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에게 말은 생명과 같다. 말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정치인의 운명이 결정된다.
- 지난 97년 대통령선거 때는 TV토론이 부동표의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말을 아무리 잘해도 실언이 많은 정치인은 성공할 수 없다. 정치적 파문을 몰고 왔던 발언을 통해 한국 정치에서 말이 갖는 의미를 살펴본다.
‘돌대가리’ 발언
―한나라당 김기배 사무총장은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것 같아요. 민주당이라면 아주 ‘무식한 ○들’이라는 생각이 배어 있어요. 그게 ‘돌대가리’ 발언과 ‘제주도 4·3반란’ 발언으로 터져나온 것 같아요. 돌대가리 발언은 민주당 고위인사를 겨냥해 사적인 자리에서 한 걸 기자들이 날 잡아서 한번 쓴 거고, 그런 감정의 연장선상에서 북한 사람들이 제주도만 고집하니까 “반란 사건 났던 곳 아니야”고 말했다가 나중에 사과하고, 당 차원에서도 공식 사과하게 됐죠.
―엄호성 의원의 경우는 실언인지 아닌지 불분명해요. 자기가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관련된 이운영씨(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대출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함)의 뒤를 봐준 것처럼 얘기했는데 실제는 별로 안 봐줬다는 거예요. 이운영씨와 관련된 송영인씨가 그러는데 엄호성이라는 이름은 알지만 만난 일이 없대요. 한번 폼 잡으려고 한 얘기가 신문에 그대로 실리자 나중에 부인한 것 같아요. 실언으로 망했다기보다는 뜬 경우죠.
―윤철상 의원은 기소 대상 의원 수를 줄였다는 ‘선거수사’ 발언을 하기 전날 술자리에서 송영길 의원과 술을 마셨는데 바로 그 문제를 갖고 논쟁을 벌였대요.
―김기배 의원도 제주도 발언 전날 신라호텔에서 심야 국회대책을 협의하고 당 3역들끼리 술을 한잔 했다는 거예요. 어느 기자가 통화를 세 번 했는데 마지막에는 완전히 혀가 꼬부라졌대요. 그 자리에서 비주류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때 바로 비주류들이 등원 주장을 하니까 성토한 거죠. 다음날 당직자 회의에 참석했는데 박근혜 의원이 보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불쾌하다고 말했고, 박의원이 발끈해가지고 총재단 회의에 불참하고 등원론을 거듭 주장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내부 분열로 비치게 된 거죠.
―윤철상 의원 발언은 선관위에서 무더기로 선거비용 실사 수사를 의뢰했는데 송영길 의원이 “당지도부가 해준 게 뭐 있냐, 이게 여당이냐, 나는 신문 보고서야 알았다, 사전에 귀띔이라도 해줬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니까 윤의원이 의원총회에서 “뭘 그러냐. 지도부는 할 만큼 했다, 내가 절반으로 신고하라고 교육도 다 시켰지 않느냐. 당연히 고발돼야 할 사람이 10명이 넘는다”고 말해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이 제기됐어요. 윤의원과 송의원은 바로 전날 술을 먹었어요. 거기서도 송의원은 “도대체 지도부가 뭐하냐. 개판 아니냐”고 얘기해서 막말로 싸웠대요. 그걸 지켜본 모의원에 따르면 윤의원은 다음날 의총 석상에서 송의원이 똑같은 얘기를 하니까 술자리의 연장선상으로 잠시 착각하고 그냥 얘기했다는 거죠. 사적으로 하면 넘어갈 수도 있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니까 문제가 된 셈이죠.
―송영길 의원도 그 발언으로 피해를 봤어요. 386세대로서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송의원의 발언은 여당의 힘을 빌려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얘기로 들렸고, 그 때문에 송의원도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전개됐어요. 재미있는 건 당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서 기자들이 모두 나온 걸로 알았는데 예결위장 위층에 있는 기자들은 그 얘기를 모두 들었어요. 그런데 현장에 머물렀던 일부 기자들은 다른 정치인과 얘기하는 바람에 못 들었다는 거죠.
―비공개 의총인데도 문을 열어놨다면서요?
―아니에요. 문을 다 닫고 했어요.
―안에 들어간 기자들이 있었고 예결위 쪽 문도 열려 있었잖아요.
―지난번에 자민련 강창희 의원이 “이한동 총리는 당총재직하고 총리직 중 하나를 선택해 총재직에서 물러나는 게 좋겠다. 총리의 한마디 때문에 당론이 바뀐다면 당은 해체되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잖아요. 강의원은 그날 점심때 당직자들과 밥 먹다가 술을 마셨대요. 당직자들이 “한마디 하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하니까 점심때 기자들을 갑자기 소집한 거예요. 사건이 터지고 나서 강의원은 “술에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당직자들 얘기로는 “강의원이 술을 많이 마셨다”는 거예요. 그 사람 얘기로는 “강의원은 실언을 한 게 아니라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를 술기운에 했다”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김기배 의원도 실언이 아니라고 생각돼요. 평소 민주당에 대한 감정이나 시각이 그대로 노출된 거죠.
―엄호성 의원은 개인은 떴을지 모르지만 한나라당은 부산 집회 이후 대여 공세 분위기가 완전히 꺾이는 결과를 가져왔어요.
―작년에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이 파업유도 사건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때도 검찰총장하고 술을 먹었는데 그 자리에서 폭탄주가 서너 잔 돌았어요. 그러고 나서 자기 방에 와 있는데 기자 몇 명이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도 ‘편안하게’ 그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기자들이 진짠지 아닌지 물었을 정도였대요.
―엄호성 의원과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은 상당히 비슷하다고 봐요.
―자기 과시였지요.
―실언을 수습하기 위해서 나섰다가 또 실언을 하는 바람에 엎어진 경우가 있어요.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의 ‘JP-이회창 밀약설’은 실언이 아니라 평소 자기 소신을 이야기한 건대 그게 당의 공식 입장과 달라서 결과적으로 실언이 됐어요. 이회창 총재가 JP하고 골프장에서 만났다가 점심만 먹고 끝났는데 그때 ‘교섭단체를 해주기로 서로 묵인 한 것 아니냐’ 내지 ‘밀약한 것 아니냐’는 설이 나돌던 차에 정총무가 당에 가서 ‘사실은 그게 아니다’는 취지로 얘기해놓고, 오후에 기자들을 만나서 교섭단체 얘기를 또 한 거예요. 정총무가 이회창 총재하고 그 얘기를 여러 번 얘기했다고 하는 바람에 또다시 밀약설이 퍼졌죠. 이건 야구경기로 보면 ‘보이지 않는 에러’라고 할 수 있어요.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승부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실책’이죠. 한나라당 공천 파동이 났을 때 이기택씨는 전국구 비례대표를 희망했어요. 사실 이회창 총재와 이기택씨 사이에는 그런 공감이 있었어요. 공천 협의차 만난 자리에서 이회창 총재가 “지역구 나가서 당선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는 바람에 말이 꼬이기 시작한 거예요. 만약 이총재가 “비례대표로 나가시죠”라고 했으면 이기택씨가 민국당 쪽으로 가는 돌발사태는 없었을 거예요. 두 사람이 상대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만났다가 감정만 뒤틀리고 만 거죠.
“푸줏간의 소대가리”
―정치인들의 실언 중에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서석재 의원이 그런 경우예요. 그때 민주계에서는 최형우 의원, 김덕룡 의원이 잘 나가던 때예요. 서석재씨는 계속 물먹고 있었어요. 자기가 세고 정보가 많다는 걸 기자들한테 과시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었나봐요. 서석재 의원의 비자금 4000억 원 발언이 있고 얼마 있다가 박계동 의원이 국회에서 다시 거론하니까 파문이 확대된 거죠.
―박지원 전 장관의 녹음테이프 발언은 김옥두 사무총장과 권노갑 최고위원도 언급했다죠. 박 전 장관이 퇴임 기자회견에서 “대선자금 녹음테이프인지는 모르지만 들은 적은 있다”라고 얘기했는데 김옥두 사무총장, 권노갑 최고위원도 자기는 모른다는 걸 전제하면서, 뭔가 들어본 적은 있다고 말해 냄새를 풍겼죠.
―실수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증폭시키기 위한 걸로 봐야겠네요.
―정치인들은 말해놓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실언이었다고 하는 경우가 많죠.
―술자리가 말 실수의 진원지가 되기도 하면서도 빠져나갈 때 핑계가 되기도 해요.
―민주당 이인제 의원이 자민련에 대해 “교도소 갔다 온 사람들이 줄줄이 배지 달고 있는 곳”이라는 얘기를 해서 파장이 커졌죠. 그러니까 “그런 말한 적 없다, 기자들이 잘못 들었다, 과장되게 썼다, 사실이 아니고 왜곡했다”고 했죠.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S일보 H기자한테 그랬다는 것 아닙니까. “TJ 말은 95% 믿을 수 있고, JP 말은 50% 정도밖에 믿을 수 없다.”고.
―좀 세게 나가는 경우가 이원범 전 의원인데 원체 입이 걸고 절묘하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어요. TV 토론 도중 “푸줏간의 소대가리도 웃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중선거구제 논란이 있을 때는 “중들이나 중선구제 하라”고 했죠.
―필요에 따라 말을 은근슬쩍 흘려서 정치적 효과를 보는 사람도 많죠.
―정치인과 말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 JP죠. 중요한 정치적 고비 때마다 고전을 인용해 자신의 심정이나 주장을 내비치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정국을 리드해나가는 데 탁월하죠.
―JP는 민자당에서 2인자일 때 연작간지홍복 ‘연작’(제비와 까치)이 감히 ‘홍복’(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겠느냐며 YS를 높이 평가했죠.
―‘몽니’라는 표현도 유행시켰죠. DJ정권에 대해서 자민련의 입지를 정당화하는 표현으로 몽니를 썼죠.
―정치 인생을 명언과 함께 화려하게 마감한 사람도 있어요,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토사구팽’이 대표적이죠. 예전에는 박희태 의원이 상대방을 끄는 단어를 많이 썼어요. 그런 유형의 정치인이 박희태 의원과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죠. 민정당 때는 박준규씨 가십이 빠지지 않았어요. 아침에 나오기 전 고사성어집이나 속담집을 뒤져서 하고 싶은 적당한 고사성어를 한마디 던지는 거야. 그러면 기자들이 그걸 받아 적지 않을 수 없어요.
―박지원 전 장관은 속담이나 격언보다는 흔히 굴러다니는 말을 조합해내는 재주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게 “호박에 줄 친다고 수박 되느냐”죠. 95년 지자체 선거 때는 무소속 박찬종 후보를 ‘연탄가스’라고 말했어요. 당시 박후보가 민주당 조순 후보를 앞지르고 있었거든요.
―김윤환 전 의원은 말은 잘 하지 못하고 어눌한데 그것을 역으로 잘 활용해요. 특히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은 허주가 단골이죠.
―92년 대선 때 민자당 김영삼 후보의 킹메이커로 나섰는데 경상북도에 가서 “경상남도지만 찍어줘야 된다, 같은 경상도 사람 아니냐” 그랬던 것이 대표적이죠.
―‘우리가 남이가’ 그건 김영삼 후보도 얘기했어요.
―허주는 어눌하면서 대중연설에 아주 약하지만 담소를 잘하고 ‘정치공학’에도 뛰어나죠.
―허주의 단골은 경상도 사투리 ‘그런 거 아니가’예요. 말을 확실하게 하지도 않는데 어떤 현상을 객관화시켜서 자연스럽게 해설해주는 재주가 있어요. 그러니까 허주한테 가서 얘기를 들으면 기자들은 대단한 정보를 얻은 것처럼 생각해요. 허주 주변에 기자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에는 그런 것도 있어요. 하지만 허주는 자기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건 절대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지.
―YS, DJ, 이회창, 이인제의 말습관이나 말솜씨와 관련해서 이야기해보죠.
―DJ 성대모사는 유행이더군요. 대학가에서도 그렇고. DJ는 항상 논리정연하고 꼬투리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말을 잘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일단 연설을 시작하면 40분이에요. DJ는 완벽하게 얘기하니까 취재진으로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을 한마디도 빼놓을 수가 없는 거예요. 모든 말을 받아 써야 돼요.
―총선 때 하루에 열 곳 이상을 다녀야 하는데 기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게 말이 길어지는 것이죠. 말이 길어지면 마지막에는 2시간씩 늦어지는 상황이 벌어져요. 연설시간을 보통 10분밖에 안 주는데, DJ는 한번 시작하면 30~40분 가니까 비서진들이 9분쯤 되면 노란 딱지를 들고 DJ 앞에 서서 1분 남았다고 ‘경고’를 해요. 그러고 나서 정시가 되면 빨간 딱지를 보여주는데, DJ는 아랑곳않고 모이는 청중 수만큼 비례해서 연설시간을 늘리니까 비서진들이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죠. 우리말이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이 상당히 차이가 있는데, DJ는 그걸 그대로 받아 적어서 글로 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머릿속에서 한 차례 정리돼서 나오는 발언이죠.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은 말 그대로 타이핑 하면 속도가 지금도 딱 맞아요. 옛날에 법무장관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원고를 읽는 것도 같아요.
―이인제 의원도 말을 잘하는데 담소할 때 옆에서 보면 주어, 목적어가 논리 정연하고 그대로 받아쓰면 기사화할 수 있어요.
―이인제 의원은 목청이 좋아서 총선 때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연설을 해도 목이 쉬지 않아요. ‘서산에 지는 해는 장엄하고 아름답지만 생명을 키우게 할 수 없고, 동쪽에 떠오르는 해는 희미하지만 생명을 꽃피울 수 있다’는 말로 지난 총선 때 JP에게 선전포고했던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수식어가 많기로는 이한동 총리를 따라갈 수 없는데, 김종필 명예총재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할 때는 거의 북한식으로 하죠.
―국무총리 임명 때 DJ한테 “경하드립니다. 생명을 바쳐 일하겠습니다”라고 말했죠. ―용비어천가 얘기가 나와서 얘긴데 이시은씨가 김영삼 정부 때 감사원장을 지냈어요. 당시 청와대에서 3부 요인들도 들어와서 만찬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이시은 감사원장이 용비어천가를 하는데 ‘목불인견’이었대요. ‘미천한 저희 같은 것들을 불러주시옵고…’ 그런 식으로 했대요.
―김상현 전 의원은 기자들이나 누구하고 밥 먹을 때 좌우 옆자리와 맞은편 자리에 앉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있어요. 왜냐하면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고생한다는 거예요. 김 전의원은 이야기를 하면서 남의 허벅지를 때리는 버릇이 있다고 해요. 말을 하다가 신이 나면 옆자리에 있는 남의 허벅지를 두드리면서 이야기를 해요.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열정적으로 얘기하다 보면 침이 많이 튀니까 피하라는 말이 있어요.
―말 못하는 정치인은 단연 YS죠.
―YS는 엉뚱하고 격하죠. 요새 YS는 너무 원색적이어서 신문에서 그걸 소화할 수 없을 정도예요. DJ한테 “거의 머리가 돈 사람, 태풍이 와서 과일은 다 떨어져서 먹을 게 없는데 쌀을 퍼다 주겠다니 돈 사람들 아닌가”라고 말했어요.
―김용환 의원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자당 시절 활자 하나가 주먹만한 원고를 읽었대요.
―전병민씨가 문민정부 초기에 정책 기획실장으로 내정됐다가 탈락했잖아요. 전병민씨가 왜 차출됐느냐. 이 사람이 보고서를 두세 장으로 요약하는 남다른 재주가 있었어요. YS는 보고서가 두세 장이 넘어가면 안 봤다는 거예요.
―한참 김현철씨가 위세를 떨칠 때 얘기예요. 국정원에서 정책보고서를 올려도 YS가 읽지 않는다는 거예요. YS는 인사보고서만 좋아했대요. 그래서 국정원에서는 김현철씨를 활용하기로 했대요. 김현철씨는 아버지와 얘기할 기회가 많으니까 말로 설명하게 했다는 거죠. YS가 보고서보다는 말로 하는 걸 더 좋아했기 때문에 나온 얘기일 거예요.
―YS가 3·1운동에 버금가는 구국운동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때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천만인이 반대해도 나의 길을 갈 것”이라는 부분이에요.
―DJ와 YS의 성격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게 옛날 호헌철폐 서명운동할 때 얘기죠. 두 사람이 만났는데 몇만 명 서명운동을 할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어요. YS가 “천만인 서명운동을 하자”고 말하니까 DJ가 “어떻게 우리가 천만 명의 서명을 다 받을 수 있느냐. 현실적으로 백만 명 서명운동으로 하자”고 답했어요. 그러니까 YS가 “그걸 국민들이 누가 다 보나?”고 하면서 천만인으로 밀어붙였다고 해요.
―YS는 기자회견할 때 질문이 좀 애매한 게 나오면 하는 말이 있어요. “씰데 없는 소리” 이러고 대답을 안 해요. 민자당 대표 때 기자회견이나 기자 간담회를 여러 번 했는데 질문이 10개 정도 나오면 5개 이상이 ‘씰데 없는 소리’라는 거예요.
이회창의 ‘창자론’
―이회창 총재는 연설할 때 특징 중 하나가 구어체를 쓰는 것인데, 특별히 대중연설을 잘 하는 건 아니고 몇 차례 장외집회를 거치면서 대중연설을 잘 한다는 평가를 주위사람들로부터 받고 있어요. 이총재가 사용하는 어법 중에는 이런 게 있어요. “뭐 뭐 해보시오”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우리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오” 이런 식의 단문을 써요.
―YS는 87년 관훈토론에서 전술핵을 물어봤더니 “원자폭탄 말입니까?” 그랬다니까요.
―YS는 사투리가 심해요.
― “제주도를 천혜의 ‘관광도시’로 만들겠습니다” 그 발음이 “강간도시로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발음된 거죠.
―강원도 태백인가 어디 가서 엉뚱한 얘기를 했다는 건 뭐예요?
―일일교사로 가서 초등학고 4,5학년 학생들 모아놓고 얘기를 하는데 학생 한 명이 “질문 있습니다” 그러면서 손을 들고 “제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는데 제 친구가 그 여학생을 좋아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YS가 “사랑은 쟁취하는 겁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우습게 됐죠 뭐.
―미국 기자들이 조크를 많이 알고 있어요.
―사실과 관계없이 여러 가지 루머가 떠돈다는 거죠?
―아시아의 한 전직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대요. 대통령이 영어를 못하니까 비서가 영어로 써주기를 뭐라고 얘기하면 뭐라고 답하라고 했대요. 먼저 “How are you?” 그러면 상대방이 “Fine, thank you.”라고 답한다, 그러면 “Me, too.”라고 답해라. 뭐 그런 식으로 적어주었대요. 그랬는데 이 대통령이 “How are you?”를 “Who are you?”로 잘못 발음한 거예요. 그러자 클린턴이 장난으로 “I’m 힐러리’s husband.”라고 답했대요. 그러자 대통령은 비서가 적어준 대로 “Me, too.”라고 말했대요.
―클린턴이 경악했겠군요.
―지금 미국에서는 대선이 진행중인데 고어는 전혀 실수가 없이 완벽하게 말하는 반면 부시는 말 실수를 많이 하거든요.
―이회창 총재의 말 습관에 대해서 더 얘기해보죠.
―이총재는 말 실수를 안 하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해요. 원고를 보고 고치고 다시 쓸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하니까 거의 말 실수를 안 해요. 4·13선거 때도 전국을 다녔지만 그때 이인제 의원이나 서영훈 대표는 말 실수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총재는 거의 그런 실수가 없어요. 측근에서 “그런 점들이 정치인으로서 매력을 떨어뜨린다. YS가 말 실수를 많이 하지만 그 사람이 감정 섞인 말로 인기를 끈다”는 말도 한대요. 이총재는 말할 때 감정이 섞인 말을 못 하는 스타일이에요. 모든 것을 개념화하고 추상화해서 건조한 말을 하니까 그래요.
―말을 참 못하는 사람은 박태준 전 총리예요. 박 전 총리는 유년시절을 일본에서 보냈기 때문에 우리말이 서툴러요. 약간 개념이 다른 용어를 쓰기 때문에 박태준 총리의 말을 기사화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언어 습관을 잘 알고 써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오보를 내는 경우가 많아요.
99년인가 내각제 문제로 시끄러울 때 본인은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주위에서 그의 말을 들은 기자들은 전혀 다른 기사를 썼어요. 자기는 “내각제 개헌 당위성을 얘기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내각제 개헌이 좀 어렵지 않겠느냐”라는 내용으로 해석했어요. 그런 기사가 나오니까 본인은 펄쩍 뛰고, 기자들도 “무슨 소리냐. 당신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서로 옥신각신한 일이 있었어요. 이회창 총재는 상당히 이중적인 면이 있어요. 이분은 실제로 논리적이면서도 정서적으로 격한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가끔씩 긴장을 풀 때는 본인의 격한 감정이 원색적으로 표현되곤 하죠.
―심리학적으로 방어기제가 흐트러졌을 때 그런 일이 생기죠.
―97년 대선 때 신한국당 출입기자들과 술자리를 하면서 민주계 인사들을 겨냥해 “창자를 끄집어내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창자론’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죠.
―대구 집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영수회담을 제의했거든요. 그때 이총재는 “내가 두 번이나 영수회담을 제의했는데 배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런 말을 했대요. 배알이라는 표현은 정치인들이 쓰는 말이 아닌데 그게 신문 제목으로 나왔어요. 이회창 총재는 이성으로 감정을 억누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런 격한 표현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회창 자서전을 보면 이사를 많이 다녔고, 어려서는 학교에서 왕따 같은 걸 좀 당했대요. 이총재는 키도 작으니까 왕따를 당하면 넘어갈 텐데 자기를 놀리는 놈을 패주기 위해서 권투 도장을 다닌 거예요. 자존심이 굉장히 센 사람이에요. 본능적으로는 격한 사람이에요.
―서영훈 대표의 말은 문법에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주어와 술어가 전혀 연결이 안 돼요. 서영훈 대표는 그게 심한데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정신없이 넘나드는 경향이 있어요.
―DJ도 너무 논리적인 게 흠이에요.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다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을 때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요. 바뀐 걸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다 보니까 오히려 더 변명처럼 들리는 거죠.
―DJ는 말이 많고 행동에 비해서 말이 너무 앞서요.
―기자회견 때 질문에 비해 답변이 다섯 배나 돼서 지루할 때가 많아요. 좋은 기자회견이라는 게 질문에 대해서 포인트만 잡아가지고 적절하게 답변해야 하는데 배경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 경우가 많아요.
―신당 창당 때도 “모든 것을 걸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모든 것을 걸겠다고 미리부터 그렇게 얘기했지만 결국 ‘용두사미’가 됐잖아요. 당내에서도 씹는 사람들이 그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리가 고위 정치인들 얘기만 많이 했는데 이젠 마이너 정치인 중에 말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면 얘기해보죠.
―특별히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원범 전 의원도 말을 잘하는 편입니다. 표현이나 비유가 거칠어서 그렇지 얘기를 들어보면 상당히 말재주가 있고 순발력도 있어요. 이 전의원은 평소에 공부를 많이 해요. 국회도서관을 이용하는 횟수가 열 번째 안에 들 거예요.
―야당 집회에 가보면 연설회를 하는데 카메라 앞에서 대중을 선동하고 감정을 좌우하는 연사는 이부영 부총재가 도맡아서 해요.
―김근태 최고위원은 대화는 잘하는데 연설은 잘 못하더라구요.
―정동영 의원은 대중연설의 귀재예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1초의 격차도 없이 그대로 맞춰요. 박찬종 전의원도 잘해요. 15대 총선 TV 홍보물을 제작할 때 다른 사람들은 수십 번 연습하고 NG도 여러 번 냈는데, 덕수궁 야외 녹화할 때 연습 한번 없이 정해진 시간에 준비된 원고를 마쳤다고 해요. 촬영팀은 그걸로 OK인데 본인이 한번 더 하자고 해서 두 번 만에 TV 홍보물 녹화를 끝냈어요.
―김근태 최고위원은 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의원 되고 계속 격무에 매달리다 보니까 코 수술을 못 받았어요. 원체 코가 큰데다 코 때문에 말이 잘 안 나와요.
―김근태 최고위원에게 “운동권들은 대중연설을 잘하는데 당신은 왜 못 하느냐” 그랬더니, 80년대 이후에는 학생회장 출신들이 대중연설이 필요했지만 그 전에는 연설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해요. 남들은 자기가 연설을 잘 할 걸로 아는데 사실은 해본 적이 없대요.
―그런데 같은 재야운동권 출신인 이부영씨는 연설을 잘하잖아요.
―이부영씨는 87년 명동성당에서 농성하고 그럴 때 총지휘자였어요. 대중적으로 선동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 같아요.
―87년 이후에 비교적 오픈된 공간에서 연설할 기회도 있었고, 타고난 솜씨도 있고.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는 겉보기엔 부드러운데 이 사람이 연설의 귀재예요. 연설공부를 많이 했고, 복식호흡도 하면서 노력을 기울였대요. 정총무 연설의 특징이 뭐냐면 유행하는 노래에 운을 맞춰서 하는 거예요. 지난번 대구 연설에서 ‘아시나요’인가, 최근 유행하는 가수 조성모 노래 가사를 완벽하게 외워가지고 거기에 맞춰서 현 정부를 비난하는 연설을 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막 웃고 손뼉 치고 그랬어요. 정총무가 재미있는 게 구미·대구 집회 때 연설하다가 갑자기 ‘니미’라는 말을 했어요, 그게 신문에 제목으로 나와서 논란이 됐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니미’할 때 아주 반응이 좋았다는 것 아니에요.
―운동권 출신 얘기가 나왔는데 민주당 임종석 의원은 말을 잘하나요? 대정부 질문할 때 잘했다고 하던데.
―자주 하지 않아요. 다른 386 총학생회장 출신들은 튀어볼까 해서 의총에서도 발언을 많이 했는데 임종석 의원은 최대한 자중하는 스타일이고 주로 사회를 많이 봐요. 민주당은 사회를 임종석 아니면 앵커 출신 박용호 의원에게 맡겨요.
―한화갑 최고위원의 연설은 ‘리틀 DJ’라고 불리는데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잘해요. 총선 앞두고 지원유세를 하는데 개성은 별로 없더라구요.
―한화갑 최고위원은 DJ의 어투와 화법이 많이 배어 있어서 개성을 찾기 어려운 것 아닙니까?
―대중 앞에서는 연설을 아주 잘하는 편이에요.
―대변인들도 거친 말을 많이 쏟아내지요.
―논평을 거칠게 하는 사람이 있어요. 민주당 장준영 대변인이 공격적인 말을 많이 했고, 한나라당에서는 권철현 대변인이 거칠어요.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은 자제하는 편인데 요즘엔 웬만하면 이름에 직책을 안붙이고 ‘씨’라고 하더군요. ‘이회창씨’ 이런 식으로요.
―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도 말에서는 안 빠지는 사람이죠.
―박상천 최고위원은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약간 DJ 닮은 스타일인데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기자들이 질문하면 “잠깐, 김기자 내 말을 들어보고 그건 나중에 하자”고 선수를 쳐요. 첫째 둘째 셋째 넷째 하는 식으로 거의 검사가 공소장 쓰는 스타일로 말하거든요. 아주 논리적이지만 일방적인 경향이 있어요. 반면 친구인 한나라당 박희태 부총재는 조크가 있는 연설을 많이 하죠. 부산 집회 갔을 때는 “부산의 아나고는 맛이 있지만 현 정권은 ‘안하고’ 정권”이라고 말했어요. 또 “박상천하고 TV에서 격돌하면서 내가 사과는 먹어본 적이 있지만 이 정부가 사과했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다”는 말도 했어요. 발음을 적절하게 비유한 경우지요.
―독특한 언어 습관이나 특색 있는 버릇이 있는 의원들도 있어요.
―김종호 자민련 총재대행 같은 경우에는 별명이 ‘살살이’예요. 살살이답게 항상 “나는 뭐 뭐 한다고 봐요” “나는 뭐 뭐 했다고 봐” 이런 식으로 얘기해요.
―서영훈 대표는 입을 열면 일제시대부터 시작해요. 옛날 얘기를 그렇게 좋아해요. 어떤 질문이든 그런 식으로 얘기해서 사람들이 잘 듣지 않아요.
―민주당 정동영 대변인하고 한나라당 안택수 대변인이 여야 대변인할 때 대조적이었어요. 정동영 대변인은 기자가 한번 받아쓰면 되도록 말해주는데 안택수 대변인은 말이 어눌하고 느리거든요. 그래서 반복해서 묻곤 했어요.
―정치인들의 말의 일관성은 어떻습니까?
―박상천 최고위원은 법무부장관이 된 후 야당 시절 특검제 법안을 만든 것 때문에 엄청나게 부담을 느꼈어요. 그는 장관이 되고 나서 “야당 시절 특검제를 주장했는데 가만히 보니까 이런 문제점이 있더라”는 식으로 말을 바꾸었어요. 박최고위원은 장관 시절 특검제에 대해서 ‘왜 생각이 바뀌었는가’에 대해 어느 신문에 칼럼을 썼어요. 그럼에도 야당이 물고 늘어져서 곤혹스러워했죠.
―과거 여당을 한 사람들 중에도 야당이 돼서 말을 바꾼 경우가 있지 않을까요?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당의 문제인 것 같아요. 한나라당이 하는 주장들을 보?옛날에 야당에서 한 걸 그대로 하고 있어요. 한나라당에서 요구하는 대통령의 당적이탈은 완전히 입장이 바뀐 경우죠.
―장관이나 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답변할 때도 말잔치가 벌어지죠.
―장관들의 답변은 두 가지로 갈라져요. 소신파 장관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떨구고 나가는 장관이 있어요. 초대 재경부 장관이었던 이규성 장관은 의원이 어떤 질문을 하면 설사 그 질문이 엉터리 같은 질문이라 하더라도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이 질문하신 내용은 참 적절하고 좋은 질문입니다만”이란 말을 꼭 붙여요. 이렇게 수그리고 들어가니까 의원들이 무슨 말을 못하는 거예요. 그 반대는 박상천 최고위원이에요. 이 사람은 장관 시절에 법사위에서 야당과 싸워본 경험이 있어서 절대 물러서지 않아요. 원고도 없이 나가서 발언했어요. 반면 현재의 김정길 장관은 그냥 원고만 읽는 스타일이에요. 의원들이 질문하면 못 알아듣겠다는 듯이 그냥 원고만 읽어요.
“미친 년 널 뛰듯이”
―답변은 JP가 잘했죠?
―JP는 자민련 총재 시절 “연설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평가할 정도로 잘했어요. 문장도 좋았고, 잘 읽었는데 총리가 돼서 답변할 때는 달랐어요. 이 분이 기본적으로 관심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총리실 사람이 박태준 총리하고 JP를 비교해서 그러더라고요. JP한테 국회 답변자료를 갖다 주면 “거기다 놔” 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대요. 국회에서 질문이 나오면 그 와중에 보는지 어쩌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가서 그대로 읽는다는 거예요. 써준 대로 읽는데 참고만 하라고 써준 걸 그대로 읽어가지고 사고도 났대요. 반면 박태준 총리는 사전에 모든 서류를 집으로 다 싸들고 가서 새벽 2시 3시까지 읽는다는 거예요. 밑줄을 그어가지고 와서 이걸 다시 바꾸라고 지시하기도 했대요. 그런데 박태준 총리는 국회답변을 제대로 못하고 물러났죠. 3개월 하고 말았으니까.
―이헌재 장관은 참 능력 있는 경우인데 상임위에서 답변할 때 보면 어눌하지만 아주 완벽한 답변을 했죠.
―진념 장관도 전 정권에서 장관 했잖아요.
―진장관은 세게 나가고 야당 의원들을 구슬리는 재주도 있어요. 저녁 때 술자리에서 폭탄주로 야당의원들을 제압해놓고 답변하기도 하고….
―여성 장관들은 확실히 대우가 좋아요. 김명자 환경부 장관의 경우 교수 하다가 장관 하니까 본 회의장에서 얼마나 떨리겠어요. 그런데 답변이 끝나니까 의원들이 손뼉 쳐주고 그런 분위기였어요.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어떤가요?
―거칠어요. 업무에는 적극적인데 격한 말을 쓸 때가 있어요. “미친년 널뛰듯이”라는 말을 해가지고 나이든 야당 의원들이 발끈한 경우도 있었어요. 자기 생각에 야당 의원 주장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발끈하는 경향이 있어요.
―좀 다른 차원이지만 96년 연세대 한총련 사태 때 경찰들이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있었잖아요. 추의원이 그걸 국회에서 “경찰들이 유방을 만지고…” 뭐 이런 식으로 거론했어요. 그랬더니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의원들이 막 항의하고 난리가 났어요. 어떻게 국회에서 그런 식으로 발언하느냐고 ‘꾸짖는’ 의원도 있었어요.
―16대 국회에 처음 금배지를 단 의원들 별 얘기가 없나요?
―국회가 아직 열리지 않아서….
―민주당 정대철 최고위원이 한마디 했죠. 본 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부정선거 얘기를 하면서 정대철 의원을 거론하니까 “이총재 똑바로 하시오, 고등학교 대학교는 후배지만 정치는 내가 선배요. 그러시면 안 돼”라고 했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