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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폭발하는 안티사이트

“찍히면 죽는다!”

  •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찍히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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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인 안티사이트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이들은 역시 연예인이다. 보아를 비롯 HOT, SES, 신화, 김희선, 조성모, 서태지, 베이비복스 등. 모두 최정상급 인기인이다. 이렇듯 안티사이트 수와 네티즌 참여 비율은 인물의 인기와 정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강초현 선수의 인기가 높아가자 기다렸다는 듯 포탈사이트 ‘다음(ww w.daum.com)’에 ‘안티강초현 클럽’이 생기는 식이다.

연예인 안티사이트의 특징은 소수를 제외하곤 일방적인 욕설과 섬뜩한 사진, 가차없는 인신공격으로 ‘도배’돼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성적 모멸감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 많은데, 심지어 한 10대 중반 여가수를 사칭, 매니저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놓는 등 도에 넘는 표현들이 자주 눈에 띈다.

경쟁 관계에 있는 두 스타의 팬들이 서로 비방하기 위해 만드는 경우가 가장 많다. 개중에는 표절 문제, 상업적 스타 시스템에 대한 비판 등을 담고 있는 것도 있지만 미미한 수준. 안티사이트의 관건이 ‘운영자의 도덕성’이라면, 현재의 연예인 관련 사이트는 비난의 악순환을 불러오기 쉬운 구조다. ‘안티’라기보다 ‘이지메’에 가깝기 때문이다.

욕설, 극언, 금기 파괴

요즘 연예인 안티사이트에서 성행하는 트렌드 하나. 이른바 ‘행운의 편지’다. 대개 특정 연예인에 대한 욕설이나 인신공격 끝에 붙어 있다. 그중 하나를 인용해 보자.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24시간 안에 다른 사이트 10개에 이 글을 올려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당신의 가족 중 한 명이 죽습니다. 그것도 처참하게 교통사고로…. 첨에는 잘살아 있어도 나중에는 점점 기력을 잃어가며 죽게 됩니다. 저도 이런 것을 잘 안 믿는데 정말…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어쩌면 청소년들은 ‘익명’의 그늘에 숨어 욕설, 극언, 금기 파괴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폭발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활발한 ‘안티’그룹은 기업을 상대로 한 사이트다. 삼성, 현대, LG 등 재벌그룹은 물론 새롬, 이랜드 등 중소기업까지 그 대상이 되고 있다. 때로는 특정 제품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안티 기업 사이트의 목적은 대개 소비자운동이다. 특정 제품, 또는 기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개인이 ‘여론 확산’의 도구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여기 수많은 동조자들이 호응을 보냄으로써 일정한 세를 형성하는 것이다. 흔히 비슷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사례를 올리면 함께 해결책을 강구하거나 조언을 주고받고, 경우에 따라 사이버 시위, 항의전화 걸기, 항의 방문 등 직접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사이트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이다.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사이버 다윗의 활약이라고나 할까?

대다수 사이트는 ‘건전한 비판으로 기업도 살고 소비자도 사는 상생(相生)의 길을 찾는 것’을 개설 목적으로 한다. 운영자들은 저마다 ‘지나친 욕설, 비방, 인신 공격은 삼가 달라’는 경고문을 내걸고 있다. 공공(公共)의 목표가 있는 만큼 사이트들은 비교적 깔끔하게 운영되는 편이다.

가장 많은 안티 사이트가 만들어진 분야는 초고속 통신망이다. ‘안티하나로’를 표방한 사이트만 ‘하나로운동본부(www. hades.interpia98.net/~hanarox)’ 등 10여 개에 이른다. 그 외에도 안티한국통신, 안티두루넷, 안티드림라인 등이 ‘성업’중이다. 지난 1월에는 공동으로 속도측정 실험까지 했다. 업계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날 물로 보지 마!”

성과 면에서는 자동차 관련 사이트가 단연 앞선다. 대표적인 예가 ‘안티트라제(www.antihyundai.pe.kr)’다. 아예 ‘소비자권리찾기운동본부’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 사이트는 운영자 윤희성 씨 외에도 홍보부장, 조직부장까지 두고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인터넷업체를 운영하는 윤씨는 현대 트라제XG를 구입한 후 잦은 고장과 차체 결함, 담당 직원들의 불친절에 항의코자 이 사이트를 개설했다. 비슷한 불만을 갖고 있던 네티즌들은 사이트를 통해 점화코일과 2열 시트의 결함을 줄기차게 지적했고 건설교통부에 안전도 검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이들의 활약상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결국 현대자동차는 점화코일 교체, 냉각수 보조탱크 지급 등 일련의 리콜 조처를 취했다.

‘안티기아(antikia.systek.co.kr)’를 운영하는 이도 지난해 7월 기아 카니발을 구입한 소비자 이준규 씨다. 구입 당시부터 도색이 덜 돼 있고 주차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 등 곤란을 겪다 결국 사고를 당한 뒤 이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씨는 “나도 예전에는 좀 손해보는 일이 있더라도 참고 넘어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며 “그러나 차체 결함으로 사고가 났는데도 책임을 회피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등 횡포를 일삼는 대기업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국내 자동차 4사는 물론 해외 차종까지 대상으로 하는 종합 사이트 ‘안티카(www.anticar.co.kr)’도 생겼다. 자동차 회사 및 차종별로 피해 사례, 문제점 등 불만사항을 기재할 수 있으며 온라인 리콜 요구 진정서도 보낼 수 있다.

‘안티후지운동본부(antifuji.org)’도 유명한 사이트. 운영자는 학원을 경영하는 허인 씨다. 넷맹이었던 그가 사이트까지 개설한 이유는 비정품 토너와 드럼을 정품으로 속여 팔아 놓고도 나 몰라라 하는 후지제록스에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제록스 측은 “대리점이 한 일이니 우리는 책임이 없다”며 복사기 수리도, 과지불된 요금의 환불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1년을 밀고당겨도 결론이 나지 않자 지난해 10월, 허씨는 ‘안티후지’를 개설했고 네티즌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어 영어, 일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사이트까지 만들었다.

지난 8월16일, 마침내 결론이 났다. 후지 측에서 허씨의 요구를 받아들여, 본사와 대리점의 계약 사항 중 대리점의 과실이 있을 경우 본사가 소비자에게 선배상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복사기 수리와 요금 환불도 이루어졌다. ‘목적’이 달성됨에 따라 운동본부의 활동은 자동 정지되었다.

특정 기업이 아닌 업종을 대상으로 한 안티 사이트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들이 ‘안티피라미드(antipyramid.org)’ ‘안티인슈(antiinsu.new21.org)’ ‘안티충무로(antichung.petlove.pe.kr)’ ‘노버스(www.nobus. co.kr)’ ‘안티관광에세이(myhome.netsgo. com/naked38/index2.htm)’ 등이다.

‘안티피라미드’는 피라미드 판매 피해자를 위한 사이트다. 지난 1월 오픈, 조회수 50여만 회의 인기 사이트가 됐다. 도움을 받았던 피해자가 다시 다른 피해자를 돕는 식으로, 회사 상대 고소 과정에 벌써 5000여 명이 사이트의 조력을 받았다. 운영자인 이택선(대학휴학생)씨는 이를 두고 ‘인터넷 피라미드 현상’이라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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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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