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에서 군 의료 인력이 신종 플루 예방백신을 맞고 있다.
그러나 신종 플루의 경우 4월 멕시코에서 실체가 밝혀진 이후 전세계적 노력으로 불과 4~5개월 만에 백신이 만들어져 빠른 곳은 9월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한국도 10월 의료진을 시작으로 11월엔 학생들이 백신을 맞았다. 백신을 한 달 먼저 접종하는 게 뭐 큰 차이가 있겠느냐 싶지만 그 차이는 엄청나다.
미국 ‘통계 및 정량적 전염병 센터’의 아이라 롱기니 박사팀은 ‘사이언스’ 10월30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에 따라 신종 플루 확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신종 플루가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 인구의 70%가 백신을 접종하면 인플루엔자가 사라진다. 아쉽게도 한국은 백신 접종 이전에 신종 플루가 번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인플루엔자가 확산한 뒤 30일이 지나서 접종을 시작해도 상당한 효과를 보는 걸로 나타났다. 즉 30일 뒤부터 약 100일에 걸쳐 전 국민의 70%가 백신을 맞으면 감염 인구의 비율이 15% 이하로 떨어진다. 처음 한 달은 학생들이, 그 뒤에 성인들이 접종받는 경우에 그렇다. 만일 이런 구별 없이 접종할 때는 감염 인구 비율이 20%가 조금 넘는다. 한편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때는 유행 기간 인구의 약 35%가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순서에 따라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건 학생들의 감염력이 높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 신종 플루에 걸리면 평균 2.4명에게 인플루엔자를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위생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하고 백신 접종을 원활히 진행할 경우 신종 플루는 감염자를 최소화하면서 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별것도 아닌 일에 호들갑을 떨면서 아까운 세금만 썼다”는 불평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분명한 건 이번 신종 플루의 확산 및 수습 과정은 전세계 수많은 과학자와 의학자, 관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실시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이다. 변신의 귀재인 바이러스는 인류의 저항에 직면해 고전한 싸움으로 이번 전쟁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