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의원(崔炳國·한나라당). 그는 전주지검장으로 있던 지난해 2월 대전법조비리사건에 휘말려 30년 정든 검찰을 떠나면서 “맹수가 병이 깊으니 제 살을 물어뜯어 동티가 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검찰수뇌부가 권력유지에 급급해 일선검사와 중견검사들을 마녀사냥 식으로 희생시키며 검찰조직을 뒤흔들고 있다는 정면비판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남짓 후에 있은 지난 4·13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들어온 그가 의정생활 6개월 여 만에 느끼는 정치판과 검찰의 또다른 실체는 무엇일까. 자력으로는 도저히 구제불능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구태의 정치판과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검찰위기에 대해 그는 어떤 쓴소리를 던질까.
―지난해 2월 대전법조비리사건 당시 사표를 던지면서 검찰 수뇌부를 향해 일갈했는데 당시 어떤 심경이셨나요?
“아마 의정부법조비리사건을 기억하실 거요. 사람들은 의정부법조비리사건이 난지 얼마 안됐는데 또 대전법조비리사건이라는 게 났다고 분노했죠. 그런데 사실은 의정부사건보다 훨씬 이전에, 거의 10년전부터 시작된 사건이었어요. 더욱이 이미 2년 전부터 문제의 이종기라는 변호사가 사무장과 분쟁을 일으켜서 사건이 죽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왜 그 시점에 와서 이 문제가 터졌느냐. 거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데요?
“그 사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날이 1월7일인데 그날은 바로 옷로비사건이 한창이던 때잖아요. 옷로비사건을 은폐할라꼬(은폐하려고) 꼼수 쓴 거라꼬. 그래서 현재 검찰에 남아있는 검사장 한사람이 정식으로 (법무부)장관에게 가서 항의했어요. 그랬더니 ‘쉿, 너는 가만있거라’ 이러는 거야. 그런 식으로 큰 사건의 문제점을 덮으려고 조그만 사건을 벌여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거죠.”
옷로비 은폐와 검찰 물갈이 계획
―당시 심재륜고검장까지 사건관련자로 거명되면서 차기 검찰총장 인선을 둘러싼 검찰내 ‘파워게임론’ ‘음모론’까지 돌았는데….
“그런 건 아니라고 봐요. 다만 검찰을 인적청산하려는 시도는 애초부터 있었다고 봐요. 그건 어느 정권이든 마찬가지예요. 역사적으로 새로운 권력이 들어서면 기득권 세력을 물갈이하고 자기사람을 좀 만들어야 그 정권이 유지되는 거니까. 먼저 “안기부는 다른 행정기관에 비해 직급이 너무 높다. 직급을 낮춰야 한다”고 해서 전부 1급인 안기부 지부장들을 본부로 발령내고 2급 3급짜리들을 지방에 임명시켰다고요. 그런데 일을 시켜보니 ‘안기부는 역시 직급이 좀 높아야겠구나’고 해서 다시 슬그머니 직급을 높였어요.
그 다음에 검찰을 물갈이하는 데 신분이 보장된 검사들을 손대기 위해 이용한 게 재야단체와 철거민 등이에요. 이들이 ‘검찰이 썩었느니’ ‘법원이 썩었느니’하고 막 나갔다고요. 이를 빌미로 전부 바꾸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때 심재륜이란 사람이 나와서 떠들어대고 젊은 검사들이 웅성웅성대니까 눈치가 보여서 몇 달 늦게 했다고.”
―정치권에 들어와서 6개월이 지났는데 어떻습니까? 민주당의 이원성의원은 “환멸을 느꼈다. 정치개혁은 요원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피력했는데. 공감하시나요?
“우리 법조인들은 사고가 이분법이에요. 옳은 거 아니면 그른 거라. 죄를 졌느냐, 안 졌느냐 선택이라고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분법적인 판단으로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이분법적인 사고를 갖고 있으면 정말 헷갈린다고.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고, 옳은 것도 아니고 그른 것도 아니고, 줄이 여기섰다 저리로 가고 정말 ×판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난 환멸을 느낀다든가 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를 해요.”
―내부적으로 안되면 검찰의 힘을 빌려서라도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검찰을 동원해서 그런 걸 한다는 건 말도 안돼요. 정치란 게 다 민도(民度)와 관계있는 건데 특정한 상황을 가정해서 혁명을 하듯이 뭘 한다는 것은 가능치 않아요. 그런 것은 바로 쿠데타식 논리거든.”
―이의원은 “검찰재직시 몇몇 따르는 후배검사들에게 (정치개혁) 방안을 연구해보라”고 했다는데 실제 정권교체 이후 그런 ‘정치인 퇴출방안’이 기획됐다고 보시는지요.
“뭐 그렇게는 안봐요. 다만 정권이 바뀌었을 때 정치권력자가 검찰을 소위 정치개혁이나 물갈이 인적청산의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총풍 세풍사건을 만들어갖고 얼마나 떠들었습니까? 그걸로 거의 8개월동안 국회를 사실상 문닫아놓고 얼마나 난리법석을 떨었습니까. 거기에다가 정치인 사정이다 뭐다 겁을 주어서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30명 가까이 빼갔잖아요. 결국 국회의원 검찰이 그런 것을 기획까지는 하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런데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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