단정’ ‘교양’ ‘고상한 도덕’ ‘예절’ 등 인간의 훌륭한 심성을 나타내는 뜻의 단어였다. 그러다가 이슬람이 출현한 뒤 주변의 여러 문명, 특히 페르시아문명의 영향을 받아 그 뜻이 시문(나즘 nazm)이나 산문(나스르 nathr)이란 언어수단을 통해 인간의 정신세계를 순화하는 고유학문(주로 시학, 음률학, 문법학)인 문학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통일적인 이슬람제국이 붕괴한 후 사양길에 접어든 전통 이슬람 학문을 보전하려고 시도한 역사사회학자 이븐 칼둔(1332~1406)은 이슬람 문학이란 “아랍식으로 시문과 산문의 기술(技術, 팟느)에 정통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문학을 12학과(일름 ‘ilm), 즉 언어학 서체학 시학 시운학(詩韻學, 아루드) 각운학(脚韻學, 까피야) 품사학 형태학 파생학(派生學, 이스티까끄) 수사학(修辭學, 마아니) 미문학(美文學, 바디아) 연설학 산문학으로 나누었다. 이것이 문학에 대한 이슬람의 전통적 이해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아답’이란 개념은 확대·분화되어 이중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즉 한편으로는 이븐 칼둔이 정의한 바와 같은 고유한 의미의 ‘문학’이란 전칭(專稱)을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시나 소설, 희곡, 수필, 문학평론 등 장르를 아우르는 문학의 보편적(현대적) 개념과 대체로 부합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 복수인 ‘아다-브(adb)’는 하나의 학문계보 개념으로 그 의미가 크게 확대되어 자연과학과 구별되는 ‘인문과학’을 범칭하고 있다.

이슬람문학과 예술의 발달사를 훑어보면, 그 주제가 꼭 ‘이슬람교적인 것’만은 아니었고, 또 창작에는 비무슬림들도 큰 족적을 남겨놓았으며, 언어를 비롯한 재료(수단)들도 다종다양했다. 왜냐하면 지구상 13억 인구를 아우르는 이슬람이 이슬람교란 종교이념을 바탕으로 하여 하나의 문명공동체를 형성하기는 했지만, 그 구성원은 민족이나 언어, 전통이나 풍습, 자연환경이나 생활여건, 심지어 종교 등에서 실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의 예술인 문학에서 이러한 차별성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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