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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방담|말로 망한 정치인들

“과음은 실언을 낳고 폭언은 정치를 죽이고”

  • 진행:박성원 기자 / 정리:육성철 기자

“과음은 실언을 낳고 폭언은 정치를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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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때 하루에 열 곳 이상을 다녀야 하는데 기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게 말이 길어지는 것이죠. 말이 길어지면 마지막에는 2시간씩 늦어지는 상황이 벌어져요. 연설시간을 보통 10분밖에 안 주는데, DJ는 한번 시작하면 30~40분 가니까 비서진들이 9분쯤 되면 노란 딱지를 들고 DJ 앞에 서서 1분 남았다고 ‘경고’를 해요. 그러고 나서 정시가 되면 빨간 딱지를 보여주는데, DJ는 아랑곳않고 모이는 청중 수만큼 비례해서 연설시간을 늘리니까 비서진들이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죠. 우리말이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이 상당히 차이가 있는데, DJ는 그걸 그대로 받아 적어서 글로 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머릿속에서 한 차례 정리돼서 나오는 발언이죠.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은 말 그대로 타이핑 하면 속도가 지금도 딱 맞아요. 옛날에 법무장관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원고를 읽는 것도 같아요.

―이인제 의원도 말을 잘하는데 담소할 때 옆에서 보면 주어, 목적어가 논리 정연하고 그대로 받아쓰면 기사화할 수 있어요.

―이인제 의원은 목청이 좋아서 총선 때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연설을 해도 목이 쉬지 않아요. ‘서산에 지는 해는 장엄하고 아름답지만 생명을 키우게 할 수 없고, 동쪽에 떠오르는 해는 희미하지만 생명을 꽃피울 수 있다’는 말로 지난 총선 때 JP에게 선전포고했던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수식어가 많기로는 이한동 총리를 따라갈 수 없는데, 김종필 명예총재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할 때는 거의 북한식으로 하죠.



―국무총리 임명 때 DJ한테 “경하드립니다. 생명을 바쳐 일하겠습니다”라고 말했죠. ―용비어천가 얘기가 나와서 얘긴데 이시은씨가 김영삼 정부 때 감사원장을 지냈어요. 당시 청와대에서 3부 요인들도 들어와서 만찬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이시은 감사원장이 용비어천가를 하는데 ‘목불인견’이었대요. ‘미천한 저희 같은 것들을 불러주시옵고…’ 그런 식으로 했대요.

―김상현 전 의원은 기자들이나 누구하고 밥 먹을 때 좌우 옆자리와 맞은편 자리에 앉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있어요. 왜냐하면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고생한다는 거예요. 김 전의원은 이야기를 하면서 남의 허벅지를 때리는 버릇이 있다고 해요. 말을 하다가 신이 나면 옆자리에 있는 남의 허벅지를 두드리면서 이야기를 해요.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열정적으로 얘기하다 보면 침이 많이 튀니까 피하라는 말이 있어요.

―말 못하는 정치인은 단연 YS죠.

―YS는 엉뚱하고 격하죠. 요새 YS는 너무 원색적이어서 신문에서 그걸 소화할 수 없을 정도예요. DJ한테 “거의 머리가 돈 사람, 태풍이 와서 과일은 다 떨어져서 먹을 게 없는데 쌀을 퍼다 주겠다니 돈 사람들 아닌가”라고 말했어요.

―김용환 의원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자당 시절 활자 하나가 주먹만한 원고를 읽었대요.

―전병민씨가 문민정부 초기에 정책 기획실장으로 내정됐다가 탈락했잖아요. 전병민씨가 왜 차출됐느냐. 이 사람이 보고서를 두세 장으로 요약하는 남다른 재주가 있었어요. YS는 보고서가 두세 장이 넘어가면 안 봤다는 거예요.

―한참 김현철씨가 위세를 떨칠 때 얘기예요. 국정원에서 정책보고서를 올려도 YS가 읽지 않는다는 거예요. YS는 인사보고서만 좋아했대요. 그래서 국정원에서는 김현철씨를 활용하기로 했대요. 김현철씨는 아버지와 얘기할 기회가 많으니까 말로 설명하게 했다는 거죠. YS가 보고서보다는 말로 하는 걸 더 좋아했기 때문에 나온 얘기일 거예요.

―YS가 3·1운동에 버금가는 구국운동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때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천만인이 반대해도 나의 길을 갈 것”이라는 부분이에요.

―DJ와 YS의 성격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게 옛날 호헌철폐 서명운동할 때 얘기죠. 두 사람이 만났는데 몇만 명 서명운동을 할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어요. YS가 “천만인 서명운동을 하자”고 말하니까 DJ가 “어떻게 우리가 천만 명의 서명을 다 받을 수 있느냐. 현실적으로 백만 명 서명운동으로 하자”고 답했어요. 그러니까 YS가 “그걸 국민들이 누가 다 보나?”고 하면서 천만인으로 밀어붙였다고 해요.

―YS는 기자회견할 때 질문이 좀 애매한 게 나오면 하는 말이 있어요. “씰데 없는 소리” 이러고 대답을 안 해요. 민자당 대표 때 기자회견이나 기자 간담회를 여러 번 했는데 질문이 10개 정도 나오면 5개 이상이 ‘씰데 없는 소리’라는 거예요.

이회창의 ‘창자론’

―이회창 총재는 연설할 때 특징 중 하나가 구어체를 쓰는 것인데, 특별히 대중연설을 잘 하는 건 아니고 몇 차례 장외집회를 거치면서 대중연설을 잘 한다는 평가를 주위사람들로부터 받고 있어요. 이총재가 사용하는 어법 중에는 이런 게 있어요. “뭐 뭐 해보시오”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우리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오” 이런 식의 단문을 써요.

―YS는 87년 관훈토론에서 전술핵을 물어봤더니 “원자폭탄 말입니까?” 그랬다니까요.

―YS는 사투리가 심해요.

― “제주도를 천혜의 ‘관광도시’로 만들겠습니다” 그 발음이 “강간도시로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발음된 거죠.

―강원도 태백인가 어디 가서 엉뚱한 얘기를 했다는 건 뭐예요?

―일일교사로 가서 초등학고 4,5학년 학생들 모아놓고 얘기를 하는데 학생 한 명이 “질문 있습니다” 그러면서 손을 들고 “제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는데 제 친구가 그 여학생을 좋아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YS가 “사랑은 쟁취하는 겁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우습게 됐죠 뭐.

―미국 기자들이 조크를 많이 알고 있어요.

―사실과 관계없이 여러 가지 루머가 떠돈다는 거죠?

―아시아의 한 전직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대요. 대통령이 영어를 못하니까 비서가 영어로 써주기를 뭐라고 얘기하면 뭐라고 답하라고 했대요. 먼저 “How are you?” 그러면 상대방이 “Fine, thank you.”라고 답한다, 그러면 “Me, too.”라고 답해라. 뭐 그런 식으로 적어주었대요. 그랬는데 이 대통령이 “How are you?”를 “Who are you?”로 잘못 발음한 거예요. 그러자 클린턴이 장난으로 “I’m 힐러리’s husband.”라고 답했대요. 그러자 대통령은 비서가 적어준 대로 “Me, too.”라고 말했대요.

―클린턴이 경악했겠군요.

―지금 미국에서는 대선이 진행중인데 고어는 전혀 실수가 없이 완벽하게 말하는 반면 부시는 말 실수를 많이 하거든요.

―이회창 총재의 말 습관에 대해서 더 얘기해보죠.

―이총재는 말 실수를 안 하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해요. 원고를 보고 고치고 다시 쓸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하니까 거의 말 실수를 안 해요. 4·13선거 때도 전국을 다녔지만 그때 이인제 의원이나 서영훈 대표는 말 실수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총재는 거의 그런 실수가 없어요. 측근에서 “그런 점들이 정치인으로서 매력을 떨어뜨린다. YS가 말 실수를 많이 하지만 그 사람이 감정 섞인 말로 인기를 끈다”는 말도 한대요. 이총재는 말할 때 감정이 섞인 말을 못 하는 스타일이에요. 모든 것을 개념화하고 추상화해서 건조한 말을 하니까 그래요.

―말을 참 못하는 사람은 박태준 전 총리예요. 박 전 총리는 유년시절을 일본에서 보냈기 때문에 우리말이 서툴러요. 약간 개념이 다른 용어를 쓰기 때문에 박태준 총리의 말을 기사화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언어 습관을 잘 알고 써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오보를 내는 경우가 많아요.

99년인가 내각제 문제로 시끄러울 때 본인은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주위에서 그의 말을 들은 기자들은 전혀 다른 기사를 썼어요. 자기는 “내각제 개헌 당위성을 얘기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내각제 개헌이 좀 어렵지 않겠느냐”라는 내용으로 해석했어요. 그런 기사가 나오니까 본인은 펄쩍 뛰고, 기자들도 “무슨 소리냐. 당신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서로 옥신각신한 일이 있었어요. 이회창 총재는 상당히 이중적인 면이 있어요. 이분은 실제로 논리적이면서도 정서적으로 격한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가끔씩 긴장을 풀 때는 본인의 격한 감정이 원색적으로 표현되곤 하죠.

―심리학적으로 방어기제가 흐트러졌을 때 그런 일이 생기죠.

―97년 대선 때 신한국당 출입기자들과 술자리를 하면서 민주계 인사들을 겨냥해 “창자를 끄집어내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창자론’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죠.

―대구 집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영수회담을 제의했거든요. 그때 이총재는 “내가 두 번이나 영수회담을 제의했는데 배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런 말을 했대요. 배알이라는 표현은 정치인들이 쓰는 말이 아닌데 그게 신문 제목으로 나왔어요. 이회창 총재는 이성으로 감정을 억누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런 격한 표현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회창 자서전을 보면 이사를 많이 다녔고, 어려서는 학교에서 왕따 같은 걸 좀 당했대요. 이총재는 키도 작으니까 왕따를 당하면 넘어갈 텐데 자기를 놀리는 놈을 패주기 위해서 권투 도장을 다닌 거예요. 자존심이 굉장히 센 사람이에요. 본능적으로는 격한 사람이에요.

―서영훈 대표의 말은 문법에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주어와 술어가 전혀 연결이 안 돼요. 서영훈 대표는 그게 심한데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정신없이 넘나드는 경향이 있어요.

―DJ도 너무 논리적인 게 흠이에요.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다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을 때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요. 바뀐 걸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다 보니까 오히려 더 변명처럼 들리는 거죠.

―DJ는 말이 많고 행동에 비해서 말이 너무 앞서요.

―기자회견 때 질문에 비해 답변이 다섯 배나 돼서 지루할 때가 많아요. 좋은 기자회견이라는 게 질문에 대해서 포인트만 잡아가지고 적절하게 답변해야 하는데 배경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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