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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의 藝人 탐구 ⑨

최불암

‘천상의 화원’은 진정성 있는 드라마, 가슴 따뜻한 한국의 아버지를 기대하세요

  • 한상진 기자│greenfish@donga.com

최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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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동아일보는 큰집 같은 곳…“채널A 개국작 출연해 기뻐”
  • ● “담배 좀 줄여주세요”…‘수사반장’ 때 걸려온 육영수 여사 전화
  • ● “하루 4시간 자고 일한다는 놈은 병자 아니면 사기꾼”
  • ● 중국에서 말 타고 나타난 아버지, 술집 주인이던 어머니
  • ● “마지막 작품? 기억에 남을 ‘한국의 아버지’ 만들고파”
최불암




최불암(70)은 가장 한국적인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아련한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는다. 23년간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 회장은 좋은 아버지의 기준으로 통한다. ‘파~’하는 그의 웃음을 보며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그러나 연기자 최불암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때 시청률 70%를 기록했던 실화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그가 보여준 카리스마, 그가 입었던 ‘바바리’는 지금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꼽히는 ‘그대 그리고 나’의 캡틴 박을 추억하는 사람도 많다. 그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다.

최불암은 요즘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개국 드라마 ‘천상의 화원’ 촬영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곰배령 사람들의 가족성장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최불암은 자식과 의절하고 사는, 무뚝뚝하고 고집 세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가족들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버지를 그려낸다. 낙엽 소리가 좋던 11월의 어느 날, 그를 만났다.

▼ ‘천상의 화원’에서 강한 아버지 역할을 맡으신 것 같은데….

“무뚝뚝한 시골남자예요. 근데 한국의 아버지들이 사실은 강하지 않아요. 마음이 따뜻하지. 이 드라마는 아름다운 얘기를 그립니다. 부모자식 간의 아름다운 소통을 얘기해요. ‘천상의 화원’은 일반적이지 않아서 좋아. 요즘은 무슨 막장, 자극적인 드라마가 대센데, 우리 드라마는 진정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을 되새기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해봅시다’ 하고 덤벼들었죠.”

▼ 하긴 요즘 드라마들이 죄다 막장으로만 가고 있어서….

“자꾸 자극적인 것만 내놓는데, 이런 양질의 드라마도 필요합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해주는 드라마. 작가도 연출가도 아주 잘 만났어요. 연출가(이종한 PD)는 전원일기에 들어와 살아도 되는 사람이에요. (제작사 대표인) 이장수, 이 양반은 엉터리 드라마를 못 만드는 사람입니다. 트릭을 안 부리지.”

▼ 팀이 잘 꾸려졌네요. 기대가 됩니다.

“잘 꾸렸죠. 서로 잘 맞아요. 그래도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고 해요. 그냥 조용히 표현하는 게 좋아.”(웃음)

▼ 동아일보와는 인연이 깊으시죠.

“뭐, 옛날에 김상만 회장님 계실 때엔 저희 큰집 같았죠. 제가 또 인촌 김성수 선생이 설립하신 중앙중학교, 중앙고등학교를 나왔어요. 동아방송에도 나왔었고. 어떤 의미에선 선배네 집 같은 곳입니다. 또 고(故)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님하고도 술 많이 먹었어요. 김 회장님은 술만 먹으면 절 불러냈어요. 낭만이 있었지요.”

‘수사반장’과 ‘전원일기’

▼ 선생님은 우리나라 방송 사상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드라마 2편에 모두 출연하셨어요. ‘전원일기’가 1980년부터 2002년까지, ‘수사반장’이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송됐죠.

“네, 그 기록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 그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겁니다.

“왜요? 우리 채널A에서 깨야죠. ‘천상의 화원’으로.”(웃음)

▼ 젊을 때부터 60~70대의 연기를 하셨어요.

“그렇죠, 30대부터 그랬어요. 그래서 나이 먹은 사람들 만나면 지금도 ‘어이, 김 회장. 지금 한 80살 되지 않으셨소?’ 그럽니다.”

▼ 수사반장 얘기를 해보죠. 한때는 시청률이 70%를 넘기도 했다는데….

“처음엔 좀 어려웠어요. 자리 잡는 데 한 3~4개월 걸렸죠. 그땐 광고부란 게 없었으니까, 연기자하고 치안본부 사람들이 같이 다니면서 스폰서를 찾았지. 연기자 앞세우고 치안본부에서 ‘빽’ 쓰고. 하여간 한창때는 시청자가 많았어요. 택시도 잡을 수가 없었다니까. 그런데 그게 동아일보 사설 덕도 많이 봤어요. 동아일보에서 ‘안방의 보안관’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줬거든. 유신정권이라 무서울 땐데, 나중에 들으니까 박정희 대통령도 한 편도 안 빼고 봤다는 거예요.”

▼ 재밌는 일화도 많았겠어요.

“재밌는 일이 많았어요. 담배 때문에 육영수 여사한테 전화를 다 받았으니까. 하루는 ‘부속실에서 전화가 왔다’고 집사람이 그래. 청와대라는 건 생각도 못하고 속으로 ‘부속? 부속이 뭐지?’ 그러면서 전화를 받았어요. 일요일, 수사반장 방영이 막 끝났을 땐데, 내가 받으니까 ‘영부인 전화십니다’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기다리는데 누가 웃으면서 ‘나, 육영수예요’하는 겁니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죠. 군인 자세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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