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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검찰, 그 미묘한 관계

“대선자금 수사팀 ,‘이학수 구속·삼성 구조본 압수수색’의견 제시”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삼성과 검찰, 그 미묘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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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에 나오는 금품 액수는 500만원(두 사람에 대해 언급), 2000만원, 4500만원, 5000만원이다. 이중 2000만원과 5000만원은 ‘배분용’이다. 녹취록엔 ‘자기도 쓰고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라’는 의미의 대화가 담겨 있다. 또 겹치는 사람이 없도록 조율하는 내용도 있다. 말하자면 ‘아무개는 내가 만나 건넬 테니 따로 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녹취록엔 또 전년에 전달했다는 ‘떡값’ 액수도 언급돼 있다. 이 얘기를 한 사람은 ‘떡값’ 액수를 전년보다 1000만원 줄이자고 제안한다. 검찰 간부들에 대한 ‘떡값’ 전달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관행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모 검사장을 언급하며 지금(추석)은 하지 말고 연말에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다. ‘떡값’이 명절뿐만 아니라 연말에도 전달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아무개한테 얼마를 줘서 (뭔가를) 정리하겠다’는 뜻의 표현이다. 이에 대해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정리한다’는 표현은 (삼성이) 연루된 사건을 해결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대상자들에게 확실히 주자’는 의미로도 읽히는 부분이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전현직 검찰간부 중 일부는 “절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억울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망이 두텁고 평판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현직 모 고위간부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여기는 검사가 적지 않다. 서울 K고 인맥이 아닌 그가 포함된 것에 대해 검찰 고위직을 지낸 친척 형인 모 변호사 때문이라는 동정론도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친척간인 두 사람은 홍씨 집안과 친척관계”라며 “인맥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친분 차원에서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8월3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X파일 녹취록에 등장하는 전현직 검찰간부 10여 명을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뢰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사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수뢰죄 적용도 힘들지만 공소시효도 거의 지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검 중간간부는 “아무리 봐도 뇌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공소시효는 물론 징계시효도 지났기 때문에 감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검사들은 “‘떡값’은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며 “지금이야 문제 삼지만 당시만 해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고 대상자들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그렇긴 해도 검찰이 이 문제를 그냥 덮어버리기엔 여론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 대검 고위간부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들 처리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어떤 법을 적용하느냐가 관건인데 판단이 쉽지 않다”고 곤혹스러워했다. 대검 중간간부는 “진위를 떠나 적절치 않은 행위가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여론 때문에 그냥 넘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수사나 감찰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실관계는 확인할 듯싶다”고 검찰 분위기를 전했다. 모 지방검찰청의 중견간부는 “공소시효 때문에 수사도 감찰도 안 된다면 할 수 있는 건 인사조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떡값’의 진실은?

X파일 사건이 터진 직후 참여연대는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주미 대사를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만약 이 부회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2002 대선자금’ 수사에 이어 다시 한번 이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과의 관계가 세인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대선자금 수사 당시 대선후보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에 대해 자신의 독자적인 집행이었다며 이 회장이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그런데 녹취록에는, 대선자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검찰 떡값을 주는 것도 이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다. 만약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부회장은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큰돈은 임의로 쓰고 작은 돈은 회장의 지시를 받아 사용했다는….

이학수 부회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여러모로 인연이 있다. 먼저 부산상고 동문으로 이 부회장이 1년 선배다. 나이도 같다. 똑같이 1946년생이다. 또한 두 사람 다 경남 출신이다. 대선 전 노 대통령이 어느 자리에선가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이 부회장을 꼽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여야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 385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는데, 지난 5월 석가탄신일 특사 때 사면 복권됐다. 385억원 중 한나라당에 건너간 돈은 340억원(채권 300억원), 노무현 캠프에 전달된 돈은 30억원(채권 15억원)이다. 나머지 15억원(채권)은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에게 건네졌다.

검찰은 ‘대선 당시 정치권에 제공한 돈은 회사 돈이 아니라 회장 개인 돈으로, 회장의 지시 없이 부회장이 임의로 사용했다’는 삼성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건희 회장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특수통인 모 검찰간부는 “대선자금 수사 때 삼성을 봐준 면이 있다”고 ‘삼성 봐주기’ 의혹에 공감을 나타냈다. “오너 모르게 그런 용도로 돈을 썼다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 하지만 이 간부는 “증거법상 한계로도 볼 수 있다”며 “고문을 허용한다면 모를까, 당사자(이 부회장)가 끝까지 부인하는 데야 어쩌겠나. 다른 압박수단이 있던 것도 아니고. 아마도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수사팀의 ‘고충’을 헤아리는 듯한 얘기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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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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