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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학살·종군위안부가 사라진 일본 역사교과서

  • 심규선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ksshim@donga.com

침략·학살·종군위안부가 사라진 일본 역사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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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워크 21’이라는 일본의 시민단체는 9월 12일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역사 교과서와 기존 7개사의 새 역사 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해서 발표했다.

이 단체가 분석해서 밝힌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를 살펴보자. 다음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아시아와 관련된 부분의 요약이다.

① 국민이 전쟁을 긍정하고 열렬히 지지했다고 기술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의 ‘초기 승리’에서 “이것(진주만 습격)이 보도되자 일본 국민의 기분은 일거에 고양되고 장기전에 돌입한 일·중 전쟁의 음울한 기분이 일변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전시하의 국민생활’에서는 “생활물자는 매우 적었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많은 국민은 열심히 일했고 잘 싸웠다. 이는 전쟁에서 승리를 원했기 때문이다”라고 기술해 국민이 일치해서 전쟁에 협력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은 비극이다. 그러나 전쟁을 선악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어느 쪽이 정의이고 어느 쪽이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국가와 국가의 이익이 충돌한 결과 정치로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최종 수단으로 벌어지는 것이 전쟁이다. 당시의 일본인은 미군과 싸우지 않고 패배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전쟁 자체를 긍정하면서 일본의 침략전쟁에 면죄부를 주고 당시의 일본인(이 중에는 조선이나 대만인도 포함되어 있다)이 모두 지지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일·러 전쟁은 일본의 생존을 건 장엄한 국민전쟁이었다. 일본은 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자국의 안전보장을 확립했다. 근대 국가로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유색인종 국가인 일본이 당시 세계 최대의 육군 대국이었던 백인 제국 러시아에 이긴 것은 억압당하던 세계의 여러 민족에게 독립에 대한 한없는 희망을 주었다”고 기술하여 일·러 전쟁을 전면적으로 긍정하고 있다.

② 침략전쟁이 아니고 민족해방전쟁이라고 기술

-근대 일본의 조선 침략을 위한 최초의 사건이었던 강화도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당연히 일본의 책임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그후에 맺었던 일·조 수호조약의 불평등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난징 대학살을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종군위안부’나 ‘중국·조선인의 강제연행·강제노동’에 대한 기술은 어느 곳에도 없다.

-‘대동아전쟁’의 ‘초기 승리’에서 “100일 정도 싸워 대승리로 서전을 장식했다”는 동남아시아 점령 기술에 이어 “이것은 수백 년에 걸쳐 백인의 식민지배에 신음하고 있던 현지인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얻은 승리였다. 일본의 서전 승리는 동남아시아나 인도인, 멀리는 아프리카인에게까지 독립에 대한 꿈과 용기를 안겨줬다”고 기술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에 대해서는 “일본인의 사망 행방불명자는 군인·군속 약 186만 명, 민간인 약 66만 명, 제2차 세계대전 전체의 전사자는 약 2200만 명, 부상자는 약 340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도 아시아의 피해에 대한 언급은 없다.

③ 아시아 민족을 멸시하고 한국 합병은 합법적이었다고 기술

-“조선반도는 대륙으로부터 뻗어나온 팔”이라고 표현하면서 “조선반도는 일본에게 들이대는 흉기가 되기 쉽다”고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조선반도가 일본에게 적대적인 대국의 지배하에 들어가면… 일본의 방위가 어려워진다.” 이것이 이 교과서의 기본적인 아시아관이다.

-“청은 굴욕적인 난징조약에 조인했다” “조선에서는 위기의식이 희박했다” “중국, 조선 양국은 열강의 위협에 대해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열강은 청에 몰려들어 곧바로 조차지를 획득하고 중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만약 일본이 졌다면 중국과 같은 운명을 겪었을지 모른다”고 기술하는 등 중국·한국에 대한 멸시가 전면에 깔려 있다.

“한일 합방은 합법적”

-“1910년(메이지 43년) 일본은 한국을 병합했다(한국 병합). 이것은 동아시아를 안정시키는 정책으로서 구미 열강으로부터 지지받았다. 한국 병합은 일본의 안전과 만주의 권익을 방위하기 위해 필요했지만 경제적·정치적으로는 반드시 이익을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을 실행한 당시로서는 국제관계의 원칙에 따라 합법적으로 행해졌다”며 한국 병합이 일본의 안전에 필요했고 더욱이 합법적이었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식민지배 실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창씨개명이나 강제연행, 징병제의 시행에 대한 기술도 없다. 한국 내의 저항에 대해서는 “그러나 한국 내에서는 당연히 병합에 대한 찬반 양론이 있었고, 반대파의 일부가 격렬하게 저항했다”고만 기술하고 의병투쟁에 대해서는 기술하지 않고 있다.

-간토 대지진에 대한 기술이 없으므로 당시의 조선인·중국인의 학살은 당연히 기술되지 않았다.

④ 일본군의 잔학행위 등 아시아·태평양의 여러 민족에게 준 피해나 그들의 저항은 기술하지 않음.

-일본군의 잔학행위나 조선·중국·동남아시아로부터 인적·물적자원을 약탈한 행위 등 전쟁 실태에 대해서 기술하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의 피해에 대해서도 ‘전시하의 국민생활’항의 마지막에 작은 활자로 “일본이 전쟁으로 나아감으로써 전장이 된 아시아 여러 지역의 사람들도 피해를 입었다.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제법으로 금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세계인들이 평소부터 국제 협조의 정신을 배양하고 정치나 경제·외교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봅시다”라며 피해 실태는 기술하지 않고 중학생에게 무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시아 여러 민족의 항일무장투쟁에 대하여 “그때까지 구미의 식민지 지배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던 사람들이 항일 게릴라 활동을 벌였다”며 사실과는 다른 기술을 하고 있다. 거꾸로 “1927년 난징에서 일어난 외국인 습격사건에서도 일본은 중국에 대하여 매우 관대한 태도를 취했다”고 기술했다.

⑤ 천황의 전쟁 책임은 묻지 않고 거꾸로 ‘성단(聖斷)’을 강조

-15년 전쟁의 천황 역할이나 ‘극동 국제군사재판’에서도 천황이 소추받지 않았다는 것에 대하여는 전혀 기술하지 않았다. 유일한 기술이 ‘성단을 내리다’ 항에서 “10일 오전 2시 스즈키 수상이 천황 앞으로 나아가 성단을 기다렸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천황은 포츠담 선언을 수락함으로써 일본의 항복을 결단했다”고 기술했다.

-인물 칼럼 ‘쇼와(昭和) 천황-국민과 함께 걸어온 생애’라는 부분에서 “어렸을 때부터 매우 성실한 성격”으로 “입헌군주로서 정부나 군 지도자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의지에 반해서 이를 인정하신 경우도 있었다”면서 “격동하는 쇼와시대에 진정 일본국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그 생애를 일관하셨다”고 기술, 쇼와 천황의 전쟁 책임에 관한 논의를 무시하고 찬미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전·근대 기술에 대하여

-“야마토(大和) 조정은 반도(한반도) 남부의 임나(가락)라는 땅에 세력을 떨쳤다. 후에 일본의 역사서는 이곳에 만들었던 우리 국가의 거점을 임나 일본부라고 불렀다”고 기술, 임나 일본부에 관한 최근의 역사동향을 무시하고 있다. 불리한 것은 무시하겠다는 자세다.

-“반도정책에 실패한 야마토 조정이지만 강국 고구려 등의 예기치 않은 조공을 받고 일거에 자신감을 얻음으로써 아시아 중심의 하나라는 강한 자각을 갖게 됐다.”

-“백제에서 왕족이나 귀족부터 일반인까지 1000명 정도가 일본열도에 망명해 와서,… 정주했다. 조정은 후하게 우대조치를 해줬다.”

-“일본의 율령과 연호의 독자성은 우리나라가 중국에 복속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립국가로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내외에 보여준 것이었다.”

이 교과서는 이 밖에도 곳곳에서 천황을 찬미하고 천황을 중심으로 한 일본사, 지배자를 미화한 국가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역사 교과서말고도 중학교 공민 교과서도 만들어 검정을 신청했다. 이 교과서도 문제가 많다. 이 교과서는 일본의 평화헌법에 대하여 “전쟁포기 조항은 침략전쟁만 포기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개정할 필요가 강하게 제창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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