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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인 성공학|(주)지인텍 서정주 사장

직원 12명, 매출목표는 150억원… 가정용 의료기구로 세계 시장 공략

  • 곽희자

직원 12명, 매출목표는 150억원… 가정용 의료기구로 세계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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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여 종의 특허 출원 및 등록 기술을 보유한 ‘발명왕’ 사장. 가정용 코 질환 치료보조기 ‘코크린’으로 세계 시장을 두드린다. 굴착기 판매 영업사원에서 첨단 의료기기 제조업체 CEO로. 그가 말하는 ‘양만춘 정신’의 위력.
철옹성 같던 재벌조차 하나둘 무너져 신화 속으로 사라져가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원칙으로 삼아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까.

의료기기 제조업체 (주)지인텍(G-intek)의 서정주 사장(39세)은 “시대의 흐름을 발빠르게 읽어, 내 상황이 아닌 상대방의 상황에서 생각하고 대비할 것”을 주장한다. ‘길’을 알면 불황도 두렵지 않다는 당찬 자세다. 젊기 때문일까. 그뿐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과 직원, 회사가 보유한 기술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으며, 미래를 두려워하기 보다 미지의 세상에 대한 기대에 불타고 있었다.

지인텍의 가장 큰 무기는 ‘코크린(Coclean)’이다. 코크린은 식염수 또는 약물을 초미립자(0.68 미크론)상태로 콧속 깊은 곳까지 분사해 콧속을 세정하고, 습도조절을 용이하게 해 코 관련 질환 및 코막힘을 예방·치료 보조하는 의료기구다. 콧물을 뽑아주는 흡입 기능도 있어 그 동안 이비인후과를 찾아야만 처치가 가능하던 일들을 환자나 그 가족이 가정에서 직접 해결할 수 있다.



“의료기 역사 다시 썼다”



지난 10월15일 첫선을 보인 코크린은 발매 보름 만에 3000개가 팔려 나가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1월 초 현재까지 5만여 개가 출고됐으며, 주문량도 45만여 개에 달한다. 덕분에 경기도 양주군에 있는 생산공장은 24시간 풀 가동되고 있다. 하루 생산량이 3000개이던 것을 11월 중순부터 7000개로 늘렸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려면 월 20만개 이상의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여유 물량을 확보하면 미국을 비롯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10월 초, 독일의 유력 홈케어제품 유통업체 메디사나와 40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다.

서사장은 “공해로 인해 호흡기질환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요즘 꼭 필요한 제품이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코크린 판매는 백화점의 경우 유아용품 매장인 ‘BB HOUSE’에서, 약국은 중외제약이 맡고 있습니다. 발매 첫날, BB HOUSE가 있는 전국 60개 백화점 매장에 모두 200개를 납품했어요. 그런데 제품을 내놓은 지 10분 만에 품절돼버린 거예요. 처음 판매처에 1000개를 가져가라고 하자 그쪽에선 신상품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 200개만 놓고 가라고 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진 거죠.”

중외제약도 “제품이 나오자마자 이렇게 불티 나게 팔리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의료기기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외제약은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가정용 의료보조기구를 판매하는 홈 헬스 케어(home health care)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그 쪽으로 영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서정주 사장은 “코크린이 이렇듯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의 질이 좋을 뿐 아니라 운도 따랐기 때문”이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의약분업 논란으로 병원 가기가 더욱 번거로워진 환자들이 가정에서 값싸고 편리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기기들을 찾기 시작한 거죠.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초소형화할 수 없던 기술을 우리가 개발해낸 것이 주효했고요.”

코크린 기술의 핵심은 바로 진공압. 이비인후과용 대형 기기에 이용되는 기술과는 달리 역진공압 방식(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팽창하면서 공기를 끌어들이는 방식)을 채택해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 기술 개발에 2년, 개발비만 15억원이 들었다. 코크린은 병원용 기기의 50분의 1밖에 안 되는 초소형이면서 성능은 80%에 달하는 우수한 제품이다. 일반형과 비염전문형이 있는데, 비염전문형의 경우 일반형에 비해 분무입자가 더 작고 성능도 10% 가량 더 좋다. 가격은 일반형이 4만9000원, 비염전문형 7만9000원, 어댑터가 1만5000원이다.

현재 국내 코 질환 환자는 전체 국민의 20%에 달한다고 한다. 코크린은 이들뿐 아니라 감기에 자주 걸리는 유아에서부터 약물 사용이 어려운 임산부, 일반인까지 소비층이 매우 두텁다. 아마도 이런 조건들이 코크린 판매를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코크린은 국내 특허는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연합의 인증도 받았다. 국내 관련 의학회(대한비과학회,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와 미국 이비인후과협회 의사들의 공식 추천서도 받아 코크린이 환자들에게 유용한 의료도구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비염이나 축농증은 치료가 잘 안 된다는 거지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약물을 써야 하는데 환자 대부분이 1~2주만 지나면 병원행을 마다하거든요. 코크린이 있으면 가정에서도 코 관련 처치가 쉬워져 치료에 도움될 겁니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비염 환자의 경우 매일 식염수로 코만 세정해줘도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된 사실. 식염수가 코 안에 들어가면 콧속 점막섬모 활동을 12배 이상 증가시켜 습도조절을 용이하게 해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비염 등의 치료도 쉬워지는 원리다. 건강한 사람도 매일 코를 세척해주면 감기 등 여러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옛날 우리 어른들이 양치를 하고 남은 소금물로 코를 씻어 내던 것도 이런 이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딸들 코감기 치료하다 착안



코크린은 스스로 코를 풀 수 없는 유아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감기로 코가 막혔을 때 우유를 먹거나 하면 자칫 기도가 막힐 위험이 있는데, 이때 코크린을 이용, 콧속에 식염수를 분사해주면 30초~1분 후 코가 녹아 내린다. 이런 식으로 콧속 노폐물을 깨끗이 빼주면 2차 감염을 막고 감기 치료도 훨씬 빨라진다. 참고로 식염수는 우리 몸의 염분 농도와 같아 매일 사용해도 전혀 해가 없다.

서사장은 7세, 3세인 두 딸이 감기에 잘 걸려 이비인후과를 자주 찾다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이 코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에 데려가 콧물을 빼주게 마련입니다. 그러데 한두 시간이 지나면 또 마찬가지가 돼요. 전 평소 집에서 소금물로 코 세정을 해주어 감기 같은 건 모르고 지냈거든요. 아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었지만 소금물이 바로 들어가면 따갑고 아플까 봐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비인후과의 분사기와 흡입기를 소형화한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죠.”

이처럼 서사장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데 기술이 없어 개발되지 못한 제품들을 만들어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싶단다. ‘지인텍(知人宅)’이란 회사 이름은 이런 기업 이념에서 나온 것이다.

서정주 사장은 우리 생활뿐 아니라, 여성들의 눈도 아름답게 가꾸어온 사람이다. 속눈썹을 올려주는 ‘아이컬(Eyecurl)’. 웬만한 여성은 다 아는 제품이다. 이 아이컬이 바로 서사장이 만든 제품이다. 아이컬은 1996년 출시된 이래 전세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켜, 미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유럽 등지로 수출되기도 했다. 제품이 출시된 다음해인 97년 40억원, 98년 48억원, 99년 63억원 등 매출이 매년 크게 늘어났다. 서사장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창안해낼 수 있었을까. 잠시 그의 이력을 돌아보자.

1962년 전남 광주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서정주 사장은 철도공무원이던 아버지가 서울로 발령이 나자 초등학교 졸업 후 함께 이사를 왔다. 중학교 시절,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5년간 철저한 대비를 한 끝에 대승(大勝)을 거둔 양만춘 장군의 전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는다. 이는 훗날 그의 창업 정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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