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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박정희기념관 파문

“쿠데타라도 결과로 심판하자”

박정희기념사업회장 신현확 전총리 직격인터뷰

  • 조성식mairso2@donga.com

“쿠데타라도 결과로 심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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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회장의 답변은 거의 ‘모범답안’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뭘 따지고 묻기가 머쓱해진다. 기자는 “비판적인 관점에서 질문을 많이 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본격적인 질문 공세에 들어갔다.

―박 전대통령의 최대공적으로 흔히 경제발전 치적을 꼽지 않습니까.

“가장 크지요. 그런데 그것만은 아닙니다. 당시 이북이 모든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섰습니다. 그런데 지금 국력을 비교하면, 국가 방위력을 비롯해 모든 점에서 우리가 열 배 이상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산업화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갔습니다. 어느 한 부분만 잘 한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박 전대통령의 리더십과 더불어 모든 국민이 열심히 일한 결과겠지요.

“어느 시대 어떤 지도자도 혼자선 아무것도 못해요. 국민 모두가 협력해야지요.”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난 후 장면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박정희 찬양론들자은 지도자가 박정희였기 때문에 경제발전이 가능했다고 말하지만, 반대론자들은 꼭 박정희가 아니었더라도, 말하자면 당시 민주정부도 시간을 갖고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했다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보는 겁니다. 미국과 함께 경제발전계획도 세워둔 상태였고. 군사정부의 경제발전계획도 그것을 토대로 한 것이죠. 그런 점에서 보면 쿠데타를 굳이 일으킬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이 일지요.

“민주정치, 민주제도의 관점에서 보면 쿠데타는 분명 불법이죠. 그러나 쿠데타에 성공해 공을 세웠다면 양해가 되는 겁니다. 조선조도 쿠데타로 들어선 정권 아닙니까. 성공한 쿠데타는 혁명으로 부릅니다. 어떤 성과를 거두었느냐로 따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쿠데타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박정희 개인이 모든 걸 다 잘했다, 그런 건 아니니까.”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나 동기가 불순해도, 불법적이어도 괜찮다는 뜻입니까. 교육이나 가치관, 역사관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리사욕에서, 정권을 잡으려는 욕심에서 쿠데타를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결과를 보면 구분할 수 있지요. 조선조 500년 역사도 쿠데타로 출발했지만 선정(善政)을 할 때는 얼마나 잘 했습니까. 쿠데타로 세운 왕조이니 정통성을 인정하지 못하겠다, 그러면 역사가 뭐가 됩니까.”

―아무래도 박 전대통령의 가장 큰 과오는 독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1960년대 말 3선개헌을 하고 1972년엔 유신체제를 수립했습니다. 쿠데타 초기의 순수성이 사라지고,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논리를 이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만이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오만함이라 할까요, 지나친 자신감이라 할까요. 그런 점이 장기독재를 부른 것 같습니다. 초기의 경제발전 업적을 인정한다 해도 3선개헌 이후로는 다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제발전이 궤도에 오른 건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까지입니다. 한창 일이 진행될 때였죠.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를 일부 유보해야겠다는 생각이 옳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자유 유보라는 게 뭡니까. 자유로운 의사 발표나 행동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것을 독재라 부른다면 독재죠. 제가 독재나 자유 유보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 자기 입으로 공공연히 말했잖아요. 한국적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한국적 민주주의가 뭡니까. 자유를 유보한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 점이….

“글쎄 그 점에 대해선 옳다 그르다, 논쟁할 생각이 없다니까요, 나는. 그런 점을 인정한단 말이죠. 자유를 일부 유보한 건 사실이니까.”

신회장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는 듯싶었다. 벌써 몇 개째 담배를 피우는지 모르겠다. 질문과 답변이 따로 놀고 있다. 기자의 가치판단 요구에 대해 그는 가치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말씀의 취지는 알겠는데요. 그래도 객관적으로 짚어볼 문제는 있다고 봅니다. 경제발전이 궤도에 오르니 그 기조를 유지해야 하겠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자유민주주의 유보가 불가피했다고 치죠. 그렇지만 왜 박정희 혼자 그 일을 계속해야 했는가 하는 의문이 일지요. 다른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하면 안 됩니까?

“그러니까 제 얘기는 그런 의견도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못하던 걸 내가 시작해 성공을 거두고 있으니 나는 끝을 봐야겠다, 이것이 박대통령의 논리입니다. 그것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거지요. 흑백논리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를 세우거나 나라를 경영하는 문제가 한 개인의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동네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사회엔 질서가 있지 않습니까. 경제발전을 위해 내가 더 해야겠다, 그것은 박정희 개인의 판단이지요.

“그걸 문제삼자는 것이 아닙니다. 여하튼 그렇게 했지 않느냐,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결과를 놓고 말하자….

“결과를 놓고 얘기해야지요. 여하튼 박정희라는 사람은 그렇게 믿고 그렇게 했다, 이 말이에요. 내 얘기는 그걸 갖고 논쟁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두고 ‘나는 박정희가 과가 많다고 생각하니 기념관은 절대 안 된다’, 그렇게 말한다면 잘못이라는 겁니다.”

―회장님도 당시 독재정치의 과오나 후유증은 인정하시는 겁니까.

“거기에 대해선 묻지 마세요. 내가 기념사업회 회장인데, ‘너는 거기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냐. 어디 줄 한 번 그어다오’, 그런 얘기는 할 필요없잖아요.”

―과를 인정한다고 말씀하니 여쭤보는 겁니다.

“그걸 따지려면 각자 역사학자가 되든지 해야지, 어떻게 일일이 다 따지겠어요. 김대통령도 그럴 겁니다. 역사학자도 아닌데. (박 전대통령에게) 과가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과도 있지만 공은 공대로 인정하자. 그게 김대통령의 논리이고, 나도 거기에 찬성했고.”

―김대통령에게는 지나친 현실주의자라는 평이 따라다닙니다. 필요에 따라 자기 생각이나 말을 자주 바꾼다는 평가죠.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일이 김대통령의 정치적 계산, 즉 차기 정권을 내다보고 영남권 민심을 얻으려는 정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나한테도 그런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김대중 대통령의 진심은 그게 아닐 것이라고. 정략에서 그러는 것이라고.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여보시오, 한 나라의 원수가 동서화합 문제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문제나 이런저런 것을 다 생각해 판단한 일인데, 어찌 그리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느냐’고. 설사 영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랬다 치자. 그러면 영남 사람들이 원하는 걸 해주고 환영 좀 받자, 그게 뭐 나쁜 일이냐. 또 이런 말도 했어요. 선거 때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 해줄 테니 날 지지해달라, 그렇게 말하는 것이 왜 나쁘냐. 정치하는 사람이 인기 좀 얻자는 데 그게 뭐 문제냐. 그게 민주주의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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