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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민주화 동지들의 직격탄

구세력·자민련·가신 3대 고리를 끊어라

‘동교동 분열’ 이후 민주당 권력지도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구세력·자민련·가신 3대 고리를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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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은 왜 그렇게 일을 밑에다 맡기지 못하는 겁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개 같이 하기보다는 혼자 하려고만 그래요. 김대통령이 특히 그래요. 지난 올림픽 때 일본과의 야구시합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준 김응룡감독에게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대며 ‘수고가 많으셨는데요’ 하니까 그 사람이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벤치에 앉아 있기만 한 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참 멋있어요. 우리도 정당에서, 행정부에서 그런 기풍이 나오지 않으면 안돼요. 대통령이 고군분투할 게 아니고 슬슬 글씨나 쓰고 그러는 게 나아요. 공무원들 속에 있을 때는 ‘나는 잘 모릅니다, 오늘 참 좋은 것 배웠습니다’ 이렇게 북돋워줘야 신명나게들 뛸 거 아니에요. 초선의원들 얘기도 더 듣고 말이죠. 대통령 혼자 뛸 게 아니라 사무관이 더 뛰어야 해요. 대통령은 공무원에게 ‘어떻게 그렇게 멋지게 뛰었느냐, 난 참 감탄한다’며 자기는 흡사 바보처럼 돼야 해요.”

사실 바보짓을 못하는 게 우리나라에서 소위 ‘공부 잘한다는’ 사람들의 특색이다. 김대통령 수첩에는 참으로 깨알같이 많은 글씨가 정밀하게 써 있다.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의 지나친 완벽주의와 거기서 비롯되는 1인무(一人舞), 이것이 활력있고 자율적인 국정운영에 장애물이 되고 있음을 이교수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원로급 인권변호사인 이돈명(李敦明·78) 전 조선대총장은 인사문제와 관련해 DJ가 더 엄정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총장은 “한빛은행사건의 경우 과거의 관행 버릇 등에 비추어 국민들은 실제 박지원 전장관이 그러지(대출압력에 개입하지) 않았겠느냐 생각하고 있다”면서 “실제 죄가 없다면 본인으로서야 억울하겠지만 국민정서를 고려해 조기에 민심을 잡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총장은 윤철상(尹鐵相)의원의 ‘여당 선거비 실사 개입’ 시사 발언과 관련해서도 “실제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 권력이 그런 짓을 해온 점에 비춰 국민들은 의심을 갖고 있다”면서 “윤의원 개인에게는 가혹할지 몰라도 당직뿐만 아니라 조기에 전국구의원직도 사표를 받았어야 국민들 속이 풀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총장은 또한 송자(宋) 전 교육부장관의 사례를 들며 “인사정보를 소홀히 하거나 사전에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래 전에 2중국적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던 장본인인 데다 특정기업의 사외이사 자격으로 실권주 편법취득을 통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확보하고 있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그를 교육부장관에 천거한 것은 그만큼 이 정부의 사전검증 작업이 소홀하다는 얘기다. 이 전총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부터가 투명하고 당당해야 근거 없는 정부비판에 맞서 당당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는 당내 인사구조를 대폭 쇄신, 당의 자율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소장파가 적지 않다.

김대통령 가까이서 일한 적이 있는 한 초선의원은 “당에 자율성과 독자적 문제해결 능력을 부여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그런 능력과 성실성을 갖는 사람들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당이 ‘대통령의 생각이 뭐냐’를 헤아리는 데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DJ 만의 승리’ 아닌 ‘국민의 승리’ 돼야 또한 정책적 측면에서도 당이 행정부의 테크노크라트들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형식적 타당성만이 일방통행하고 국민들의 체감이나 정치적 해석, 수용역량 등은 정책결정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의약분업의 경우 관료나 행정 쪽에서는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의 후유증이나 부작용에 대해선 당이 완충역을 해서 초기부터 막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변화할 조짐도 안 보인다는 것.

성공회대총장 출신의 이재정(李在禎)의원은 “당이 면모를 쇄신하지 않고 가니까 어느 쪽으로도 확실한 지지기반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당은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인 신경림(申庚林)씨는 “김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시각을 보였다.

“문화분야에 관해 말하자면 돈 되는 것만 문화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박지원 전 장관도 그렇고 후임 장관도 별반 다를 게 없어요.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지만 순수문화라는 것도 있는 건데 정책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애요. 김대통령 자신은 잘하고 철학도 있는 분인데 왜 이럴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하기야 문화라는 게 그렇게 금방 돈이 되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책광고도 베스트셀러 위주로 하지 않는다. 정말 장기적으로 필요한 밑거름이 되는 책만 광고한다. 반면 ‘문화대통령’을 표방했던 김대중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문화계 인사들은 지금 상당히 불만이 많다.

나병식(羅炳湜) 풀빛출판사 사장은 김대중정부의 국정난맥의 원인을 ‘참여정치의 실패’에서 찾았다. 5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지만 모든 게 자꾸 권력의 의미로 축소될 뿐 국민의 승리, 민의의 지배로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깊은 성찰이 있는지 몰라도 관료나 주변인사들은 순전히 사무적·기술적 차원에서만 움직이고 있어요. 일종의 권력적 행태만 보일 뿐 ‘국민의 정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기야 뉴 밀레니엄에 ‘새천년’을 화두로 붙이고 출범한 민주당도 과거 동교동이니 상도동이니 하던 시절처럼 소수의 폐쇄적 이너서클 위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러다 보니 정작 ‘국민의 위기’가 닥쳐도 단순히 소수 ‘권력의 위기’로만 치부되는 경향이 있어 치유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나사장의 말.

“40~50년간 누적된 모순을 해소하는 데 공적자금 50조원이 소요됐잖아요. 그럼 이 어려움을 국민이 같이 안고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솔직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여론형성 과정이 없어요. 정치적 목표나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어려움은 국민들에게 솔직히 공개하고 동참을 끌어내야 하는데 관료나 대통령 측근들은 면종복배(面從腹背·앞에서는 따르는 시늉을 하면서 뒤에서는 배신함)만 합니다.”

DJ의 가부장적 태도, 강박관념

나사장의 지적대로 공공 기업 금융 노사 등 이른바 4대 개혁이나 의료개혁 등은 단순히 정책집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공동선,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고용이나 수익과 직결되는 이 문제는 단순한 관료적·기술적 발상으로만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인 것이다.

관민참여·국민참여에 의해 사전에 서로 이견을 포괄해내고 접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의약분업의 경우 이런 과정 없이 일을 추진하다가 막판에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특히 관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개혁추진력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150조원에 이르는 각종 공적기금의 개혁이 시급한데 이 개혁을 당사자들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개혁적 관료와 건강한 시민, 그리고 통찰력있는 CEO가 힘을 합쳐 국민을 주체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풀빛출판사의 나사장은 인사운용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대중설득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DJ의 문제로 지적한다. “DJ개인은 성찰이 높은 사람이나 개혁에 대한 사회적인 위로나 설득없이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면종복배와 민심이반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DJ가 논리적인 것은 사실이나 개혁의 사회적 파장이나 고통에 대한 치유, 감성 끌어안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실 교원정년단축도 교원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없이, 또한 교사들에 대한 설득과정 없이, 3~4년간의 유예기간없이, 교사들을 개혁대상으로 삼음으로써 교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지적이 많다.

나사장은 DJ가 특검제를 비롯, 야당시절의 정치적 주장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집권자라는 위치에 매몰돼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검제는 김대통령도 야당 때 주장해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쉬 물리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에요. 또한 특검제는 국민적 의혹과 불신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다뤄야지, 실효성이 있느냐 없느냐만 따질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김대통령은 ‘밀리면 끝장’이라는 식의 정치적 강박관념을 내비치는데, 워낙 논리적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자칫 정치적 타협이나 탄력성을 잃을 가능성이 있어요. 과거에 DJ를 지지했건 안했건 간에 국민들은 특별히 ‘국민의 정부’에 기대하는 보상심리 같은 게 있는 거예요. 김대통령은 이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줌으로써 사회적 통합을 이뤄야 합니다. 설사 개혁 대상이라 해도 상대방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게 민주주의잖아요. 야당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더욱이 현재의 야당세력은 50년간 한국사회의 주류로 존재해온 사회적 실체예요. 이를 적대관계로 몰아가서는 안됩니다.”

인사쇄신 없이 개혁없다

김종수 민주개혁국민연합 사무총장은 “김대통령은 야당시절 같은 측근정치와 구세력 의존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이 ‘나도 여러 군데서 민심을 듣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듣기 좋은 것만 듣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많다. 이는 참모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DJ는 야당 때와 같이 제한된 인재 풀만 갖고서 지난 2년간 국정운영을 해오다가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야당 때 곁을 지킨 인사들이 곧 국가경영 전문가는 아니지 않으냐. 국가경영에 베스트 멤버를 형성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김 사무총장은 또한 DJ가 정권재창출에 연연하는 까닭에 스스로 장기적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권재창출에 연연하기 때문에 측근정치를 하게 된다. 측근정치에서는 밖의 소리들이 잘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옷로비파문 당시 언론의 의혹제기를 ‘마녀사냥’이라고 무시하려 했던 김대통령의 태도는 한빛은행 의혹사건에 대해서도 ‘박장관은 아무 죄가 없다는데…(왜들 난리냐)”는 태도로 이어졌다.

이 정권은 소수기반 정권이기 때문에 국민의 의혹을 사거나 구태의연하게 검찰을 이용, 사건을 덮으려 한다면 금세 기반이 불안해진다. 소수정권은 아무리 작은 의혹이라도 신속히 털어버리고 신뢰의 기반 위에서 나가야만 한다. 그래야 설사 다음 대선 때 정권을 빼앗기더라고 ‘야, 그때 그래도 정권교체 해놨더니 정치는 잘 하더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그 다음번에 뭔가 희망이 있지 않겠느냐.”

민주화운동세력이 대안으로 강조하는 것은 물론 민주화세력을 국가운영에 적극 기용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개혁정신’이라는 것이다. 김종수 사무총장의 말.

“김대통령이 진정 정권교체의 의미를 살리려면 과거 기득권을 포기하고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사람들을 배치했어야 한다. 민주화보상법으로 돈 몇푼 쥐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나라를 개조하는 데 그들을 제대로 배치했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제2건국 아니냐. 지금 DJ는 기본적으로 역사성을 같이할 수 있는 세력을 동원(Mobilization)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까탈부리는 자민련 붙들기에 연연하거나 ‘평생동지’라고 자신을 따라다니기만 한 사람들에 대한 편애에 빠져 있다. 광범위한 민주·개혁세력을 국난돌파 주력군으로 묶어세우는 데 실패하고 있다.”

삼성사회봉사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이해동목사도 “인적구조가 개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김대통령은 천성이 착하고 여린 사람이어서 과감한 인적 청산·개혁을 못하는 것 같다”면서 “사회가 여전히 기득권자들 위주로 나가면서 역사적으로 무엇이 옳으냐 그르냐보다는 눈앞의 자기 이익만 절대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人事)를 할 때 ‘전문성’ ‘참신성’ ‘도덕성’을 기준으로 했다지만 실제 참신성과 도덕성은 액세서리로 붙이는 말일 뿐이고 순전히 전문성만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무경험만 따진다면 일제 때부터, 이승만(李承晩)정권 때부터 권력에 참여한 사람만 고려대상이 되고 민주화 개혁 세력의 역사적 역할과 정체성(正體性)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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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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