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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가형’ 자승 vs ‘정치가형’ 명진 충돌 내막

소통은 간 데 없고 불신만 나부껴

  • 안기석│출판국 기자 daum@donga.com│

‘행정가형’ 자승 vs ‘정치가형’ 명진 충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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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의 천년고찰인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 문제를 둘러싸고 조계종단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평소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자주 했던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은 여권의 외압이 작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총무원은 종단의 발전을 위해 취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왔던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명진스님의 우정과 갈등의 드라마를 추적했다.
‘행정가형’ 자승 vs ‘정치가형’ 명진 충돌 내막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소통과 화합’이라는 돛을 올리고 출범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의 ‘자승호(號)’가 서울 강남 봉은사의 ‘명진풍(風)’ 역풍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사상 처음으로 조계종 의회 격인 종회 의원들의 계파 연합에 의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자승스님은 취임식 전후부터 지역, 계층, 남북, 이념, 종교 여부를 떠나 소통과 화합을 이루기 위해 폭넓은 행보를 보여왔다. 불교계의 중흥을 이루고자 하는 불자들의 기대로 자승호는 한동안 순풍을 안고 달리는 듯했다.

한편으로 그동안 주지가 바뀔 때마다 분쟁의 대상이었던 봉은사는 현 주지인 명진스님이 전임 총무원장이던 지관스님의 권유로 ‘무혈입성’한 뒤 재정투명화 등 사찰 개혁으로 신도수가 늘어나고 재정수입이 불어나 불교계 안팎의 시선을 모아왔다. 특히 고(故)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에 불교 대표로 참석해 불교의식을 치렀던 명진스님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강도 높은 시국비판을 해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동안 총무원은 조계종의 항로를 ‘수행, 포교, 교육’ 3대 분야 강화로 정했고 봉은사는 사찰개혁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불교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양측이 충돌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자승스님과 명진스님은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다.

총무원과 봉은사 사이에 짙은 먹구름이 깔리기 시작한 것은 3월11일 오후였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법정스님의 입적으로 불교계를 비롯한 전국이 추모 분위기에 젖어있던 때,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종법안을 49대 21로 통과시킨 것이다.

‘부자절’로 불리는 봉은사는 그동안 특별분담금사찰로 지정돼 일정한 분담금만 총무원에 내면 됐다. 그러나 직영사찰로 전환되면 총무원장이 주지를 겸임하고 주지는 재산관리인 기능만 맡게 된다.

명진스님은 3월14일 오전 11시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신도들과 소통 없이 결정된 직영사찰 전환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후 명진스님은 매주 일요법회에서 ‘여권의 외압설’과 ‘정권과의 야합설’을 제기하며 총무원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총무원은 처음에는 여권외압설이 근거가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의혹 제기의 수위가 점차 올라가자 명진스님 발언 중 사실과 다른 대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소통을 강조한 자승스님이 평소 친분이 두터운 명진스님과는 소통이 끊어진 것일까. 많은 네티즌이 불교 관련 인터넷 매체에 비판과 지지의 댓글을 올렸고 불교계 내에서도 ‘봉은사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까웠던 두 사람의 관계는 왜 악연으로 바뀌었으며 봉은사 사태의 실체는 무엇일까?

대조적인 사판승과 수행승

자승과 명진, 두 스님의 성격과 행적은 대조적이다. 주위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자승스님은 차분하고 치밀한 ‘행정가형’이고, 명진스님은 격정적인 ‘정치가형’이다. 자승스님이 배려심이 강하고 친화력이 있다면, 명진스님은 의협심이 강하고 카리스마형이다. 총무원에서 행정 일을 담당하는 사판승 출신 자승스님이 보수적이라면 선원에서 수행하는 수좌 출신인 명진스님은 진보적인 편이다.

총무원장이 되기 전까지 자승스님의 행적은 총무원 행정직과 종회의원 활동이 주를 이룬다. 주로 불교계 내부의 일에 종사하다보니 사회적으로 알려진 일화는 별로 없다. 자승스님이 서울 관악산 연주암에 있을 때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비빔밥을 제공한 일이 회자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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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석│출판국 기자 da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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