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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車, 헐값에라도 빨리 팔아야 할 이유

매각작업 지지부진

  • 윤영호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yyoungho@donga.com

대우車, 헐값에라도 빨리 팔아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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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삼성차 매각을 두고 “삼성차 공장 땅값도 못 받았다” “르노의 인수가는 삼성차 설비값도 안 된다” 등의 얘기가 나왔으나 이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은 삼성차 공장을 처분해 부지를 부동산으로 팔고, 설비를 따로 떼어내 파는 경우에 해당되는 얘기지, 삼성차처럼 계속 가동할 기업을 매각하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15∼20배에 이른다고 한다. 가령 대우차 직원이 2만 명 정도라면 대우차의 실제 고용효과는 30만∼40만 명이라는 얘기다. 매출액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대우차나 삼성차 공장을 처분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든 다른 기업에 넘겨 계속 가동하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땅값이나 설비값을 들먹이며 헐값 매각 운운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삼성차 매각협상 실무를 담당한 한빛은행 5대계열 여신담당 손정원 팀장도 “헐값 매각 주장은 기업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가치로 따지면 결코 헐값이 아니라는 것. 또한 르노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정해 협상을 서둘렀던 것도 삼성차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공개입찰에 부쳤을 경우 매각작업을 마무리하려면 빨라야 8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 삼성차 협력업체가 거의 다 쓰러지게 되고, 이 경우 삼성차 기업가치는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

부산지역에서도 헐값 매각시비는 관심 대상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삼성차 해외매각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인수 협상이 장기화됐을 경우 협력업체의 휴업이나 도산이 불가피하고,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생산설비는 고철로 변했을 것”(부산 자동차산업살리기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이라는 게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였다.

대우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우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0년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차는 올 상반기 동안 3조823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에선 3193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기 순손실은 무려 9295억 원.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차입금 이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실제 산업은행 등 대우차 채권단은 달마다 1000억 원 정도의 대우차 운영자금을 대주고 있다. 물론 이 자금은 나중에 대우차가 해외 매각되면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지만, 불안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채권단이 지원을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을 하루빨리 끝내기 위해서도 대우차의 해외매각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올 6월 말 현재 대우차의 외부 차입금은 11조1499억 원. 이 가운데 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 차입금은 7조1401억 원 정도다. 나머지 4조98억 원은 회사채 등을 통해 조달했지만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금액이다. 결국 대우차 해외 매각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은행권에 부담이 되고, 은행권 부담은 나중에 공적자금이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포드는 정밀실사를 통해 대우차의 이런 사정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대우차가 언제부터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정도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대우측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포드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포드는 이외에도 실사과정에서 드러난 대우차 해외법인의 부실, 쌍용차 장래의 불투명함 등도 문제삼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수금액도 문제지만 인수 이후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만도 2조 원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돼 대우차 가치를 낮게 봤다”는 것이다.

해외 매각 불가피

포드는 대우차 해외법인 가운데 일부 역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채권단이 매각대상에 포함시켰던 11개 해외 생산법인 가운데 3∼4개 법인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는 것. 이란과 리비아는 미국의 적성국가여서 그곳 현지법인을 매입할 수 없고,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인도 등의 법인은 장래 수익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또 쌍용자동차는 레저용 차량의 수요가 감소하는 데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기술료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인수대상에 쌍용차를 포함시키는 데는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포드가 최종 인수가격으로 당초의 7조7000억 원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을 제시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우차 채권단 주변에서는 포드가 대우차 인수가를 최종 제시하긴 했지만 채권단은 이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도 “포드가 최종 인수 가격을 제시한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GM 역시 대우차 가치를 상당히 낮게 보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헐값 매각시비는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헐값 매각시비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완성차 노조가 주장하듯 차라리 대우차를 공기업화하는 방안은 어떨까. 금속연맹 조건준 정책2국장은 대우차 해외매각 방침이 정해졌을 때 “수조 원의 부채를 탕감한 후 외국업체에 넘기는 것은 외국업체를 위해 우리 국민이 대우차 부채를 부담하는 꼴”이라면서 “그러느니 차라리 대우차를 공기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 및 삼성자동차 부사장을 역임했던 강명한씨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일부 경제학자들의 ‘국내 매각이냐 해외 매각이냐’ 하는 논란 역시 국내 자동차산업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여서 답답하다”는 것.

강씨도 지금으로선 물 건너간 얘기지만 현대차가 대우차를 맡게 되거나 대우차를 공기업화하면 대우차가 몇 년간은 더 연명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대우차가 국내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부실덩어리로 전락하게 되고, 또다시 이의 처리를 둘러싸고 ‘해외 매각이냐 국내 매각이냐’하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대우차의 해외 매각은 불가피하다는 것.

자동차 전문가들은 자동차업체가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력과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점점 더 강화되는 선진국의 배기가스 및 안전규제를 만족시키는 자동차를 개발하려면 엄청난 자금과 함께 첨단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지분 맞교환 등 세계 자동차업체의 합종연횡도 공동개발을 통해 엄청난 개발비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대우차 홍보실 이창원 부장은 “지금은 헐값 매각시비 같은 소모적인 논쟁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고 말한다. 대우차 매각이 또다시 실패하면 대우차의 존속 여부마저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하루빨리 매각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 상여금은 말할 것도 없고 월급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대우차 사정을 보면 이부장의 얘기는 엄살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앞에서 인용한 O변호사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대우차 해외 매각을 앞두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국내 자동차산업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면서 반대했다. 그런데 포드가 대우차 인수 포기를 선언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에 나온 시장의 반응은 이들의 논리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것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해 주가도 올랐어야 하는데, 실제는 그 반대였다. 그 동안 우리 경제가 쌓아놓은 모래성을 해체하는 빚잔치 과정에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부실기업 해외 매각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신동아 200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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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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