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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동선 추적하면 ‘北 도발’ 사전 포착

미사일 발사·핵실험 전후엔 인근에 살다시피 시찰

  • 고재홍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kjh0022@chol.com

김정일 동선 추적하면 ‘北 도발’ 사전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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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공식매체에 매일같이 소개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찰 소식을 모아 그 동선(動線)을 추적하면 특정 군사행동에 얽힌 북한 최고지도부의 의사결정체계를 알 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대부분의 시찰을 군부대에 집중하는 그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특히 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실험을 앞두고는 해당 지역인 강원도 깃대령 인근과 함경북도 일원에 시찰활동이 절대적으로 집중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이렇게 볼 때 향후 유사한 군사행동이 있을 경우 수개월 전부터 그 징후를 감지할 수 있으리라는 게 필자의 결론이다.
김정일 동선 추적하면 ‘北 도발’ 사전 포착

2002년 5월1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해군사령부 시찰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는 ‘로동신문’ 1면. 서해교전 60일 전이었다.

지난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학계와 언론에서는 다양한 추론이 제기됐다. 김정일 주도설, 군부 주도설, 당군(黨軍) 갈등설 등 평양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이견이 엇갈렸다. 이러한 혼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5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철도연결 시험운행이 소위 “북한 군부의 반대”라는 이유로 취소된 사건이 있었다. 북한의 주요 군사행동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군부 사이의 영향력에 대해 의문을 촉발한 계기였다.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북한의 주요 군사행동, 즉 두 차례에 걸친 서해상에서의 교전이나 지난해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은 강경 성향의 북한 군부가 주도한 것일까, 아니면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직접 계획하고 실행한 것일까(필자는 김정일의 직함과 관련해 국가지도자로서의 ‘국방위원장’과 군통수권자로서의 ‘최고사령관’을 분리해 사용하고 있다-편집자).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한 한 가지 시도가 최고사령관 김정일의 동선(動線)을 파악하고 이것이 주요 군사행동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분석해보는 작업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움직이고 시찰한 지역과 비슷한 시기 북한의 주요 군사행동이 이뤄진 지역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상관관계가 확인된다면 이는 주요 군사행동을 북한 군부가 아닌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직접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는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북한군을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고,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향후 군사행동 역시 김정일이 주도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가능케 한다. 뒤집어 말해, 향후 김정일의 시찰지역을 꼼꼼히 분석하고 이를 북한의 주요 군부대 배치상황과 맞춰보면 북한이 어떤 종류의 군사행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정일 동선, 어떻게 추적할까

간단해 보이는 이러한 전제는, 그러나 실제로 작업에 들어가면 그리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보안상’ 공개가 제한된 김정일 최고사령관의 군부대 시찰동선을 파악할 수 있느냐 여부다.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활동 가운데 상당수는 북한 언론의 1면을 장식하며 공개된다. 그러나 해당 부대의 대호 이외에 부대 위치나 부대 병종은 공개되지 않으며, 심지어 정확한 날짜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공개된 활동 이외 비공개 시찰도 상당수 있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를 극복하려면 10여 년에 걸쳐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활동을 소개하는 ‘로동신문’이나 ‘(총서)불멸의 향도’ 같은 북한의 공식 선전책자와 탈북자들의 기록을 교차 확인해, 대호로만 돼 있는 부대들의 위치와 기능을 파악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축적된 자료를 꼼꼼히 대조하면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 동선이 서서히 드러난다.

우선 일반적인 틀이 눈에 띈다.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하루는 북중 국경경비부대를 시찰하고 다음날 휴전선 인근 전연군단 내 관할부대를 시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산맥으로 동서가 분명히 나뉜 북한의 지형 특성상, 서북부 지역에 주둔한 425기계화군단을 시찰하고 다음날 동북부 지역의 9군단을 시찰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김정일이 평남 개천의 제1비행사단인 공군 제797군부대를 방문한 다음날 함경북도 경성군에 사령부를 둔 제264군부대를 시찰한 경우를 보자. 차량을 이용해 묘향산맥과 북대봉산맥(개마고원)을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군용기를 이용했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김정일이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세간의 속설은 해외에 나갔을 때만 해당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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