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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

2011년 다보스포럼 참관기

‘새로운 현실’의 우울한 불확실성 공동의 대안은 가능한가

  • 문정인│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cimoon@yonsei.ac.kr

2011년 다보스포럼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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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1월말 전세계의 정치지도자와 기업가, 금융계 최고경영자(CEO), 언론인, 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은 이미 국내외 언론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지 오래다. 1971년 시작해 올해로 41차를 맞이한 다보스포럼에 매년 참석해 ‘신동아’에 참관기를 기고해온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1월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2011년 포럼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본 기록을 보내왔다.
  • ‘신동아’ 2009년 3월호와 2010년 3월호에 실린 예전 참석기와 비교해보면 한 해 동안 일어난 세계의 변화와 그에 대한 지구촌 유력인사들의 인식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2011년 다보스포럼 참관기
35개국 정상 참석, 100여 개 국가 주요기업 CEO 등 총 2500명의 참석자, 총 250개의 세션. 숫자로 본 올해 다보스포럼의 규모다. 올해로 네 번째 참석한 필자가 느끼기에 포럼은 최근 2~3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했다. 41년 전 포럼이 처음 시작할 때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회의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그 외에도 매년 여름 중국에서 열리는 하계 포럼과 11월말 두바이에서 열리는 글로벌어젠다 정상회의 같은 세계적인 차원의 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지역별 모임이나 주제별 포럼도 세계 곳곳에서 수시로 열리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모임과 네트워크를 통해 다보스포럼은 이제 사실상 유엔에 견줄 만한 비정부 세계조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무서운 변화다.

그러나 이번 포럼을 돌아보고 난 후 필자가 느낀 솔직한 소회는 현실진단은 타당성이 있으되 처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가 갖가지 위험(risk)에 노출돼 있다는 인식에는 나름대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쇠락, 인도의 부상

이번 포럼에서 필자의 눈에 들어온 흥미로운 사실 가운데 하나는, 이전에 크게 부각됐던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G2 구도가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불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천더밍 상무부장이 기업인 66명을 이끌고 참석한 중국의 경우, 원자바오 총리와 리커창 부총리 등 최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던 이전에 비해 정치적 위상이 사뭇 낮은 참석자들이 주를 이뤘다. 이미 명실상부한 G2의 반열에 올라섰으므로 더 이상 공연히 목에 힘을 줄 필요가 없다는 중국의 묘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대신 유럽의 금융위기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다 보니 이들 국가의 수반들은 거의 대부분이 참석했다. 사실상의 비공식 정상회의가 열린 셈이다. 특히 이들은 유럽통화동맹(EMU)에 속한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위기가 유로화의 해체라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하고 있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참여한 정상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유로화 동맹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한 이유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힘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1월27일 오후 메인홀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발제를 맡은 개발도상국의 만성질환에 관한 포럼이 열렸다. 다음 차례는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과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참석한 WTO 관련 토론이었고, 마지막 순서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기조발제를 맡은 세션이었다. 첫 번째 세션이 열렸을 때는 빈 자리가 많았던 메인홀이 두 번째 세션에서는 꽉 찼고, 마지막 세션에서는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유엔 사무총장보다는 중국 상무부장이나 WTO 사무총장에게, 다시 그보다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최근 국제무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화였다.

일본의 쇠락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기조발제를 맡은 1월29일 오전 세션의 흥행이 극히 저조했던 것이다. 자국 총리가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흥행에 실패하자 일본 측 참석자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사색이 됐다. 같은 날 오후 열린 ‘일본의 부활’세션에서도 총리가 개회사를 하고 일본 정재계의 기라성 같은 인사들이 패널로 나섰지만 참석자는 60~70명에 불과했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일본의 자신감이나, 잦은 총리 교체로 상징되는 일본 정치의 불안정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품고 있는 불신이 한꺼번에 확인된 셈이었다.

반면 인도에 대한 관심 집중은 가히 눈부시다 할 만한 수준이었다. 무려 800만달러가 들었다는 ‘인도의 밤’ 행사는 최대의 성황을 이뤘고, 이는 인도가 새로운 힘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세리머니와 다름없었다. 20세기를 지배했던 서구의 패권이 사그라지고 대신 브릭스(BRICs)로 상징되는 신흥국가들, 특히 중국과 인도로 힘이 옮겨오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밤이었다.

이번 포럼의 세션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른바 ‘새로운 현실(new reality)’에 대한 진단, 2011년 이후 중장기 경제전망, G20의 역할과 평가, 지구촌이 맞닥뜨린 갖가지 위험에 대한 효과적 대응 메커니즘이 그것이었다. 이제부터는 이들 주요 주제와 관련해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하나씩 짚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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