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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불의한 정부에 대한 도덕적 저항의 근거

  • 김학순│언론인·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불의한 정부에 대한 도덕적 저항의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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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정부에 대한 도덕적 저항의 근거

‘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231쪽, 1만 원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 개척자인 에리히 프롬은 인류 역사가 불복종 행위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발 나아가 불복종하는 능력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종말을 막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확언한다. 프롬은 ‘불복종에 관하여’란 역작에서 ‘신화’를 동원해 자신의 논리를 풀어나간다.

“아담과 이브에 관한 히브리 신화와 마찬가지로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그리스 신화는 인간의 모든 문명이 불복종의 행위에서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에게서 불을 훔침으로써 인류의 진보를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 만약 프로메테우스의 범죄행위가 없었다면 인류 역사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담·이브와 마찬가지로 프로메테우스도 불복종으로 인해 벌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후회하지도 용서를 빌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 있게 말했다. ‘신들에게 복종하는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있겠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1년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Protester)’를 선정한 걸 보며 프롬의 통찰이 그리 틀리지 않았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기존 체제에 불복종을 선언한 시위자들은 지난해 벽두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을 필두로 중동을 넘어 지구촌의 정치질서를 다시 짜고 ‘민중의 힘(피플 파워)’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정립했다. 튀니지 국민은 “우리는 이 정권(벤 알리 대통령 정권)이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거리에서 ‘시민불복종’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끝내 뜻을 이루어냈다.

이 같은 현대의 시민불복종운동은 19세기 미국 문필가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월든’과 더불어 소로의 2대 대표작으로 꼽히는 ‘시민의 불복종(Civil Disobedience)’은 세계 역사를 격변시킨 선구적 저작으로 손색이 없다. ‘시민의 불복종’은 50여 쪽(편집에 따라 20~30쪽이 되기도 한다)에 불과한 짧은 팸플릿 분량이지만 영향력의 무게는 10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과 견줄 수 없을 정도다.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 인도독립운동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 미국 흑인민권운동의 영웅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멘토 역할까지 하게 된 한 권의 책이 역사의 거대한 물굽이마저 돌려놓을 수 있음을 명증해준다.

정의에 대한 존경심

소로는 6년 동안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다 경찰에 붙잡혀 하루 동안 감옥생활을 했다. 그가 세금 납부를 거부한 것은 흑인 노예제도를 고수한데다 멕시코 침략전쟁까지 일으킨 당시 미국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 뒤 소로는 개인의 자유에 대립되는 국가 권력의 함의를 진중하게 성찰했다. 결과는 대중 강연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강연문을 일부 고쳐 ‘미학’지에 ‘시민 정부에 대한 저항(Resistance to Civil Government)’이라는 제목의 글로 발표했다. 이 글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시민의 불복종’이란 제목의 책과 개념어로 더 널리 전파됐다.

이 책은 정당하지 못한 정부에 도덕적으로 반대하는 개인은 저항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소로는 정부가 불의를 행하는 하수인이 되라고 요구한다면 법을 어기라고 단호하게 충언한다. 책에는 핍박받는 이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명구가 가득하다.

“사람 하나라도 부당하게 감옥에 가두는 정부 밑에서, 정의로운 사람이 있을 곳은 역시 감옥뿐이다.”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이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운 인간으로 만든 적은 없다. 오히려 법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선량한 사람조차 매일매일 불의의 하수인이 되고 있다.”

“당신의 온몸으로 투표하라. 단지 한 조각의 종이가 아니라 당신의 영향력 전부를 던져라. 소수가 무력한 것은 다수에게 다소곳이 순응하고 있을 때다.”

“정부의 성격과 처사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으면서도 충성과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의심할 나위 없이 정부의 가장 성실한 후원자들이고, 따라서 개혁에 가장 심각한 장애가 될 경우가 많다.”

“오늘날 이 미국 정부에 대하여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 올바른 자세일까? 나는 대답한다. 수치감 없이는 이 정부와 관계를 가질 수 없노라고 말이다. 나는 노예의 정부이기도 한 이 정치적 조직을 나의 정부로 단 한순간이라도 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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