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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아닌 인간으로 바라보라

불안해서 불행한 동성애자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괴물’ 아닌 인간으로 바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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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애자는 동성애자여서 불행한 게 아니다. 가족과 사회가 그들을 괴물 취급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불행하다. 동성애자임을 감춰야 하기에 불안해서 불행하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발적으로 ‘커밍아웃’하는 경우는 드물다. 동성과 스킨십하는 것을 가족이 보거나 휴대전화에 저장한 사진이 발각돼 ‘비자발적 커밍아웃’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자녀가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면 가족은 어떻게 해서든 바꿔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동성애를 이성애로 바꾸는 신약은 없다. 상담은 본인에게 의지가 있을 때 효과가 있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이성애자가 되려 해도 쉽지 않다. 인간의 성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본성, 자라난 환경, 현재 처한 상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性 호르몬의 마법

‘괴물’ 아닌 인간으로 바라보라

일러스트·김영민

인간의 성별은 성염색체가 결정한다. 성염색체가 XY이면 남성, XX이면 여성이다. 염색체가 결정되더라도, 임신을 하고 처음 수주 동안 태아의 신체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다. 태아의 몸 안에는 아직 고환(정소), 난소가 없다. 생식기도 구분할 수 없다. Y염색체가 존재하는 경우 H-Y항체라는 물질이 작용해 고환이 발달한다. 일단 고환이 몸 안에 생기면 남성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러면 남자 성기가 발달하게 된다.
그런데 Y염색체가 있더라도 H-Y항체가 없거나 태아가 H-Y항체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환이 발달하지 않는다. 남성 염색체를 지닌 태아의 몸에서 난소가 발달하기도 한다. 남성 호르몬이 없으면 겉으로 드러나는 태아의 생식기 역시 여성의 모습으로 발달하게 된다. 즉 태아가 남성의 모습이 될지 여성의 모습이 될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남성 호르몬 유무다.
성염색체가 여성이고 태아 몸속에 난소가 형성됐더라도, 질환으로 임신기간 중 남성 호르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아이의 성기가 툭 튀어나와 있기는 한데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중간 형태를 띠게 된다. 혹은 남자인 것처럼 보이는 성기가 발달할 수도 있다. 반대로 태아가 Y염색체를 지녔고 고환이 있더라도 질환으로 인해 남성 호르몬이 없거나 남성 호르몬에 태아가 반응을 안 하면 태어났을 때 여성의 생식기를 지녔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로 오해받는다.
남성 호르몬은 생식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뇌에도 영향을 준다. 어떤 태아의 생식기는 남성 호르몬에 잘 반응해 남성 성기로 발달하는데, 뇌는 상대적으로 남성 호르몬에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성기는 남자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행동은 여성스러울 수 있다. 이런 경우 나이가 들면서 여성이 아닌 남성에게 성적 흥분을 느낀다. 반대로 성별로는 여성이지만 행동은 여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나이가 들면서 여성에게 성적 흥분을 느낄 수도 있다. 이렇게 섹스 지향성은 어느 정도 타고난다.



동성애자, 성전환자

유전의 영향에 대해 연구할 때 가장 흔히 활용되는 것이 쌍둥이 연구다. 미국에서는 입양아동에 대한 추적 연구가 이뤄지곤 하는데, 각기 다른 가정에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쪽이 동성애자이면 대략 50% 내외에서 다른 한쪽도 동성애자로 나타났다. 이란성 쌍둥이는 약 20%, 형제의 경우는 약 10%가 어느 한쪽이 동성애자이면 다른 한쪽도 동성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순수한 동성애자가 1%를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렇듯 이성애자가 될지, 동성애자가 될지 여부는 상당부분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생물학적 본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섹스 지향성과는 다른 성 정체성이 있다. 성 정체성은 만 3세가 되면 나타나는데, 부모 혹은 사회의 양육태도가 주된 영향을 준다. 어떤 남자아이가 남들이 여자로 착각할 정도로 곱상한 외모를 지녔더라도 “너는 남자다”라는 암시를 받으면서 성장하면 자신을 남자로 여긴다. 어떤 여자아이가 남들이 남자로 착각할 외모를 지녔더라도 “너는 여자다”라는 암시를 받으면서 성장하면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한다.
남자아이들과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고 여자처럼 보이는 것에 관심이 없는 여자아이를 ‘톰보이(tomboy)’라고 하는데, 이들 중에서 여성 동성애자가 되는 경우는 극소수다. 어려서 남자아이들과 노는 것을 싫어하고 여자아이들과 놀려고 하는 남자 아이들 역시 성장해서는 대부분 이성을 만난다.
동성애자 대부분은 어느 정도 분명한 성 정체성을 지녔다. 남성 이성애자가 매력적인 여성을 보면 성적으로 흥분하듯,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 성 정체성은 남성인데 매력적인 남성을 보면 흥분한다. 여성 동성애자는 성 정체성은 여성인데 매력적인 여성을 봤을 때 흥분한다. 그러나 남성 동성애자는 자신이 남자라는, 여성 동성애자는 자신이 여자라는 성 정체성을 갖고 살아간다. 흔히 남성 동성애자에겐 여성적인, 여성 동성애자에겐 남성적인 면모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동성애자가 아닌데 동성애자로 소문이 나 고통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
성전환자(트랜스젠더)는 다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고 싶어 하는 환자는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성 정체성은 여성이다. 섹스 지향성도 마찬가지다. 매력적인 남성을 봤을 때 흥분한다. 따라서 남성이 자신을 여성으로 대해주길 바란다. 여성이 돼 남성과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 남성으로 성전환을 소망하는 환자는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성 정체성은 남성이다. 따라서 여성이 자신을 남성으로 대해주기를 바란다. 남성이 돼 여성과 섹스를 하고 싶다.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는 성적 소수자라는 커다란 범주에 포함되지만 완전히 별개의 성 정체성을 가졌다.



왜곡된 기억, 왜곡된 연구

동성애자 자녀를 둔 부모는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기 전에는 정신분석가 중에서도 부모의 양육 태도에서 그 원인을 찾는 이들이 있었다. 한때 정신분석학에서는, 남자아이는 어머니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다고 가정했다. 그런데 어머니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아버지가 알아채면 처벌당할까 두렵다. 그 때문에 아이는 차라리 아버지처럼 되어 다른 여자를 소유하고자 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성애가 발달한다는 것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처벌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거세공포’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그런데 한동안 정신분석에서는 동성애자의 경우 성장과정에서 정상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가정을 지배하면서 무능력한 아버지를 경멸하거나, 어려서 아버지가 사망하거나 이혼해서 부재하거나, 아버지가 공격적인 경우에도 자녀는 아버지를 심리적으로 회피하고자 하면서 아버지가 부재하게 된다. 이 때 아들은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자신이 남자다워지면 어머니의 사랑을 잃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두려움 때문에 동성애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딸은 반대다. 어머니가 너무 싫다. 아버지가 너무 좋다. 그렇다 보니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어머니에 대한 경멸과 거부감으로 인해 여성이 싫다. 그렇다 보니 여성 동성애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론이다. 하지만 요즘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꼼꼼하게 살펴보니 조사 방법에서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연구 대상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인식하기 전에는 부모와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인식하고 심리적 갈등을 겪으면서 과거의 기억이 왜곡됐다. 그러면서 자신이 동성애자인 이유를 가족에서 찾게 됐다. 심리적 합리화가 이뤄지면서 심리적 효과로 인해 연구 결과도 왜곡된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일반인보다 동성애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트라우마가 있다. 유아기 및 청소년기의 성폭력이다. 남자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하면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에 큰 상처를 받는다. 성폭력을 당한 뒤 생긴 수치심 때문에 여자아이를 이성으로 대하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동성애로 나아갔다는 사례도 더러 있다. 여자아이 역시 성장 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하면 남성에 대해서 두려움과 거부감이 생겨난다. 이로 인해 이성을 거부하고 동성을 선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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