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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칼럼

“오늘 하루는 내 인생의 모든 날”

31세 말기암환자 김현경씨의 절망속 희망찾기

“오늘 하루는 내 인생의 모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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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에 컨디션이 좋아서 TV를 보는데 갑자기 그 노래 있잖아요. ‘가을에 편지를 쓰겠어요…’ 하는 노래가 나오지 않겠어요.

그런데 갑자기 동시에 눈물이 막 줄줄 흐르는 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제가 원래 센티멘탈한 데가 있기는 해도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제가 놀라 깜짝놀랐다니까요.

아, 가을이구나 생각하니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여름에 하도 힘들어서 고생할 때 기도를 했죠. 이 더운 여름에 장사 치르게 하지는 말아달라고요.



그런데 벌써 가을인 겁니다. 커피라도 한잔 하는 꿈을 꾸고 있는데 밖을 보니 산은 푸르다 못해 푸르딩딩한 거 있죠. 무드 다 깼어요.

오후에 안 좋은 일이 있어 체기로 정말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괜찮은 듯하고….

하여튼 가을은 가을입니다. 제가 집에서 입는 유니폼이 긴 팔, 긴 바지로 변했거든요.

이 가을도 잘 보내야 할 텐데… 꼭 노인네 같은 멘트네요.

쓸쓸한 추석입니다 2000년 9월 10일

여러분이 걱정하신 대로 많이 아팠습니다. 매일 그래도 몇 시간은 괜찮았는데, 이젠 그것도 힘들군요.

게다가 남편과 아이가 시골에 모두 모이는 모임에 가버려서 혼자 있습니다.

어떨 땐 혼자 있다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닐까, 인사도 못 하고 가는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작년에도 추석엔 혼자였는데, 왜 이리 이번 추석은 외로운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관장을 하고 나면 왜 그리 아프고 외롭고 슬픈지….

자꾸 약해져 가는 몸을 느끼면서 두려움이 찾아듭니다. 힘듭니다. 이젠 강한 척하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즐거운 추석에 자꾸 기어 들어가는 얘기만 해서 미안합니다. 엄마가 사다놓은 햇밤을 보니 정말 추석이구나 싶었습니다.

정말 토실토실 알토실이더군요.

남편과 아이한테로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아프게 합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시골이거든요.

이젠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남편과 아이가 오는 것만 기다리게 됩니다.

병이 확 나아버렸으면….

아파서인지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음부터는 좀더 힘있는 제가 되어야겠지요.

여러분이 응원해 주시니까요.

답글 못 올려 죄송합니다. 너무 힘들어서요….

잠자기 힘든 이유 2000년 9월 12일

요즘엔 통 잠을 못 잤습니다. 잠을 못 자는 것보다 더 큰 고문은 없다잖아요. 우리 남편은 자기가 항일운동을 했더라도 하루만 안 재우면 다 불었을 거라고 할 정도니까요.

나중엔 화가 났습니다. 그래, 안 자면 될 거 아니야! 안 잔다 안 자!!!

하지만 소리쳐 봤자 메아리만 돌아올 뿐….

허리가 아파서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 잤더니 그게 오히려 허리에 무리를 주어서 어떤 행태로도 누워서는 잘 수가 없습니다. 별 궁리를 다해봤지만….

게다가 조금씩 짝잠을 잘 때는 왜 이리 꿈을 꾸는지 주로 과거가 배경인 꿈인데요, 꿈에 치어서 일어난다니까요.

어제, 그러니까 오늘 새벽에는 고등학교 때 꿈을 꾸었습니다. 다 생각은 안 나지만 하여튼 준비해온 도시락을 펴고 막 먹으려는데 그만 잠이 깨버렸어요. 깨자마자 속상했지만 꿈에서 뭐 먹으면 감기 걸린다는 엄마의 말씀을 기억하고는 오히려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저께는 그렇게 보고 싶던 외할머니, 할아버지를 꿈에서 뵈었습니다. 아무 말도 못했지만 가슴이 뭉클합니다.

꿈이라고는 꾸지 않는 제가 왜 이러는지… 원래 얕은 잠에는 꿈을 많이 꾸나요?

오늘 안으로 가족들이 온다고 합니다. 차가 밀려 오늘 안에 올지….

하지만 엄마는 큰댁에 가셔서 못 오시고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어린이 프로가 있죠. 저도 혼자서도 잘하는 제가 됐으면 합니다.

여러분, 정말 뜻 깊은 추석입니다. 여러분도 기억에 남는 추석이 됐으면 합니다.

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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