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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분석

안보대화 없는 남북경협, 곧 한계에 부닥친다

美 MIT 개발 최첨단 정책결정기법으로 분석한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10년 전망

  • 송문홍songmh@donga.com 분석·곽상만(미 MIT연구소 연구원·공학박사) 이승태(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사무국장·정치학박사)

안보대화 없는 남북경협, 곧 한계에 부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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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의 대북정책은 막연한 국민적 정서와 정치지도자의 ‘직관‘에 의해서 좌지우지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삼정부 시절의 대북정책이 온탕 냉탕을 오가며 갈팡질팡했던 것이나, 현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일각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북정책 결정과정의 과학화‘는 시급하고도 긴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신동아‘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미 MIT에서 개발된 첨단 정책결정 기법인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토대로 대북정책 시뮬레이터를 제작, 향후 10년간의 남북관계를 전망한 곽상만 박사의 분석 결과를 소개한다.

곽박사는 남북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변수 300여 가지를 인과(因果)관계로 연결, 다차원적인 논리구조를 가진 정책결정 지원도구 ‘평화 2001‘을 제작했다. 변수들 사이의 인과관계 설정과 해석작업에는 이승태 박사가 참여했다.

”우리도 이제 정부나 기업 차원의 주요 정책결정 과정이 보다 과학과·합리화돼야 한다는 뜻에서 시범적으로 이번에 ‘평화 2001‘을 제작했다”고 말하는 곽박사는 1996년 국내 처음으로 시스템 다이내믹스 기법을 상업화해 서비스하는 기업인 ‘시스테믹스‘(www.systemix.co.kr)를 설립, 운영에 참여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이 회사는 각종 경영전략 수립용 시뮬레이터 개발을 비롯해 ▲ 한국 거시경제 모델 ▲ R·D 전략모델 ▲ 전략분석용 워게임 등을 개발해왔고, 삼성증권 이랜드 한국전력 삼성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과 협조관계를 구축해왔다.

‘신동아‘는 이번 분석에 활용한 시뮬레이터 ‘평화 2001‘을 ‘신동아‘ 인터넷 홈페이지http://shindonga.donga.com에 올려놓아 독자들이 직접 몇 가지 변수를 손쉽게 조작함으로써 결과치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사용방법은 인터넷 상에 소개돼 있으며, 인터넷 서비스는 11월24일 경부터 시작된다. 》

분석의 배경과 목적





지난 6월 남북 정상의 만남은 갈등과 긴장의 반세기를 뛰어넘는 감동이었다. 정상회담 이후 남과 북은 이산가족 교환방문, 적십자회담, 장관급회담, 경협과 대북 식량차관 제공, 경의선 기공 등 질(質)과 양(量) 면에서 접촉의 수위를 한 단계 높여왔다.

그러나 남북 지도자의 단 한 차례 만남만으로 과거의 상흔이 봄철 눈 녹듯 사그라들기는 어렵다. 북에는 1인 지배체제가 여전히 강고하고, 남에서는 다양한 사회이익이 경쟁한다. 한 마디로, 남북교류가 화학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진화’되리라고 낙관하기에 현실은 너무나 척박하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속도조절론’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이 너무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제기된 속도조절론은, 구체적으로는 대북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으로 나타났다. 즉 남북 사이에 일단 합의에 도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사안이라 할 경협이나 대북지원에 우리 역량을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남북경협과 함께 구체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모색할 것인지, 혹은 비전향 장기수를 북한에 송환하면서 그 조건으로 납북자·국군포로 반환을 요구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을 도모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놓고 국내적으로 많은 논란이 빚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상당 부분 ‘정서적 요인’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각에선 과거 50년간 우리 사회의 기본 원리로 작용했던 ‘반공논리’가 아직도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고, 다른 일각에선 ‘낭만적인 민족주의’의 기조 하에 북한을대하려는 태도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둘 다 북한에 대한 정서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 단계의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한 냉철하고 합리적인 분석, 그리고 그런 과학적인 분석에 입각한 정책논의는 지금까지 별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필자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첨단학문인 ‘시스템 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를 활용해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10년을 전망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대북정책에서 이런 정서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나름의 충정에서 비롯됐다.

이번 연구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결정의 준거틀, 궁극적으로는 가장 적절한 정책 선택의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준거틀이 마련된다면 정책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민적 합의 도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일차적으로 최근 급격히 늘어난 남북접촉이 과연 올바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가를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우리 정부가 어떠한 정책적 우선 순위에 입각해서 제한된 자원을 사용할 것인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되는 준거틀은 현 단계의 남북관계만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정책이 초래하게 될 미래의 결과를 현 상황에 대한 핵심적인 평가지표로 삼고 있음을 밝혀 둔다. 다시 말하면 이번 연구는 현 상황을 기준으로 해서 향후 10년간 남북관계의 발전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석틀의 객관성을 확보하려면 남북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변수를 객관화, 계량화해야 한다. 또, 분석틀이 합리성을 가지려면 정책변수마다 그 효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설명모델이 제시돼야 한다.

남북관계처럼 복잡한 시스템을 분석하려면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려가 매우 중요하다. 상호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사안들에 대한 해답을 극소수 정치지도자의 직관과 경험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더욱이 모든 사안에 대한 만병통치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남북관계를 구성하는 모든 행위자의 지식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 기법은 합리적인 정책결정에 적절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



분석의 틀, 시스템 다이내믹스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다층적이고 상호복합적인 사회적 변수들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해서 현실 사회와 거의 유사한 형태로 사이버상에 구현함으로써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설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1959년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포레스터(J. Forrester) 교수에 의해 개발된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그후 40여년간 컴퓨터 기술의 놀라운 발전에 힘입어 독보적인 기술체계를 발전시켜왔다. 대부분 다차원적인 전략개발 분야에서 이 기법이 채용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사례가 공표되지는 않고 있지만 컴덱, 마스터카드를 비롯한 여러 다국적 기업이 경영전략 수립에 핵심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고, 국가의 각종 정책, 외교·안보정책, 사회집단간의 갈등해소 방안, 새 제도와 정책의 채택에 따른 영향분석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정부는 시스템 다이내믹스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북미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좋은가 나쁜가에서부터, 개선한다면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 구체적으로는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끼칠 국내외적 영향 등에 대해서 정밀한 사전 분석을 해오고 있다.

연구자는 이 기법을 남북관계에 적용해서 시뮬레이터(simulator) ‘평화 2001’을 제작했다. 평화 2001은 향후 10년간의 남북협상이라는 단일 사안을 대상으로 개발됐다. 사전에 밝혀둘 것은 이 시뮬레이터가 구체적인 수치를 보여주지도 않거니와(예컨대 2005년의 남북관계를 몇%로 계량화해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것이 중요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이번 분석에서는 주요 변수의 변화에 따른 남북관계의 향후 변화 추이만을 살펴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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