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한민국號 70돌 | 김호기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지식인

“새정연은 계파 청산 진보는 대안 만들라”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새정연은 계파 청산 진보는 대안 만들라”

2/5
김호기 최장집 교수께서 석사와 박사 지도교수셨지요. 지도교수에 대해 말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선생님이 보기에 어땠습니까.

정해구 최 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제대로 공부했어요. 대학원에 와서 최 교수 강의를 처음 들었는데, 정말 날카로운 거예요. 외국에서 공부하고 오신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론과 현실 모두 잘 알고 계셨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한 분들이 대개 이론적으로는 강해도 그걸 한국에 적용하는 능력은 약한데, 최 교수는 이론도 강하고 한국에 적용해 분석하는 능력도 탁월했어요. 당시 대학원 학생들과 호흡이 잘 맞아 최 교수를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김호기 그 가운데 유명한 연구자가 된 사람이 많지 않나요.

정해구 강명세 박사(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찬표 교수(목포대), 박명림 교수(연세대), 박상훈 박사(정치발전연구소 학교장) 등이 있었어요. 지도교수는 달랐지만 김태일 교수(영남대), 고성국 박사도 함께 공부했어요.

산업화, 민주화의 기억



김호기 10대까지는 시골에서 보내신 거잖아요? 서울로 와서 유신체제에서 생활했는데, 당시 산업화 시대를 평가하신다면.

정해구 시골에 있을 때는 농업사회였어요. 전기도 안 들어와서 저녁에 캄캄하면 등잔불을 켜놓고 공부했어요.

김호기 저 역시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도시로 나왔는데, 아침마다 남포(램프)를 닦던 생각이 나요.

정해구 서울로 와서 급격하게 산업사회로 편입됐어요. 네온사인이 화려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습니다.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어요. 1987년 정대화 교수(상지대)가 부정선거 실태를 밝히겠다고 컴퓨터로 작업을 했는데, 그때 컴퓨터를 처음 봤어요. 그때가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인 것 같아요. 돌아보면 농업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 세 단계 사회를 거쳐 살아왔어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많은 변화를 겪은 거지요.

김호기 거시적으로 광복 70년을 돌아본다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됩니까.

정해구 1875년 운요호 사건이 일어나고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뺏긴 다음 1945년까지 식민지 시대가 계속됐어요. 외세의 침탈을 받아 몰락하고 식민지로 전락한 70년이지요. 그리고 1945년 광복을 한 다음 압축적 근대화로 70년을 보냈어요. 분단과 전쟁, 개발독재와 민주화가 이어졌어요. 이 압축적 근대화의 70년이 다 끝나가는 것 같아요. 산업화와 민주화 동력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 한계에 이른 게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호기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1945년 광복 이후 정부 수립,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가 지난 70년의 역사였어요. 1875년 운요호 사건에서 1945년까지가 나라를 상실해간 시간이라면, 1945년 광복부터 현재까지는 나라를 새로 세워온 시간입니다. ‘상실의 70년’에 ‘회복의 70년’이 더해지는 시점이지요.

정해구 뭔가 다른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징후가 나타난 게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인 것 같아요.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사회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게 복지국가 시대 아닌가요? 시기는 됐는데 아직 과거의 시간에 묶인 것 같아요. 과거는 끝나가는데 미래는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운 시대가 우리 시대인 것으로 볼 수 있지요.

김호기 ‘낡은 것은 사라지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게 위기’ 라고 말한 안토니오 그람시가 생각납니다. 현재는 민주화 시대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2017년이 되면 민주화 시대 30년이 되는데, 민주화 시대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정해구 석사 논문을 쓸 때가 1987년 여름입니다. 청계천에 인쇄를 맡기고 6월 민주항쟁 현장을 쫓아다니느라 교정을 거의 못 봤어요. 그래서 석사논문에 오탈자가 많은 편이에요. 그때는 이런 흐름이 2~3년 계속되면 한국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발전하겠다고 봤어요. 서양의 민주주의도 상당히 따라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울합니다. 왜냐하면 그때 생각한 게 적잖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특히 핵심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지체됐어요. 민주화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우리 사회가 완벽하진 않아도 비교적 평등한 사회가 됐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양극화, 경제적 격차가 커져왔어요. 게다가 절차적 민주주의가 여전히 공고화하지 않아 비민주적인 일도 종종 벌어지곤 해요. 최근에는 후퇴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1987년의 폭발적인 힘은 소진됐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우울해요.

김호기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어떤 이들은 제도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는데요.

정해구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정치 세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보수는 너무 과거에 매달려서 미래에 관심을 갖지 않고 기득권만 고수해요. 진보가 대안 세력이라면 미래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진보 역시 계속 과거의 것을 이야기하고요. 보수와 진보 세력 모두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국민은 변화를 요구하는데도 정치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셈이죠.

2/5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목록 닫기

“새정연은 계파 청산 진보는 대안 만들라”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