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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통일시대 한국 공군의 야망

공중 경보기·차세대 전투기로 전략공군 띄운다

  • 이정훈hoon@donga.com

공중 경보기·차세대 전투기로 전략공군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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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가 주역이던 시절, 마비전은 제공전을 성공시킨 다음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방공전력의 급속한 발전 때문에, 이제는 제공전과 마비전을 동시에 펼쳐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즉 제공기가 적기를 제압해주는 사이, 전폭기들이 번개 같이 파고들어 전략시설을 때려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제공전과 마비전을 동시에 펼치지 않으면, 적국은 교묘한 곳에 숨겨둔 전투기를 발진시키거나 방공미사일을 쏘아 올린다. 이렇게 되면 아군기의 공격 효과는 반감하거나 되레 아군기가 위험해진다.

따라서 제공기와 전폭기는 한 덩어리로 날아가게 됐는데, 이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적의 레이더망이다. 전투기가 아무리 빨리 날아도, 빛의 속도로 탐지하는 레이더를 피할 수는 없다. 아군기 편대를 탐지한 적 레이더는 즉각 방공미사일 발사를 명령하고 전투기 발진을 명령할 것이다. 적 방공관제레이더는 적기가 아군기를 정확히 공격할 수 있도록 예리하게 관제해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군기가 줄줄이 격추되므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따라서 아군 전투기가 공격할 때는 적 레이더망을 교란시키기 위해 방해 전파를 쏘거나 은박지를 발사하는 전자전기가 뒤따라 와야 한다. 방해 전파를 쏘거나 은박지를 뿌리면 적 레이더 화면이 하얗게 변해, 어느 것이 전투기이고 어느 것이 방해물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또 그들 전투기 편대를 관제하거나 방공미사일 부대에 발사 명령도 내리지 못하게 된다. 적의 눈을 파괴하는 것이 대공제압기라면, 전자전기는 일시적으로 적의 눈을 멀게 하는 항공기다.

한국 공군의 전자전 능력은 아직 미흡하다. 이러한 허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오산에 사령부를 둔 미 7공군 전력이다. 그러나 전자전기가 적의 레이더를 교란해주는 것만으로 아군 전투기 편대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방공레이더망이 마비되더라도 적은 무조건 전투기를 띄워, 가미가제식으로 육탄 방어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투기에도 레이더가 탑재돼 있으나 출력이 작아 먼 거리에 있는 물체는 잡지 못한다. 그러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이하 경보기)에는 원거리의 물체를 포착할 수 있는 대형 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아군 공격편대가 돌진할 때는 반드시 경보기가 따라 붙어야 한다.

경보기는 적기를 먼저 발견하는 공중 레이더 노릇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표적 중에 어느 것부터 공격해야 하는지를 판단해 아군 제공기에게 알려주는 일도 한다. 한마디로 적을 먼저 보고, 아군을 지휘하는 ‘공중 작전사령부’가 경보기다. 한국 공군은 이러한 경보기를 보유하지 못했다. 때문에 유사시에는 미 7공군의 경보기를 지원받아야 한다. 경보기와 전자전기를 지원받아야 하기 때문에, 유독 공군 분야에서는 한미 공조가 강조되는 것이다.





전략공군을 향하여



경보기 분야로 돌아오면 한일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일본의 항공자위대는 최신형인 E-767 경보기 4대를 보유하고 있고, 조만간 12대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격차 때문에 지난 10월18일 공군은 서둘러 경보기(E-X) 도입 사업 공개 설명회를 가진 것이다. 이 설명회에서 한국 공군은 300노트(시속 555㎞)의 속도로 6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는 공중조기경보기를 4대 도입해 2008년까지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F-X사업이 공군의 주먹을 키우는 것이라면 E-X사업은 공군의 눈과 두뇌를 확보하는 사업에 해당한다.

제공기와 전폭기-대공제압기-전자전기-공중조기경보기가 한 덩어리가 돼 적진으로 날아갈 때 이를 ‘대규모 편대군(群) 공격(Package Strike)’이라고 한다. 대규모 편대군의 공격 도중 일부 공군기는 적의 방공미사일이나 적기가 쏜 공대공 미사일을 맞고 격추될 수도 있다. 이때 낙하산을 타고 비상 탈출한 조종사를 구출하여야 한다. 조종사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구조헬기가 필요하다. 대규모 편대군 공격에는 공군 탐색전대 소속 특수 부대를 태운 구조헬기도 발진한다.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감행할 때 공중급유기가 참여할 수도 있다. 공중급유기가 포함되면 공격 편대의 비행 거리가 현저히 늘어나 전선으로부터 1000㎞ 뒤쪽에 숨어 있는 목표물을 때릴 수도 있다. 수십㎞ 단위의 작전 목표를 파괴하는 공군을 ‘전술 공군’이라고 한다면, 공중급유기를 참여시켜 타격 거리를 수천㎞로 늘인 공군은 ‘전략 공군’이라고 한다.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전범국이기 때문에 공격(전략)무기를 보유할 수가 없다. 일본의 우파들이 “일본은 보통국가가 돼야 한다”며 보통국가론을 주장하는 것은, 전략무기 보유가 금지된 전범국가에서 벗어나자는 뜻이다. 일본은 막강한 경제력을 토대로 이러한 목표를 야금야금 이뤄나가고 있다. 이미 경보기를 도입한 일본은 조만간 4대의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 공군은 경보기(E-X) 사업이 완료된 다음에야 공중급유기(KC-X) 도입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복안만 갖고 있다.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공군이라야 비로소 ‘전략 공군’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다. 전략 공군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한국 공군은, 한반도 재통일 과정에 발호할지도 모를 통일 반대 세력을 충분히 제압할 수가 없다. 때문에 차기 전투기(F-X) 도입 사업이 끝나는 대로 공중조기경보기(E-X)와 공중급유기(KC-X) 도입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부족한 지상 방공 전력



공군이라고 해서 모두가 하늘을 무대로 싸우지 않는다. 상당수는 지상 기지에서 활동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방공관제레이더 부대다. 물론 전투기에는 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하지만 원거리 물체는 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탐지 각도도 제한돼 있어, 탐지 각도 바깥에 있는 물체는 근거리에 있어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상에 설치한 방공관제레이더는 출력이 매우 커서 600㎞ 바깥에 있는 구름이나 작은 새떼도 식별해 내며 360도 전 방위를 탐지할 수가 있다.

따라서 방공관제레이더가 끊임없이 “○○ 방향에 고속으로 접근하는 물체가 있다” “당신이 놓친 표적이 ○○ 방향으로 도주한다”는 연락을 해줘야 전투기의 전투력은 배가(倍加)된다. 방공관제레이더는 전투기의 ‘시력’을 증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공군기를 ‘리모트 컨트롤(원격조종)’하는 사령탑이다. 이렇다 보니 방공관제사와 공군기 조종사 중에 누가 더 중요한 일을 하는가를 놓고 종종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람이 땅 위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지구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탄생하는 순간부터 지구 중력을 받아왔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는 전혀 중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지구 중력의 세기를 1G(Gravity·중력)라고 한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으로 올라가다 보면 체중이 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이는 인체가 위로 올라가는 순간 1G 이상의 중력을 받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중력은 상승 속도가 빠를수록 높아지는데, 보통 사람은 4∼5G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이 이상이 되면 피가 발쪽으로 쏠려 졸도하거나 심한 구토를 한다.

반대로 초고속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갑자기 뚝 떨어지는 느낌을 주는 롤러코스터(‘청룡열차’로 더 잘 알려져 있다)를 타면, 하늘로 치솟는 느낌이 든다. 이것을 ­G(네거티브 G)라고 한다. 고속으로 기동하던 전투기가 수직으로 급강하하면 ­G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이때 온몸의 피가 머리 쪽으로 쏠려 순간적으로 졸도한다. 전투기 조종사는 이러한 극한상황에도 정신을 잃지 않게끔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전투기 조종사는 공중전시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급상승과 급강하를 거듭하는데 그때마다 그는 7∼8G에서 ­3∼­4G 상황을 오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도 헤드폰을 통해 관제사의 지시를 놓치지 않고 들어야 한다. “아차” 하는 순간에 관제사의 지시를 놓치면, 거꾸로 적기의 역습을 받아 하늘에 터진 폭죽처럼 불꽃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더구나 방공관제레이더는 탐지범위가 매우 넓어 적진으로 출격한 아군기도 완벽히 지휘할 수 있다.

이러한 방공관제레이더는 적기 입장에서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악의 꽃’이다. 따라서 아군이든 적군이든 개전 초기에는 레이더파를 따라 들어가는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대공제압기로 방공관제레이더부터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공군은 하사관들을 주로 관제사로 임명하고 있다. 장교 중에는 조종사가 되려다 신체검사 등에서 불합격한 사람들이 대개 관제 장교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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