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호

성공한 남자들의 옷차림 노하우

  • 최희정 자유기고가

    입력2006-08-0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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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남자들의 옷차림 노하우

    ‘멋쟁이’는 남자들에게 그리 친숙한 단어는 아니다. 어쩌다 남자들이 옷차림에 관심을 보이면 “여자 같다”는 핀잔을 받기 일쑤고 그래서 대부분 남성들은 아무거나 걸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또 남자는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는 말에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도 여자와 달리 옷차림이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신경쓰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입는 옷차림이 오히려 남자의 멋으로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몇 년 전 남성 정장을 생산하는 한 의류업체의 ‘옷차림도 전략이다’는 광고문구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또 패션에 대한 남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자 역시 옷을 적극적인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제 남자들 사이에 옷은 단순히 몸을 가리기 위해 입는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맞게 적절히 갖춰 입으면 그야말로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점차 뿌리 내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옷을 입는 센스가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려서는 부모가 정해준 옷을 입다가 결혼을 해서는 아내가 골라주는 옷을 입는 게 보통 남자들의 옷입기 방식이다.

    어쩌다 쇼핑을 하더라도 가게 주인이 권해주는 옷을 입는 것에 남자들은 익숙해져 있다. 또 자기 직업과 취향에 맞게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옷마다 소재가 다르고 색상과 모양이 제각각이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옷 잘입는 남자가 큰일한다

    패션코디네이터들은 패션 스타일을 배우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일단 하고 있는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 혹은 성공한 사람으로 알려진 사람들의 옷차림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는지를 읽어낼 줄 알면 옷입기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델라인과 한국복장기술경영협회가 주관하는 베스트 드레서상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베스트 드레서상은 패션기자와 패션디자이너, 패션 관련 교수가 그해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을 뽑아 상을 주는 것으로 주로 상황에 따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옷을 입을 줄 아는 패션감각이 있는 사람이 뽑힌다.

    지난해 모델라인의 베스트 드레서상에는 가수 HOT, 탤런트 류시원, 영화배우 이정재씨가 뽑혔고 정치인으로는 민주당 김민석 의원, 문화인으로는 서울치과 병원장이면서 재즈가수인 민병진씨, 스포츠인으로는 야구선수 이승엽씨가 선정됐다. 83년에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17회를 진행하는 동안 가수 조용필씨, 탤런트 김용건씨, 영화배우 겸 국회의원 신성일씨, 정치·경제인으로 정몽준씨 등이 베스트 드레서 상을 받았다. 그 밖에 영화배우 최민수, 방송인 서세원, 탤런트 장동건, LG패션 사장 신홍순씨 등이 역대 베스트 드레서다.

    모델라인 이재연 사장은 “처음 몇 해 동안은 주로 가수나 탤런트, 영화배우에게만 베스트 드레서상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치·경제·문화인에게까지 수상자를 넓혔지요. 지금까지는 패션 담당기자나 디자이너 등이 베스트 드레서를 뽑았지만 올해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도 참여시킬 계획입니다”고 밝혔다.

    모델라인이 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베스트 드레서를 선정하는 데 비해 한국복장기술경영협회는 30~50대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베스트 드레서를 뽑는다. 김대중 대통령,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1997년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됐고,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은 단정하고 이지적인 차림으로 정치인으로는 최초로 베스트 드레서가 되기도 했다. 문화방송의 권재홍 앵커와 서울방송의 김형민 앵커는 그때그때 자기 연출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 베스트 드레서가 되기도 했다.

    한국복장기술경영협회 고경호 회장은 “옷이라는 것은 입는 사람의 직업과 나이, 장소에 맞게 선택해서 입어야 제 빛을 발합니다. 그런데 보통 남성들은 패션에 너무 둔해요. 직업을 가진 남성은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잘 입어야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있고, 그것은 곧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의미합니다” 고 강조했다.

    베스트 드레서들의 특징은 언제, 어디서든 분위기에 맞는 옷을 잘 선택해서 입는다는 점이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이니만큼 값비싼 외제 브랜드 제품을 입거나 전문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대부분 자기가 직접 옷을 골라 입거나 국내 기성복을 입는 사람이 많다. 또 커프스버튼이나 구두, 넥타이핀을 잘 어울리게 꾸밀 줄 아는 감각을 지닌 사람도 있다. 단지 그들이 일반 남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옷차림에 대해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놓았다는 것, 그리고 티셔츠 하나를 입더라도 아무거나 편한 대로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치과 병원장이면서 재즈가수인 민병진(48세)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멋을 아는 실용주의자’다. 잘 만들어진 음악처럼 조화되고 정돈된 옷차림에 간단한 액세서리로 멋과 실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그의 옷입기 방식.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그는 주로 단정한 정장을 좋아하는 편으로 외제 브랜드 정장보다는 국내 기성복을 즐겨 입는다.

    “아무리 값비싼 외제 브랜드 옷을 입었어도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으면 누더기를 걸친 것과 다름없어요. 옷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입는 사람이 얼마만큼 그 옷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옷의 재미와 멋을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커프스버튼과 같은 액세서리다. 그는 정장 차림을 할 때는 커프스버튼을 꼭 한다. 보석이 크게 박힌 화려한 것보다는 조그맣고 디자인이 독톡한 것을 직접 골라 다소 단조로운 정장에 강한 포인트를 준다. 이 커프스버튼으로 지난해에는 ‘삼성디자인센터’에서 주는 베스트 드레서상도 받았다. 삼성디자인센터의 한 관계자는 “한 달 동안 몰래 민원장을 관찰했는데, 정장차림을 한 날은 하루도 빠짐없이 커프스버튼을 했다. 그리고 커프스버튼이 옷하고 잘 어울리고 모양이 참 예뻐서 민원장을 베스트 드레서로 뽑게 됐다”고 밝혔다. 대신 손톱만한 보석이 박힌 넥타이핀이나 커프스버튼을 한 사람, 조르조 아르마니와 같은 외제 브랜드 옷만 입는 사람은 탈락됐다고 한다.

    또한 민원장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것에 무척 신경을 쓰는 편이다. 송년회와 같은 모임에 참석할 때는 단정한 정장 차림을 벗어던지고 눈에 확 띄는 옷을 입고 나간다. 포인트를 주기 위해 노란색 넥타이를 매기도 하고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하고 파티에 참석한 적도 있었다.

    베스트 드레서는 자기 스타일 고집

    옛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날 때는 편안하고 정겨운 느낌이 나도록 일부러 철 지난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나가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반드시 어느 한쪽에 포인트를 준다는 것. 티셔츠를 흰색이나 아이보리색을 입으면 다소 나이가 들어 보이기 때문에 강한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는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밝은 인상을 심어주면서 7년 동안 입었던 오래된 옷도 방금 사서 입은 새옷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민원장의 패션감각은 아이쇼핑을 하면서 많이 길러졌다. 평소 부인과 함께 아이쇼핑을 즐기는 그는 매장에 진열된 옷을 보고 나름대로 감각을 익힌다. 또 철이 바뀔 때마다 전문 코디네이터를 만나 요즈음 유행하는 스타일에 대해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개성은 무시하고 유행만 따르는 것은 단연코 거부한다.

    “저 역시 유행에 민감한 편이지만 유행에 휩쓸리는 것은 싫어해요. 유행만 따르는 것은 낭비일 뿐 자신에게 맞는 옷차림이 나올 수 없어요. 자기 체형에 어울리고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멋쟁이인 것 같아요.”

    민원장은 평소 패션정보를 자주 접해 옷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베스트 드레서들은 그들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물론 개중에는 코디네이터를 고용해 그들이 정해주는 옷만 입는 사람도 종종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자기 개성을 알고 스스로 옷을 찾아서 입는 편이다.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그는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목둘레를 보타이로 장식하고 새것보다는 남이 입던 것이라도 옛것을 좋아한다. 유학 시절 선물로 받은 보타이는 물론, 이미 작고하신 어머니가 손수 누에를 쳐서 실로 뽑아 베틀로 짜주신 명주스카프를 아직도 맨다. 그뿐만이 아니다. 89년 모델라인의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돼 시상식에 나올 때도 김교수는 아는 친지 형이 물려준 S.J.SIM이란 이니셜이 박힌 감색 더블재킷을 입고 와서 당당하게 폼을 잡았다는 후문도 있다.

    패션디자이너 하용수씨는 우리 나라 중장년층 남자들은 자기 멋을 부리는 데 인색하다고 말한다. 본인의 생각에 따라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옷을 선택하고 입는다는 말이다. 이러다 보니 자기 스타일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지고 평범한 옷차림에 묻혀 자기 개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남자들은 자기가 옷을 입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를 굉장히 의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로 베이직한 스타일만 고수하지 말고 자기에게 맞는 색상이나 디자인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고 강조한다.

    하씨가 주로 강조하는 옷차림의 기본은 그해의 패션 흐름을 감지하는 것과 같은 셔츠를 입더라도 단추와 벨트 등을 이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가꾸라는 것이다. 단추의 크기와 모양, 벨트의 넓이 등을 고려해서 옷을 맞춰 입다 보면 센스 있는 옷차림이 된다는 것. 또 상하의가 너무 대조되는 색상은 튀고, 자칫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와이셔츠와 넥타이, 재킷, 바지를 같은 색상계열로 맞춰 입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나라 남성 중에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으로 99년 베스트 드레서인 영화배우 이정재씨를 꼽는다.

    이정재씨는 우선 맡은 역에 맞게 옷을 입을 줄 알고 같은 옷으로도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정재씨는 옷을 잘 입기도 하지만 옷에 맞는 헤어스타일과 표정을 만들 줄도 압니다. 걸음걸이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단추를 다 채우느냐, 두세 개만 채워야 멋이 있느냐까지 생각하면서 옷을 입어요. 멋이라는 것은 그저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옷만 입었다고 해서 저절로 풍겨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정재씨가 젊은 연기자들 중 가장 센스 있게 옷을 입는다는 평을 받는 데 비해 탤런트 김용건(54세)씨는 중년층에서 확실하게 인정받는 베스트 드레서다.

    모델라인의 이재연 사장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접해봤지만 김용건씨처럼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보지 못했어요. 그는 만취했어도 다음날 입을 옷을 반드시 정해놓고 잠자리에 드는 사람입니다”고 말했다.

    굳이 이재연 사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김용건씨가 옷을 잘 입는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가 모델라인 선정 베스트 드레서에 세 번씩이나 뽑힌 전력에다 워낙 멋내기를 즐기는 성격이어서 영국 신사 같은 분위기를 곧잘 연출해 내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적인 옷차림 비결은 일단 마음에 들 때까지 옷을 입어본다는 것. 다음날 입고 나갈 옷을 전날에 완벽하게 준비해야 직성이 풀린다. 한두 번은 모르겠지만 10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다음날 입고 나갈 옷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가 이렇게 하는 것은 탤런트라는 직업 때문만은 아니다. 거울 앞에서 이옷 저옷 입어보고 서로 어울리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 신문지 깔아놓고 구두까지 몽땅 준비해 신어봐요. 옷이 맘에 들 때까지 입어보는데 심한 경우에는 서너 시간도 걸렸어요. 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수십 번씩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한다고 상상해 봐요. 얼마나 우습고 어이가 없겠어요. 가끔 주위 사람들한테 ‘옷에 중병 걸린 사람이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 옷을 맞춰 입고 나가야 제 맘이 편하거든요.”

    그는 정장류를 좋아한다. 가끔 외제 브랜드 옷을 사입고 주로 자기 체형을 고려해서 맞춰 입는다. 목걸이나 팔찌와 같은 액세서리는 하지 않고 대신 넥타이핀이나 커프스버튼으로 멋을 낸다. 정장은 대략 100여 벌, 커프스버튼이나 넥타이핀은 10개 정도로 그때그때 기분과 분위기에 맞게 연출해서 입는다.

    김용건씨가 옷차림말고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걸음걸이다. 캐주얼 의상을 입었을 때는 경쾌한 걸음을 하고, 정장류를 입었을 때는 여유롭게 보이기 위해 천천히 걷는다.

    구두 역시 그가 아끼는 소품. 주로 슈트(suit) 색상과 비슷한 것을 골라 신는다. 간혹 감색 양복에 고동색 구두를 신거나 흰 양말을 신은 동료 탤런트를 보는데 그때마다 저절로 눈살이 찌푸러진다. 양복이나 와이셔츠도 중요하지만 옷차림을 제대로 마무리하려면 구두와 양말까지 맞춰 신어야 제멋이 난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또 구두를 고를 때는 먼저 자신의 체중을 받쳐주어야 하기에 구두 바닥의 가운데가 단단하며 다른 부분이 탄력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본다. 또 하루 종일 촬영하다 보면 땀을 흘릴 때가 많기 때문에 이왕이면 구두 안쪽 부분이 땀을 잘 흡수하고 박테리아 발생을 막는 가죽으로 처리된 것을 고른다.

    옷은 한 사람의 인격을 담는 그릇입니다. 드라마 속 인물도 마찬가지여서 의상에 따라 배역이 살고 죽을 수도 있지요. 옷을 잘 입으려고 사기도 많이 샀는데 비싼 옷은 별로 없어요. 시장에서 산 옷이라도 신발이나 머리, 양말하고 조화를 이루면 멋진 차림이 됩니다”고 말하면서 귀찮더라도 거울 앞에서 옷을 자꾸 입어보라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는다.

    지난 96년 미국의 연예주간지인 ‘피플’ 지에서는 어떤 옷이든 멋지게 소화해 내는 ‘베스트 드레서’와 나름대로 한껏 멋을 부리고도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최악의 드레서’를 각각 10명씩 선정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베스트 드레서로 첫손에 꼽힌 사람은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스 USA에 뽑혔다가 왕관을 박탈당하는 불운을 겪었던 여배우 바네사 윌리엄스.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한 옷을 골라 입는다’는 평을 듣는 그녀의 멋진 몸매도 베스트 드레서로 꼽히는 데 일조했다. 영화 ‘스피드’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여배우 샌드라 블록도 베스트 드레서로 뽑혔다. 편안하고 친근한 ‘이웃집 소녀’ 같은 자신의 이미지에 걸맞게 요란하지 않은 옷을 입는다는 평. 여배우 세어는 몸에 착 달라붙는 비닐패션을 즐기는 탓에 ‘최악의 드레서’로 뽑히면서 ‘그 패션은 도저히 집에서 한 발짝도 나서서는 안 될 옷차림’이라는 혹평까지 들어야 했다.

    시카코 불스의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은 맞춤 양복을 언제나 깔끔하게 차려 입어 최고의 멋쟁이로 뽑힌 반면, 같은 팀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은 야광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망사스타킹, 여성용 숄과 체인벨트 등 기괴한 복장으로 ‘최악의 드레서’ 명단에 올랐다. 이 밖에도 베스트 드레서에는 가수 브랜디, 배우 짐 캐리,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최악의 드레서로는 배우 팀 로빈스와 스티븐 시걸, 가수 조엔 오스몬 등이 뽑혔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까지 ‘최악의 드레서’를 뽑지 않는데 그것의 선정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애매모호하려니와 사실 뽑는다 하더라도 본인에게 미칠 파장을 염려해서다.

    사실, 베스트 드레서상을 처음 만들어 수상할 때도 수상자 대부분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베스트 드레서는 연예인들에게나 주는 화려한 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은 베스트 드레서상을 두고 자칫 ‘옷만 잘 입고 하는 일에는 신경을 덜 쓴다’는 이미지를 심어줄까 봐 수상하기를 꺼렸다는 뒷얘기도 있다.

    문화방송 앵커인 권재홍 부장도 그중 한 사람. 97년 한국복장기술경영협회가 주관하는 베스트 드레서에 뽑힌 그는 선정 소식을 듣고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일단 기분은 좋았지만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이 선정되었을까 생각하니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베스트 드레서는 연예인이나 모델에게 주는 상인 줄 알았으니까요. 평소에 옷을 가려 입는 편인데 그게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주었던 것 같아요.”

    옷은 자기 표현의 수단

    그는 각별히 유행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세련된 옷차림을 하는 것으로 방송국에서 정평이 나 있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외모라 옷차림도 털털할 것 같지만 ‘절대 같은 차림을 이틀 이상 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있을 만큼 옷에 대해서는 까다로울 정도로 세심하다.

    권부장의 옷입기 비결은 와이셔츠와 넥타이에 있다. 아침마다 어떤 셔츠와 넥타이를 맬 것인가를 구상해 와이셔츠가 단조롭게 여겨지면 넥타이로 포인트를 준다. 흰색 셔츠는 다소 경직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해서 거의 입지 않는 편. 대신 붉은빛이 들어간 셔츠를 좋아하고 작고 잔잔한 무늬보다는 큰 무늬가 들어간 옷을 즐겨 입는다. 정장은 다소 비싸더라도 국내 기성복 중 고급품을 구입하는 편이고 셔츠와 넥타이는 부인과 쇼핑하면서 눈에 띌 때마다 구입한다.

    “옷차림은 패션이라기보다는 자기 표현을 위한 수단이면서도 첫인상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여러 번 만나서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잖아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옷을 골라서 입는 감각인 것 같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은 방 안에 앉아서 공부할 때도 언제나 ‘의관을 갖추고 앉아’ 글을 읽었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지 ‘격식에 맞는 옷을 챙겨 입고’ 뭔가를 하던 우리 선조들의 옷입기 철학이 다분히 반영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세련된 옷차림으로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신뢰감을 준다면 직장에서나 비즈니스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만큼 올바른 옷차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자신의 품위를 만들어 나간다는 뜻이다.

    하루아침에 옷입기에 변화를 주기는 어렵지만 패션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좋은 인상을 주는 성공적인 옷차림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요즘에는 상황과 장소에 맞는 적절한 옷차림을 해야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다. 그저 남의 눈에 거슬리지만 않게 입는 소극적인 옷차림이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내어 연출하는 적극적인 옷차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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