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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과학상식

은 나노입자, 아스피린에 종말 고하나

  • 이정호 /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은 나노입자, 아스피린에 종말 고하나

은 나노입자, 아스피린에 종말 고하나

혈전 발생을 억제하는 아스피린

대표적 진통제인 아스피린의 역사는 길다. 버드나무 껍질에 함유된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에서 비롯된 아스피린은 기원전(BC) 15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작성된 파피루스에서 언급되며, BC 400년경에는 ‘의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뒤에도 아스피린은 해열과 소염에서 탁월한 효능을 보이며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다.

현대에 들어서 아스피린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약으로 더 각광받고 있다. 혈관 속을 떠다니는 일종의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과학계에 의해 규명되면서 일반인 사이에선 ‘장수를 부르는 약’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만 약 4000만명이 혈전을 방지할 목적으로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은 나노 입자’가 아스피린의 장수 지킴이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5월 인도 연구진에 의해 발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은 나노 입자는 혈전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혈액이 지나치게 묽어지는 문제까지 방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ACS 나노’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인도 바나라스 힌두대 연구진은 혈전이 잘 형성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혈액을 쥐에게 주입했다. 그 뒤 은 나노 입자를 쥐의 몸속에 넣었다. 그러자 혈전이 현저히 적게 형성됐다.

우리 몸은 혈관이 손상되면 혈소판 표면에 있는 ‘인테그린’이라는 물질에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인테그린은 혈소판 표면을 끈적끈적한 캐러멜처럼 바꿔 다른 혈소판들과 뭉치도록 한다. 이 현상이 지나쳐 생기는 것이 바로 혈전이다. 은 나노 입자는 인테그린의 작용을 억제한다. 연구진은 이를 “접착테이프 위에 모래를 뿌려 끈적거림을 줄이는 것과 비슷한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은 나노 입자의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스피린을 비롯한 기존 항응고제는 혈전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혈소판의 기능을 지나치게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혈관 일부가 뚫려도 이를 틀어막을 수가 없다. 상처가 나도 피가 멈추지 않고 줄줄 새는 것이다.

그런데 은 나노 입자는 인테그린을 빼고는 우리 몸속에서 혈소판을 엉기게 하는 다른 물질들을 건드리지 않는다. 혈소판의 고유 기능이 적당히 유지돼 대책 없이 출혈이 일어나는 일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에도 아스피린은 당분간 그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은 나노 입자가 잠재적으로 독성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5만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작은 은 나노 입자가 몸속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천년을 이어온 아스피린의 아성을 깨려는 이 새로운 도전자가 앞으로 어떻게 평가받을지 주목된다.

신동아 2009년 7월 호

이정호 /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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