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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건 세종대 이사장의 제언

수심 10m 이하 서남해안 간척하라

  • 주명건

수심 10m 이하 서남해안 간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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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규모 고용을 창출할 수 있고 재원을 자체 조달해 유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한반도 국토개조 전략이 그것이다.
IMF쇼크 이후 우리나라는 지난 2년 동안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무려 64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경제 위기를 모면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정부의 빚은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따라서 이 돈이 자발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회수되지 않는 한 우리 나라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그리고 기업경쟁력 상실 등으로 제2의 경제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지속적인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로 기축통화인 달러체제가 흔들린다면 세계경제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국내외적 위기에 대비하려면 단순한 경기 부양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무언가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만 한다.

1980년대에 우리 정부는 한강변 하천 부지를 정비하면서 채취한 골재를 고속도로와 공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원으로 판매함으로써 재정 부담 없이 토목사업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러한 대규모 건설사업은 고용과 수요 창출 효과를 크게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주택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곧 수요의 한계에 부딪혔으며, 이제는 단지 고용창출을 위해 이런 사업을 추진한다면 장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필자는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적으로 대규모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원이 자체 조달됨으로써 유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국토개조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반도라는 지정학적이고 지리학적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인 19세기에 식민지 개발을 위해 사전답사를 하러 온 러시아 대장성의 조사단은 이 부분을 매우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조선족은 반도국가에 살면서도 물을 두려워하고 물을 모르기 때문에 바다로 나가는 법이 없다. 또 바다로 나가더라도 땅이 보이지 않으면 더 나가지 못하는 것은 주요 운송수단인 거룻배가 밑바닥이 편평하고 작아서 파도를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력이 내륙에 집중되고 국민의 인식도 육지에 집착한 나머지 한국이 바다를 두려워하는 은둔국이 됐다는 분석이며, 그 결과 식민지로 전락할 것을 예견한 것이라 하겠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1500년 전부터 왜구의 노략질을 피해 바다를 멀리한 데다가, 고려가 몽골에 정복된 이후에는 내륙에 강제 이주되는 수난을 겪었고 큰 배를 만들지도 못하였다. 또한 일제 치하 35년 동안 부산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일본의 병참기지화 전략으로 인구와 경제가 경부축에 집중되었다.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된 후 실질적으로 남한은 섬나라가 되었으나 이러한 사실조차 우리 국민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총물동량의 70%가 경부축에 집중됨에 따라 물류비는 GDP의 16.1%에 달하며, 약 16조원(1996년)의 교통혼잡 비용이 발생한다. 이렇듯 물류비용이 비싼 이유는 근본적으로 인구가 내륙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설사 연안 해운을 이용하더라도 결국 육운을 이용해야만 실수요자에게 운송될 수 있어 환적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대지, 공장용지 등 도시 용지로 이용되는 토지가 국토의 4.8%로 일본의 절반 규모밖에 되지 않는다. 그 결과 땅값이 지나치게 높아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거주비 부담(땅값 총액은 GNP의 5.4배)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고 번영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정학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유리한 조건은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토를 개조해야 한다.

즉 수심 10m 이하의 서남해안을 간척하여 가용국토를 19.1% 늘여서 인구중심축을 해안으로 옮기고 한반도를 동북아의 물류기지로 삼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부고속철도를 연결하는 서남해안 고속전철을 건설, 서울-목포-부산을 이음으로써 물류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델타형 국토개조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델타형 국토개발의 필요성



불경기가 장기화하고 실직자가 속출하여 내수가 침체되면 대부분의 국가는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시행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돈을 풀기 위한 방편일 뿐, 비생산적이며 투자회임 기간이 길어 대개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또한 일반 주택경기 부양책도 주택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쉽지 않게 되었다.

이에 반해 ‘델타형 국토개조 전략’은 재원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생산적인 초대규모 토목사업이다. 델타형 국토개조 전략은 그 동안 세종연구원에서 제시해온 4대 운하 대규모 간척사업(경부, 경안, 대군, 광목 운하) 및 서울항과 담수호 건설 등을 포괄하는 SMART(Self-financing Marine and River Transport)시스템의 일환이다. 이 전략은 재원을 자체 조달하며, 물류비를 낮추고,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이라 할 수 있다.

델타형 국토개발은 서남해안이 해양 진출의 전초기지 구실을 하게 함은 물론, 그 동안 경제활동이 경부축에 집중되어 야기된 물류체계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고, 가용토지를 확대해 토지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지가(地價)의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서남해안 간척지에 대규모 산업벨트를 조성하고, 동북아경제권의 거점 공항과 항만을 건설함으로써 우리나라를 물류대국으로 변신시킬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인구를 내륙축에서 해안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교통난, 주택난, 공해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역갈등 및 대립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화합 기반을 다짐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13억 평에 달하는 가용토지 창출(간척지)은 가용 국토면적을 19.1% 증대시키며 연 1410만명/일의 고용을 창출하여 경기를 부양할 것이다.

한편 서해안 간척은 우리 민족의 선사시대를 구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줄 것이다. 빙하기 때 해수면은 지금보다 120m 낮아 한반도와 중국은 육지로 연결돼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한민족은 북쪽에서 남하했을 수도 있겠지만 열대지방에서 해안을 따라 북상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를 입증할 수 없었던 것은 한반도의 선사시대 유적이 갯벌과 바닷속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해안 간척은 우리의 뿌리를 정확히 알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서남해안을 간척해 국력을 키우자는 제안은 구호만 거창한 주장이 아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가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배후에 험산준령을 둔 반도를 기지로 삼아 해상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도 반도국가라는 지정학적인 이점을 살려 지중해 세계를 통합하는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반도국가인 스페인도 수세기에 걸친 내전을 종식한 후에 바다로 진출하여 국력을 확장하였다. 이처럼 반도국가는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바다로 진출했을 때 비로소 그 지정학적 우위를 실체화할 수 있었다.

특히 네덜란드는 델타형 국토개발 전략에서 참고할 만한 매우 중요한 나라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3분의 1이 바다보다 낮은 지역이라는 불리한 자연조건을, 거꾸로 이점으로 바꿔 세계 10위권의 고소득국가가 되었다. 네덜란드가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불리한 조건을 역으로 이용해 물류대국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말레이반도의 조그마한 어촌을 동남아의 거점항으로 만들어 운명을 개척하였듯이, 우리나라도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해양국가의 조건을 갖출 수 있게 국토를 개조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서남해안을 따라 수심 10m를 기준으로 211km의 방조제를 쌓아 간척을 할 경우 네덜란드보다 나은 규모의 경제효과를 획득할 수 있다. 13억 평의 매립부지를 분양하면 건설비를 자체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중 유동자금을 흡수하여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간척지 개발은 이미 오염되어 효용가치를 상실한 간석지를 이용하고, 해안선을 직선으로 만들면 해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기존 공업지대를 해안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상수원의 오염을 극소화하고 지가를 안정시키며 늘어나는 토지수요를 충족시키는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수심 20m 이하 지역을 간척할 경우 방조제 길이는 355km로 28억 평(가용국토면적 41% 확대)의 매립부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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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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