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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베트남 유전개발 성공은 우리 기술의 쾌거”

이수용 한국석유공사 사장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yj@donga.com

“베트남 유전개발 성공은 우리 기술의 쾌거”

한·베트남 관계가 석유 공동 개발로 깊어지고 있다. 현재 베트남은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적극 추진하면서 외국 석유회사들을 부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석유회사인 한국석유공사는 1992년부터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 베트남’과 손잡고 베트남 유전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베트남 남동부 해상의 15-1광구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했다. 당초 세계 유수의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이 광구에서 개발을 시도했으나 중도에 포기했다.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참여한 한국기업 SK는 이번 개발로 엄청난 이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개발 과정을 한국석유공사 이수용 사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이번에 발견한 유전은 어느 정도의 규모입니까.

“이번에 대규모 유전을 발견한 곳은 15-1광구로 이미 확인된 매장량만 4억2000만배럴입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발견한 유전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1억배럴 이상의 매장량이면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충분한 경제성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장충체육관을 석유로 꽉 채운다면 약 50만배럴이니까, 매장량 4억2000만배럴은 장충체육관 840개 규모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은 그 동안 국내외 여러 곳에서 유전을 발견했습니다만, 이번 유전개발 성공의 의미는 어떤 것입니까.

“해외 유전개발 역사상 최초로 국내기업이 운영권자로서 원유를 발견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유전은 순수하게 석유공사 기술진이 발견한 것입니다. 대형 유전 발견으로 국내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어, 해외 석유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순이익 8억달러 예상

-베트남 15-1광구 유전의 경제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여기서 석유공사와 국내 기업은 어느 정도 이익을 거두게 됩니까?

“먼저 수익 면을 따져보겠습니다. 베트남 15-1광구 개발·생산을 통해 한국측은 투자비를 빼고도 약 8억달러(1조원)의 순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중 14.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석유공사는 약 5억달러(6500억원), 9% 지분이 있는 SK는 약 3억달러(39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둘째로 베트남은 정유공장이 없어 원유를 자체 처리하지 못하고 모두 수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한다면 베트남 지분의 원유 전량을 국내로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운송 거리가 중동보다 훨씬 가깝기 때문에 원유도입 비용을 월 130만달러 가량 절약할 수 있습니다. 원유비축효과도 있습니다. 국내가 아니더라도 지리적으로 인접한 곳에 우리 몫의 원유를 확보하게 되어 간접적인 비축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내 소비량을 하루 200만배럴로 본다면 이 유전은 7개월분을 비축하고 있는 셈입니다. ”

-석유공사가 운영권자로서 최초로 석유를발견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지요.

“이번 석유발견 과정에 석유공사 기술진이 주도적으로 최신 탐사기법인 3차원 탄성파 기법으로 지질자료를 해석·정리하여 시추 위치를 선정하고 지하 3600m에 이르는 시추 과정을 감독하는 등 전과정을 책임지고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기술이 이제 세계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대외에 과시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유전발견으로 국내 석유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가장 큰 효과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석유개발 사업이 활성화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번 쾌거로 IMF 이후 침체된 해외석유개발 사업이 다시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해외석유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기회가 늘어날수록 석유개발 기술과 경험은 축적되고, 국내외의 석유개발 사업 성공 가능성은 더욱 커집니다.”

-석유개발 사업은 실패할 위험이 매우 큽니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또 석유공사는 언제부터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까.

“전세계 4만여 개 유전 중 5억배럴 이상 대규모 유전은 개발 성공 가능성이 1% 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번에 성공한 15-1광구 규모의 유전을 발견할 확률은 0.05%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베트남 15-1광구의 성공은 한마디로 그 동안 석유공사가 축적한 기술력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4년부터 석유공사는 자체 기술력으로 광구의 유망성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코노코 등 메이저 석유회사와 함께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1998년 베트남정부로부터 낙찰받아 이듬해 3차원 물리탐사를 실시하여 시추 위치를 선정했습니다. 2000년 탐사시추에서 원유를 발견, 2001년 두 개의 평가시추에 성공하여 한 개 구조에서만 실제 채굴 가능한 원유 4억2000만배럴을 발견한 것입니다. 또 이 광구 내에 추가로 유망구조가 2∼3개 더 있어 향후 산출량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이번 석유발견 과정에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탐사 광구의 경우 사업 초기에는 기술 자료가 충분하지 않고, 처녀지 탐사에 대한 기술적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항상 위험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15-1광구는 석유를 품고 있는 주 저류층(Reservoir)이 기반암(Basement)입니다. 기반암은 일반적인 저류암인 사암이나 탄산염암과 특성이 근본적으로 달라 평가방법이나 저류층 인자를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광구에서 나오는 원유와 가스 등은 어떤 경로로 한국으로 수송되고 처리됩니까.

“일단 해저 파이프라인으로 원유를 해상 생산 및 저장시설(FPSO)에 모은 후 물과 가스를 분리해서 저장하는 것이 현장에서의 처리과정입니다. 이렇게 처리 저장된 원유는 해상에서 직접 유조선으로 하역하여 우리나라로 곧바로 수송합니다. 수송된 원유는 국내 정유사에서 처리해서 시판합니다. 가스는 발견된 구조에서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체 처리하며, 별도 수출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석유개발 사업이 한·베트남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15-1광구의 성공으로 석유공사뿐만 아니라, 다른 민간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간 석유개발 기술과 정보가 교류되고, 한국의 베트남 투자 증대와 무역 확대로 우호협력 관계가 강화될 것입니다. 또 국내 민간기업이 15-1광구의 해양 생산 설비와 관련한 플랜트 수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의 정유소, 석유콤비나트 건설 등 석유 관련 건설사업을 따낼 수 있는 기회도 커졌습니다. 천득렁 베트남 국가주석이 최근 한국을 방문한 것도 석유개발 성공이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석유공사와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서 추진중인 또 다른 유전개발 사업이 있습니까?

“베트남에 첫번째로 참여한 광구는 11-2광구로 1992년 5월 광권을 취득하여 운영권자로 탐사를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1996년에 천연가스 9000억입방피트를 발견하여, 현재 베트남 정부와 가스 개발과 판매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16-2광구는 금년 10월 중에 1차 탐사정을 시추할 예정이며, 3억배럴 이상의 매장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한 15-1광구에선 2003년 말부터 원유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현재 석유공사가 진행중인 다른 유전 개발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석유공사는 현재 12개국 17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예멘 마리브, 페루8, 영국 캡틴, 아르헨티나 팔마라르고 4개 생산 광구와 베네수엘라 오나도 개발 등에서 금년 상반기 동안 자주(自主)개발원유 272만4000배럴을 확보했습니다. 석유공사가 탐사에 성공하여 개발단계에 있는 광구들도 있습니다. 매장량 6억6000만배럴의 리비아 NC174, 9000억입방피트 규모의 베트남 11-2 등이 대표적 광구입니다. 또 석유공사는 베트남 16-2, 영국 T36 등에서 탐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금년 1월에도 가나 Accra-Keta 탐사사업에 신규로 참여했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해외 유전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봅니까.

“석유개발이 시작된 초창기에는 성공률이 3~5%였습니다. 석유탐사 및 개발기술이 발달한 최근에는 성공률을 보통 10~15%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석유공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 16-2광구는 인근 대형 유전과 비슷한 지질구조를 갖고 있어 탐사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의 유전개발 사업에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해외 석유개발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자원 위기 때는 필요성이 강조되다가 자원시장이 안정되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민의 관심과 민간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 세제 지원정책이 좀더 확대되어야 해외에서 자주 개발원유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신동아 2001년 10월 호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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