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호

유부남은 OK, 총각은 NO

  • 이영미 스포츠라이터

    입력2006-08-02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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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섹스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금껏 수많은 스포츠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금욕주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섹스의 유용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스포츠 스타들은 경기 전의 섹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경기 전 운동선수의 성생활은 ‘보약’인가? 아니면 ‘독약’인가? 스포츠계의 오랜 논쟁거리인 이 주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릴 뿐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 가지 관심을 끄는 건 체력 저하 등을 이유로 무조건 금욕을 요구했던 우리나라 스포츠계에서도 언제부턴가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묶어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쪽으로 흐름이 뒤바뀐 셈이다. 때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풀어주는 것’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외국 연구기관의 발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성생활의 자유’를 부르짖는 선수도 많아졌다. 운동선수와 섹스,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조심스럽게 접근해봤다.

    마라톤과 섹스 논쟁

    이탈리아 라킬라대학 엠마누엘 안닌 교수는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과학 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 매거진’에 ‘운동선수의 성생활이 경기력 향상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성관계시 발생하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선수의 심리상태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이것이 경기 도중 공격적인 성향을 이끌어내면서 ‘보약’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80여명을 임상 조사한 결과, 테스토스테론은 의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큰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안닌 교수는 보고서 말미에 “적극적인 삶을 원한다면 섹스를 즐기라”는 충고까지 곁들였다.

    최근 영국에서는 섹스가 마라톤 선수의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1999년 런던 마라톤 마스터스대회에 참가한 일반인 2000명 중 상당수가 ‘섹스가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고 한다. 경기 전날 섹스를 한 선수들은 평균 3시간 51분에 완주한 반면 섹스를 하지 않은 선수들은 평균 3시간 56분에 풀코스를 주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마스터스대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마라톤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로코 출신의 마라토너 칼리드 칸노우치와 그의 부인 겸 코치 산드라는 경기 전 최소 5일 동안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칼리드 칸노우치는 지난해 시카코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5분 32초의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마라톤은 코스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신기록’ 대신 ‘최고기록’이라는 용어를 쓴다).



    우리나라는 운동과 성생활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은 이채로운 보고서를 제출했다. 제목은 ‘과학적 컨디션 조절을 위한 10가지 항목’이었는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이 섹스와 관련된 항목이다. 대표팀 합숙생활 동안 숙소에 여자 친구나 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은 물론 대회 기간 중 선수들이 딴 생각을 못하도록 ‘몸단속’에 신경을 써달라고 코칭스태프한테 특별 주문한 내용이었다.

    즉 경기 시작 48시간 전부터는 선수들이 자위 행위를 포함한 섹스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당시 월드컵지원팀장이면서 이 보고서를 담당했던 신동성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기 전 성생활이 좋다, 나쁘다 판명된 과학적 이론은 없다. 단지 체력 소모가 심한 운동선수들한테는 과도한 섹스가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섹스 파트너가 아내라면 문제가 없다.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한 관계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이거나 결혼하지 않은 총각 선수들한테 있다. 이들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으로 성생활을 즐기기 때문에 다음날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월드컵대표팀에 내린 금욕령

    신박사가 굳이 48시간이라는 단서 조항을 단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20대는 24시간 안에 정자가 완전히 재생되고 30대는 30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차를 뛰어넘을 수 있는 평균적 재생능력이 48시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경기 전 성생활에 대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필자는 결혼한 선수 20명에게 경기 전날의 성생활이 다음날 운동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설문 조사했다. 프로야구 10명, 프로축구 6명, 프로농구 4명 등 총 20명을 개별 인터뷰한 결과 13명(65%)의 선수들이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프로야구 선수를 포지션별로 보면 타자 쪽이 경기 전날의 섹스에 대해 더 긍정적이었다. 타자들은 경기 전날의 가벼운 성생활이 오히려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는 반응. 실제로 H구단의 S선수는 98시즌까지 시즌 중 금욕을 철저히 지켰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S선수는 99시즌부터 시즌과 상관없이 아내와 ‘합방’했는데 방망이가 무섭게 폭발해 올시즌 한때 홈런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성생활의 횟수에 대해선 일주일에 2∼3회가 11명(55%)으로 가장 많았다. 일주일에 1회가 5명, 2주일에 1∼2회가 3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 대답은 시즌 기간을 단서로 한 경우다. 일반적으로 프로 선수들은 비시즌 기간에 집중적으로 성생활을 즐긴다. 이런 까닭에 프로 선수의 아내는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하고, 주로 겨울철에 자녀의 돌잔치를 치르는 것이다.

    현재 J리그에서 활동중인 축구선수 Y는 경기 전날에는 절대로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90분을 풀타임으로 뛰는 축구선수한테 하체의 힘은 대단히 중요한데 성관계 후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느낀 다음부터 자제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부천 SK의 K선수도 경기 전날의 성생활을 반대하는 입장. 이유는 Y선수와 비슷하다.

    그러나 골키퍼 K선수는 운동과 성생활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입장이다. 결혼 초만 해도 성에 대한 통제 불능으로 운동 생활에 지장을 받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오리듬이 안정을 찾고 부부 관계가 일종의 ‘생활’로 자리잡으면서 중요한 활력소가 되었다고 한다. K선수는 한술 더 떠 오랜 원정 경기나 합숙 훈련 때 부인과 ‘합방’하는 걸 허락해 주길 희망했다.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의 S선수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선수는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코칭스태프의 사고는 20세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혼자들한테 오랜 합숙생활은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만약 내가 감독이 된다면 아내가 숙소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배려하거나 아니면 아예 기혼자들에게 미혼자들과 분리된 별도의 숙소를 제공해 ‘성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야구 투수 J선수도 경기 전날의 성관계가 경기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몸이 좋지 않을 때 무리한 성생활만 하지 않는다면 큰 지장이 없는 것 같다. 몇몇 총각 선수들이 호기심에 여자를 만나 새벽까지 놀다가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를 보긴 했지만 기혼자들의 평범한 섹스라이프는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

    타자 중에는 롯데의 P선수, 두산의 K, J 선수가 섹스 예찬론을 폈다. 특히 P선수는 외국의 보도를 인용하며 성생활의 유용성을 주장했다. “언젠가 신문에 경기 전날 섹스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도된 적이 있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결혼 초도 아니고 결혼생활을 오래한 부부라면 과도한 성관계를 할 일이 없지 않은가. 서로 기분이 좋을 정도로 가볍게 한다면 오히려 다음날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

    한편 정신적인 면이 강조되는 사격이나 양궁 같은 종목의 선수들은 성생활과 운동의 연관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사격의 간판 스타로 꼽히는 L선수는 가급적이면 대회를 앞두고 아내와의 잠자리를 피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뚜렷한 근거나 경험에 따른 결론은 아니지만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사격에서 전날의 성생활이 총 쏘는 자세에 약간의 영향이라도 끼칠까 싶어 아예 자제하는 편이라는 것. 결혼 초부터 경기 전에는 ‘합방’을 하지 않았다는 L선수는 오랜 합숙보다는 출퇴근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사격과 양궁은 금욕?

    양궁의 A선수는 신혼 초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하는 바람에 다음날 경기를 그르친 경험을 떠올렸다. “신혼 때여서인지 갑작스런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다음날 시합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아내를 가까이 했다가 낭패를 봤다.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경기 전날의 ‘거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싶어 두려워했던 것이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자신감을 잃은 상태에서 활을 쏘니 제대로 맞을 리가 있겠는가. 그후론 절대로 경기 전날 성생활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프로 구단들이 경기 외적으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용병들의 성생활이다. 성생활이 경기력 향상의 지름길로 통하는 용병들한테 독수공방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 결혼 후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엔 문제가 없지만 고향에 아내를 두고 왔거나 애인과 떨어져 있는 처지라면 여자에 대한 그리움이 절박하다. 구단에선 시즌 중 선수의 경기력이 갑작스레 저하되는 걸 발견하면 ‘당근 작전’으로 외국에 있는 아내나 애인을 초청해 며칠 동안 함께 지내게 해준다.

    실례로 농구의 M선수와 야구의 H선수는 약혼녀가 내한해 ‘합방’한 뒤부터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펄펄 날아 구단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M선수의 경우 시즌 막판 애인과의 과도한 섹스로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부진을 보여 코칭스태프의 애간장을 태운 적도 있었다. 부산에서 활약했던 H선수는 구단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올 초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구단에선 그 선수를 붙잡는 방안 중 하나로 부산 일대의 술집 아가씨들을 동원하자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H선수는 부산 술집 여종원들의 ‘킹카’였기 때문. 프로농구의 R선수와 W선수도 한국의 아가씨들한테 최고의 서비스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애물단지’였던 카메룬 용병 미첼은 부인이 3명이었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카메룬 문화의 특성 때문. 문제는 한국의 정서상 세 아내와 동시에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로테이션 방법. 3개월마다 한 명씩 부인을 불러들여 부부생활을 즐겼다. 한 부인과 같이 살고 있다고 나머지 부인들한테 소홀할 수 없었던 미첼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며 사랑을 속삭였는데 엄청난 전화비와 각 부인들에게 매달 생활비를 송금하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었다고. 부인들과 돈독한 금실을 과시했던 미첼. 그는 부인이 바뀐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그라운드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애인이 없는 경우엔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 밖에 없다. 원정 경기중 용병들이 밤늦게 사라져도 코칭스태프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잡아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 축구의 S선수는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플레이로 한국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팬이 많다 보니 스캔들도 무성했다. 그중에는 팬과 선수 사이로 만나다 깊은 관계로까지 발전한 일도 있었다. 신기한 것은 아무리 전날 만리장성을 쌓았어도 다음날 경기장에선 펄펄 날았다는 사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용병들의 스캔들이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종종 스포츠 스타의 섹스 스캔들이 관심을 집중시키곤 한다. 지난해 여름 브라질의 축구스타 호나우두가 이탈리아 유명 매춘 조직의 고객 명단에 들어 있어 세계 축구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호나우두는 자신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언론을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한동안 이탈리아 신문들은 호나우두를 스포츠면이 아닌 가십란에서 더 자주 다룰 정도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NBA 선수들 사이에서도 섹스 스캔들이 자주 터지는데 여성 편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선수가 데니스 로드먼이다. 그는 ‘섹스가 강해야 코트에서도 강자로 군림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지난해 일본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올랐던 페다지니는 구단으로부터 섹스 금지령을 통보받은 적이 있었다. 페다지니의 부인은 26세나 연상인 친구의 엄마였는데 찰거머리처럼 붙어다니는 두 사람은 원정경기 때도 떨어질 줄 몰랐다. 스프링캠프까지 부인을 동반한 페다지니는 구단의 특혜로 선수단 숙소와 떨어진 별개의 호텔에서 허니문을 즐기다 훈련 도중 급격한 체력 저하로 쓰러진 일도 있었다. 그러자 구단에서는 각방을 쓰라는 명령을 내렸고 페다지니는 아내와 잠자리를 못하는 것은 곧 경기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무리한 섹스로 패가망신하기도

    일본에서는 ‘국민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다섯 살 연상의 아나운서 시바타 도모요의 하룻밤 정사가 언론에 보도됐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세이부 라이온스의 마쓰자카가 자신의 20번째 생일이자 시드니로 떠나기 전날 밤 선수단 호텔을 무단 이탈, 시바타 도모요의 집에서 밤을 지새고 나온 사실이 사진 주간지 ‘프라이데이’에 실려 두 사람의 깊은 관계가 들통난 것. 올림픽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애인을 찾아 나선 마쓰자카한테 경기 전 성생활의 옳고 그름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축구 전문 프리랜서 김덕기씨는 운동 선수는 결혼을 빨리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성생활 때문이다. 정상적인 섹스야말로 생활에 활력을 제공하지만 남의 눈을 피해 몰래 치르는 섹스는 스태미나 저하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부부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경기력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과도한 성생활을 즐기지 않는다. 그리고 축구 선수의 아내는 남편의 운동 사이클을 꿰고 있기 때문에 시즌 중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거나 오랜 시간 남편을 껴안지 않는다. 문제는 미혼자나 외도를 즐기는 선수한테 있다. 유혹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들은 묘령의 여자와 갖는 섹스에서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행위로 다음날 극심한 체력 저하를 가져온다.”

    1980년대 중반 장신을 이용한 헤딩슛으로 인기를 모았던 K선수가 있다. 그의 애인은 밤무대 가수였다. 두 사람이 데이트할 수 있는 시간은 여자의 업소 일이 끝나는 새벽 3시부터였다. K는 매일밤 여자의 아파트에 먼저 가서 애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정사를 즐기고 새벽녘에 숙소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다. 결국 잘 나가던 K도 애인과의 무리한 성생활로 인해 조기 은퇴하는 불행을 맞았다.

    반면에 같은 시기의 L선수는 경기 전날 반드시 섹스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만약 일을 치르지 않고 플레이를 할 경우 아랫배가 묵직해서 좋은 컨디션을 낼 수 없었다고 한다. 배설을 해야만 몸이 가볍고 상쾌해진다는 논리였다.

    85년 2월 월드컵 대표팀이 독일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의 일이다. 대표팀의 L선수와 K선수가 룸메이트였는데 당시 인기 가수였던 B씨가 독일로 공연을 왔다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K선수와 ‘합방’했고 L선수가 망을 봐줬다는 얘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축구계의 유명한 Y담이다.

    89년 이회택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을 당시 모스크바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도 스캔들이 일어났다. ‘인터걸’로 유명한 모스크바의 여자들을 그리워한 몇몇 선수가 훈련이 끝난 뒤 의기투합해 인터걸들과 호텔로 들어가려다 로비에서 축구협회 임원들과 기자들을 만나는 바람에 모종의 ‘공작’이 들통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이렇듯 스프링캠프나 전지훈련지에선 외국생활이 주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에 도취돼 종종 현지 여성들과 신체적인 접촉을 갖는 사례가 발생하곤 한다. 프로야구단 삼성에선 올 초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 전지훈련지에 기혼 선수들의 가족들을 초청,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미혼 선수들은 며칠 동안 배앓이를 했지만 오랫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던 기혼 선수들은 모처럼 신바람나게 훈련에 임할 수 있었다.

    최근 축구계에서는 여자 문제로 대표팀에서 쫓겨난 사건이 있었다. 대표팀의 J는 합숙 도중 코칭스태프 몰래 외박을 나갔다가 다음날 오전에 복귀했는데, 이 사실이 코칭스태프의 귀에 들어가면서 태극마크를 박탈당한 것은 물론 3개월 출장 정지까지 받았다. 밤새 애인과 함께 있었다고 털어놓았던 J는 대표팀의 오랜 합숙 생활이 힘들어 잠시 기분 전환 삼아 애인을 만나고 들어왔을 뿐이라고.

    ‘오빠부대’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L과 K 선수도 ‘문제아’로 꼽힌다. K는 대표팀이 투숙한 호텔에 여자 친구의 방을 잡아놓고 수시로 들락거리다 들통났고, L은 과도한 여자 관계로 슬럼프에 빠져 제 기량을 펴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받아야 했다.

    프로야구도 만만치 않다. 90년대 초 ‘그라운드의 개그맨’으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야구 스타 이병훈씨는 “상대한 여자의 나이에 따라 선수의 컨디션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운동선수가 젊은 여자와 성관계를 맺을 경우 대부분 남자가 섹스를 리드하게 돼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속도와 횟수를 조절할 수 있지만, 성경험이 많은 여자와 만날 경우 오히려 남자가 리드를 당하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아 몸이 축날 수밖에 없다는 것.

    “1개월 이상 집을 떠나 타지에서 훈련하는 선수들한테 금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대부분의 선수들은 한눈 팔지 않고 가정에 충실한 모범 가장들이지만 신체 건강한 운동선수들이 합숙 훈련하면서 풀 수 있는 방법은 자위 행위와 ‘외출’밖에 없다. 윤리적인 문제를 거론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섹스를 참으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건 사실이다.”

    현재 프로에서 뛰고 있는 K라는 선수가 있다. 겉보기엔 부부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선수의 사생활이 이만저만 복잡한 게 아니다. 오랫동안 불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여자가 있기 때문. 동료들은 그의 일탈 행위를 습관성이라고 말한다. 한 여자한테 만족 못하는 ‘병’이라는 것. 아내도 눈치를 챘지만 남편의 못 말리는 습성을 막을 도리가 없다. 특히 잦은 원정 경기로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남편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간혹 남편이 어떤 여자와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팬들의 전화로 남편의 바람기를 짐작할 뿐이다.

    프로야구 초창기엔 갑자기 늘어난 연봉과 각종 수당을 주체 못한 몇몇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술집으로 달려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감독들은 호텔까지 쫓아와 육탄 공세를 벌이는 여성팬들을 차단하느라 코치들로 하여금 호텔 복도에 불침번을 세울 정도였다.

    공식적인 섹스는 이득이다?

    ‘빨간 장갑의 마술사’로 유명했던 고 김동엽씨는 지난 96년 운동선수와 성생활에 대한 글을 쓴 일이 있다. 당시 지도자들은 ‘선수의 섹스 행위는 무조건 나쁘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홈경기엔 미혼 선수를 기용하는 전통이 있었다. 기혼 선수들은 모처럼 집에 들어가 ‘일’을 치렀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김씨는 일본 프로야구 롯데 오리온즈 구단의 스프링캠프를 소개했다. ‘어느날 아침 훈련을 나가다 게시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리휴가자 명단 밑에 3명의 이름이 있었다. 쌓이면 배설해야 한다고 믿고 있던 그들은 공개적으로 기회를 주고 있었다. 기본 원리를 몰랐던 우리 감독들의 무식을 깨우쳐준 셈이었다.’

    그렇다면 의학 전문가들은 경기 전 성생활에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김재영 비뇨기과 원장은 경기 전 섹스에 반대했다. “큰 경기를 앞두고 성생활을 즐길 경우 신체 리듬에 급격한 변화가 오기 때문에 되도록 금욕하는 게 좋다. 1회 섹스시 운동량은 정상적인 남성의 경우 400m 달리기를 완주하는 것과 같다. 특히 사정이 축적된 에너지의 방출이라는 점에서 운동선수들한테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승현 남성클리닉 원장은 배설 욕구가 오래도록 해소되지 않을 경우 초조, 불안 등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주장한다. 섹스를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고 심적인 충만함을 느낀다면 오히려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인간의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하고 적당히 쓰면 능력이 신장된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자주 이용하고 단련할수록 단단해진다. 메이저리그에 40세가 넘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많은 것을 보면 잦은 성관계가 조로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낭설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축구처럼 체력 소모가 과도한 종목이라면 3일 전부터 금욕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정을 통해 방출되는 정액과 이로 인해 소비되는 칼로리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3일 정도가 필요하다.”

    한편 이윤수 비뇨기과 원장은 단체 경기와 기록 경기를 구분했다. “섹스할 때 남자에게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촉진되는데 이 호르몬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긴장을 해소시키는 ‘요술램프’와 같다. 그러나 1분, 1초에 순위가 판가름나는 기록 경기에선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경기 전 성생활이 다음날 경기에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육체적인 충만감으로 경기력 향상을 가져다준다는 게 이원장의 의견이다.

    이번 시드니올림픽 때 선수촌은 선수들의 ‘안전한 섹스’를 위해 콘돔 10만개를 특별 주문했다고 한다. 혈기왕성한 젊은 남녀가 20일 가까이 기자들의 출입이 원천 봉쇄된 공간에 머물다 보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자유를 누리게 마련. 베일에 싸인 선수들의 섹스 탐닉에 전 세계 매스컴이 관심을 쏟았지만 귀동냥으로 사생활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올림픽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치르면서도 ‘풀어야 할 것’은 반드시 ‘풀고 가야 한다’는 선수들의 변화된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시드니 선수촌에 콘돔 10만개

    이번 취재를 위해 여러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의 섹스 라이프와 에피소드로 떠도는 숱한 ‘야사’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다 소개하지 않았지만 필자는 선수들의 섹스에 대한 의식이 급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연령에 따른 의식 차이였다. 은퇴한 왕년의 스타들이 경기 전 섹스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반면, 신세대 스타들은 ‘성의 자유’를 주장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만큼 운동선수의 의식도 달라지고 있다. 무조건 억제하는 방식으로는 운동선수들의 심리적 컨디션을 조절할 수 없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 지도자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성적인 유혹을 이기지 못해 일찌감치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나, 욕구 불만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늙어가는 선수는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심판들과 섹스]

    축구 심판은 철저히 피한다

    축구 심판들 대부분은 경기를 앞두고 아내와의 잠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제심판 박해용씨가 지난해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논문 ‘심판들의 직무 스트레스와 탈진관계:척도개발’에서 드러났다. 박씨는 논문에서 ‘경기장 곳곳을 뛰어다녀야 하는 주심들은 아예 3일 전부터 부부생활을 금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가정 불화를 빚고 있는 심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만약 선수들이 90분간 6∼7km를 뛴다면 심판은 8∼10km를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강한 체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프로 무대에서 활동중인 H심판은 “경기 전날 부부 관계를 맺고 다음날 운동장에 나갔다가 큰 낭패를 봤다. 허벅지 근육이 이완돼서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 선수들은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아무래도 내 경우엔 회복하는 시간이 느린 것 같다. 그후론 2,3일 전부터 아내를 멀리한다”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L심판은 체력보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걸 깨달았다고. 그래서인지 심판들 사이에선 경기 전날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종목의 심판은? 변수는 심판의 나이와 특정 종목이 필요로 하는 기동력이다. 하키나 농구 럭비 같은 종목은 축구처럼 많이 뛰어다니기 때문에 경기 전날의 섹스가 강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야구나 배구처럼 많이 움직이지 않는 종목의 심판들은 체력적인 부담이 없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프로야구의 A심판은 “오심 파동에 휘말리면 섹스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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