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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눈밭, 모래밭 걸어도 발자국 안 남기지요”

산중무예 ‘氣天門’ 사부 박대양

  • 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눈밭, 모래밭 걸어도 발자국 안 남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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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수천년을 전해내려왔다는 산중무예 ‘기천문(氣天門)’.
  • 태어나면서부터 고승이었던 스승으로부터 이 무예를 전수했다는 ‘진인(眞人)’이 서울 하늘 아래 살고 있다. 나이도, 부모도, 왜 산에서 자랐는지도 알지 못한다는 기천문 사부 박대양씨. 기천문을 기 운동으로 보급하기 위해 힘써온 그의 무협지 같은 삶을 들여다보자.
“눈밭, 모래밭 걸어도 발자국 안 남기지요”
평당 2000만원이 넘는 ‘상류층 전용공간’으로 한동안 언론에 오르내렸던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가 건너다보이는 서울 강남구 도곡2동. 이곳 평범해 보이는 한 빌딩 4층에 전국 17곳의 도장에서 수백 명의 수련생이 연마하고 있다는 ‘민족무예 기천’의 본문(本門)이 자리잡고 있다. 이 민족무예의 ‘초대문주(門主)’라는 박대양씨를 만나기 위해 약속시간에 맞춰 도장에 당도했다.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서자 도장의 사면 벽이 온통 대형 거울로 채워져 있어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노출된다. 주위를 살펴보고 있는데 알맞은 키에 다부진 체격의 사내가 필자를 맞는다.

“저는 본문 원장인 변치호입니다. 대양진인 사부님은 지금 시내에서 오시는 중입니다.”

취재진을 맞이한 변원장에게서 ‘대양진인’이라는 호칭을 듣자 박대양씨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깊어진다.

“사부님이 오시기 전에 기천문의 기본 동작을 한번 배워보시겠습니까. 한번 동작을 취하고 나면 밥맛이 나아지고 기도 좋아집니다. 무엇보다 양기에 좋지요.”

‘양기에 좋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변원장과 강난숙 범사(사범)의 시범을 따라 ‘내가신장’이라는 기초 훈련법 자세를 취해본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기천문의 핵심이자 정수요, 이 한 수에 기천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보면 적당히 시늉만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준비자세에 들어가면 우선 두 발을 역 45도 각도로 한 채 구부려 자세를 취한다. 두 손은 내공을 한없이 받아들이는 자세로 앞으로 뻗는다. 30초쯤 지났을까, 도저히 몸을 가눌 수가 없다. 고문을 받듯 온몸에 통증이 달려든다.

양기에 좋다니 하긴 했는데…

“내가신장은 일분 일초마다 고통이 따라옵니다. 그러나 고통을 뛰어넘는 과정을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익힐 수 있지요. 자, 이제 1분30초 지났는데 딱 3분만 해보세요. 이것만 제대로 하면 정력 하나는 자신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라만상을 맑고 향기롭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도 생깁니다.”

단 1초도 견디기 어려운데 3분이라니.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결국은 주저앉고 만다. 민망한 얘기지만 필자는 3분의 수련도 다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덕분에 당일로 취재가 다 이루어지지 못하고 며칠에 걸쳐 박대양씨를 만나야 했다.

한참 몸을 추스리고 있는데 박대양씨가 도장에 들어섰다. 평범한 장년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인자해 보이는 표정이 눈길을 끈다. 필자가 내가신장 기초과정의 일부를 직접 수련했다고 변원장이 보고하자, 남의 속도 모르는 박씨는 말없이 웃으며 대견하다는 듯 필자를 바라본다.

박씨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천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접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기천은 단군 이래 내려오는 민족 고유의 심신 수련법이라는 것이 기천문 본문의 설명이다. 기천의 수련은 이해가 아닌 체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고, 그 체험을 통해 느낌에서 느낌으로 전달되는 가르침이라는 것. 때문에 기천의 가르침은 지금까지 몸짓과 마음을 통해 전해질 뿐, 말이나 글의 형태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러므로 기천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그 몸짓에 대한 해석과 기천의 설화, 여러 사서(史書)와의 비교 분석에 의해 가능할 따름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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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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