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호

직원 12명, 매출목표는 150억원… 가정용 의료기구로 세계 시장 공략

  • 곽희자

    입력2006-07-28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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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여 종의 특허 출원 및 등록 기술을 보유한 ‘발명왕’ 사장. 가정용 코 질환 치료보조기 ‘코크린’으로 세계 시장을 두드린다. 굴착기 판매 영업사원에서 첨단 의료기기 제조업체 CEO로. 그가 말하는 ‘양만춘 정신’의 위력.
    철옹성 같던 재벌조차 하나둘 무너져 신화 속으로 사라져가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원칙으로 삼아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까.

    의료기기 제조업체 (주)지인텍(G-intek)의 서정주 사장(39세)은 “시대의 흐름을 발빠르게 읽어, 내 상황이 아닌 상대방의 상황에서 생각하고 대비할 것”을 주장한다. ‘길’을 알면 불황도 두렵지 않다는 당찬 자세다. 젊기 때문일까. 그뿐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과 직원, 회사가 보유한 기술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으며, 미래를 두려워하기 보다 미지의 세상에 대한 기대에 불타고 있었다.

    지인텍의 가장 큰 무기는 ‘코크린(Coclean)’이다. 코크린은 식염수 또는 약물을 초미립자(0.68 미크론)상태로 콧속 깊은 곳까지 분사해 콧속을 세정하고, 습도조절을 용이하게 해 코 관련 질환 및 코막힘을 예방·치료 보조하는 의료기구다. 콧물을 뽑아주는 흡입 기능도 있어 그 동안 이비인후과를 찾아야만 처치가 가능하던 일들을 환자나 그 가족이 가정에서 직접 해결할 수 있다.



    “의료기 역사 다시 썼다”



    지난 10월15일 첫선을 보인 코크린은 발매 보름 만에 3000개가 팔려 나가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1월 초 현재까지 5만여 개가 출고됐으며, 주문량도 45만여 개에 달한다. 덕분에 경기도 양주군에 있는 생산공장은 24시간 풀 가동되고 있다. 하루 생산량이 3000개이던 것을 11월 중순부터 7000개로 늘렸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려면 월 20만개 이상의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여유 물량을 확보하면 미국을 비롯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10월 초, 독일의 유력 홈케어제품 유통업체 메디사나와 40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다.

    서사장은 “공해로 인해 호흡기질환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요즘 꼭 필요한 제품이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코크린 판매는 백화점의 경우 유아용품 매장인 ‘BB HOUSE’에서, 약국은 중외제약이 맡고 있습니다. 발매 첫날, BB HOUSE가 있는 전국 60개 백화점 매장에 모두 200개를 납품했어요. 그런데 제품을 내놓은 지 10분 만에 품절돼버린 거예요. 처음 판매처에 1000개를 가져가라고 하자 그쪽에선 신상품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 200개만 놓고 가라고 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진 거죠.”

    중외제약도 “제품이 나오자마자 이렇게 불티 나게 팔리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의료기기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외제약은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가정용 의료보조기구를 판매하는 홈 헬스 케어(home health care)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그 쪽으로 영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서정주 사장은 “코크린이 이렇듯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의 질이 좋을 뿐 아니라 운도 따랐기 때문”이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의약분업 논란으로 병원 가기가 더욱 번거로워진 환자들이 가정에서 값싸고 편리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기기들을 찾기 시작한 거죠.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초소형화할 수 없던 기술을 우리가 개발해낸 것이 주효했고요.”

    코크린 기술의 핵심은 바로 진공압. 이비인후과용 대형 기기에 이용되는 기술과는 달리 역진공압 방식(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팽창하면서 공기를 끌어들이는 방식)을 채택해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 기술 개발에 2년, 개발비만 15억원이 들었다. 코크린은 병원용 기기의 50분의 1밖에 안 되는 초소형이면서 성능은 80%에 달하는 우수한 제품이다. 일반형과 비염전문형이 있는데, 비염전문형의 경우 일반형에 비해 분무입자가 더 작고 성능도 10% 가량 더 좋다. 가격은 일반형이 4만9000원, 비염전문형 7만9000원, 어댑터가 1만5000원이다.

    현재 국내 코 질환 환자는 전체 국민의 20%에 달한다고 한다. 코크린은 이들뿐 아니라 감기에 자주 걸리는 유아에서부터 약물 사용이 어려운 임산부, 일반인까지 소비층이 매우 두텁다. 아마도 이런 조건들이 코크린 판매를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코크린은 국내 특허는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연합의 인증도 받았다. 국내 관련 의학회(대한비과학회,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와 미국 이비인후과협회 의사들의 공식 추천서도 받아 코크린이 환자들에게 유용한 의료도구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비염이나 축농증은 치료가 잘 안 된다는 거지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약물을 써야 하는데 환자 대부분이 1~2주만 지나면 병원행을 마다하거든요. 코크린이 있으면 가정에서도 코 관련 처치가 쉬워져 치료에 도움될 겁니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비염 환자의 경우 매일 식염수로 코만 세정해줘도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된 사실. 식염수가 코 안에 들어가면 콧속 점막섬모 활동을 12배 이상 증가시켜 습도조절을 용이하게 해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비염 등의 치료도 쉬워지는 원리다. 건강한 사람도 매일 코를 세척해주면 감기 등 여러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옛날 우리 어른들이 양치를 하고 남은 소금물로 코를 씻어 내던 것도 이런 이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딸들 코감기 치료하다 착안



    코크린은 스스로 코를 풀 수 없는 유아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감기로 코가 막혔을 때 우유를 먹거나 하면 자칫 기도가 막힐 위험이 있는데, 이때 코크린을 이용, 콧속에 식염수를 분사해주면 30초~1분 후 코가 녹아 내린다. 이런 식으로 콧속 노폐물을 깨끗이 빼주면 2차 감염을 막고 감기 치료도 훨씬 빨라진다. 참고로 식염수는 우리 몸의 염분 농도와 같아 매일 사용해도 전혀 해가 없다.

    서사장은 7세, 3세인 두 딸이 감기에 잘 걸려 이비인후과를 자주 찾다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이 코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에 데려가 콧물을 빼주게 마련입니다. 그러데 한두 시간이 지나면 또 마찬가지가 돼요. 전 평소 집에서 소금물로 코 세정을 해주어 감기 같은 건 모르고 지냈거든요. 아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었지만 소금물이 바로 들어가면 따갑고 아플까 봐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비인후과의 분사기와 흡입기를 소형화한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죠.”

    이처럼 서사장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데 기술이 없어 개발되지 못한 제품들을 만들어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싶단다. ‘지인텍(知人宅)’이란 회사 이름은 이런 기업 이념에서 나온 것이다.

    서정주 사장은 우리 생활뿐 아니라, 여성들의 눈도 아름답게 가꾸어온 사람이다. 속눈썹을 올려주는 ‘아이컬(Eyecurl)’. 웬만한 여성은 다 아는 제품이다. 이 아이컬이 바로 서사장이 만든 제품이다. 아이컬은 1996년 출시된 이래 전세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켜, 미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유럽 등지로 수출되기도 했다. 제품이 출시된 다음해인 97년 40억원, 98년 48억원, 99년 63억원 등 매출이 매년 크게 늘어났다. 서사장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창안해낼 수 있었을까. 잠시 그의 이력을 돌아보자.

    1962년 전남 광주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서정주 사장은 철도공무원이던 아버지가 서울로 발령이 나자 초등학교 졸업 후 함께 이사를 왔다. 중학교 시절,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5년간 철저한 대비를 한 끝에 대승(大勝)을 거둔 양만춘 장군의 전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는다. 이는 훗날 그의 창업 정신이 된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제법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으나, 3학년이 되면서 노는 재미에 빠져 책을 멀리 하게 됐다. 그 결과 대학에 진학할 때는 소신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곳을 찾아야 했고, 과는 당시 건설 붐이 한창이었던 까닭에 토목과로 정했다. 건국대학교 건설계열에 무난히 합격. 1981년, 그렇게 건국대 학생이 된 서사장은 한동안 정신 없이 놀다 학사경고를 받는 바람에 이후 대학 생활 내내 부족한 학점을 관리하느라 고생을 해야 했다. F학점이 수두룩하던 사람이 다음해에는 전 과목 A+를 받아 교내 신문에 ‘지옥에서 천당’이란 제목으로 기사화되는 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인 1985년, 군에 입대했다. 보안부대로 배치되어 특수 행정 업무를 담당했다. 이 시절 서사장은, 세상이 도덕교과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대할 때쯤엔 기본 행정 업무는 물론 틈틈이 익힌 일본어 실력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

    1989년 제대한 서사장은 노르웨이 합작사인 (주)삼림컨설턴트 무역부에 입사해 굴착기 판매 업무를 담당했다.

    굴착기가 쓰이는 곳이 모두 토목공사 현장이다 보니 구매 담당자 대부분이 토목 기술자들이었어요. 그들과 대화를 하려면 전문 지식이 필요했죠. 그래서 토목기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던 제가 그 업무를 맡게 된 겁니다. 해외 영업도 함께 했어요.”

    3년 뒤, 무역업에 종사하던 친구의 동업 제의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타고 다니던 자동차도 팔고, 지금 우리 회사 기술 이사로 와 있는 친구에게도 돈을 빌려 2500만원을 만들었어요. 동업 친구도 그만큼의 돈을 마련해 왔더군요. 그렇게 5000만원을 모아 (주)은성디벨로프먼트라는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일본산 여성소품을 수입해 백화점에 납품했는데 장사가 잘 안 되자 동업 친구가 못 하겠다며 나가버렸어요. 그래서 친구 지분까지 인수해 혼자 했는데 유통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무척 힘들었어요.”

    이때 납품하던 물건 중 속눈썹 올리는 집게가 가장 많이 팔렸는데, 소비자들로부터 ‘쇠로 되어 있어 느낌이 차갑고 눈썹도 자주 뽑힌다, 하지만 대체물건이 없어 할 수 없이 사용한다’는 식의 불평을 자주 들었다. 서사장은 ‘쇠가 아닌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느낌도 좋고 가격도 싸질 텐데’ 하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짜고 도안을 그려 샘플 만드는 곳에 가져가 시제품을 만들었지요. 여러 번 실험을 거쳐 나타나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제거해 갔지요. 이제는 됐다 싶어 금형을 찍었는데 생각한 대로 물건이 나오질 않는 거예요. 재료가 플라스틱이다 보니 처음에는 원래 모형대로 나오지만 식으면서 수축하니까 모양이 이상해지더라고요. 당시 금형 하나 만드는 데 3000만원이 들었는데 그 걸 세 번 하고 나서야 의도한 제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생산된 제품을 들고 서사장은 당시 자신이 물건을 사오던 남대문 수입상을 찾아갔다.



    발명상 휩쓴 ‘아이컬’



    “주인에게 물건을 내보이며 나도 너희 물건 사주니 내 물건도 좀 팔아달라고 부탁했죠. 그런데 제품을 보더니 ‘이거 장난감 같아서 팔리겠느냐, 그래도 혹시 모르니 100개만 놓고 가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다음날 300개 정도 더 갔다 놔보라는 전화가 왔어요. 그러더니 그 다음날엔 아예 직접 찾아와 다른 가게에 주지 말고 자기네만 달라고 하더군요. 얼마 후 여기저기서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물건 좀 달라며 전화가 걸려오거나 직접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3평짜리 사무실에서 직원 한 명 데리고 일하던 서사장은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직원 수를 6명으로 늘리고 사무실도 20평 규모로 옮겼다. 당시 속눈썹 성형기구로는 가위 모양으로 된 일본 제품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은성(99년 지인텍으로 상호변경)이 플라스틱 속눈썹 성형구를 생산한 지 6개월 만에 그 판도가 바뀌어 버렸다.

    1993년, 1994년 매출이 크게 늘면서 회사는 기반을 잡아갔다. 그러나 잘 팔리는 물건들이 대개 그러하듯 이 제품도 얼마 안 있어 모방품이 나돌기 시작했다.

    “대개 모방품은 오리지널 제품이 나오고 2~3년 후쯤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새 제품 개발에 들어가 1996년 아이컬(Eyecurl)을 출시했죠. 기존 제품의 경우 수동으로 눌러 올리다보니 꺾인 자국이 나 부자연스러워 보였는데, 아이컬은 일자 모형 기구에 1.5V 건전지 두 개를 넣어, 마치 헤어드라이하듯 속눈썹을 쓸어 올리도록 만들었어요. 자연히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모양이 가능해졌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했죠.”

    아이컬은 출시되자 매월 10만개 넘게 팔려 나가는 대인기를 누렸다. 일본 소니 프로 매장에서는 6개월간 소비재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사장은 이 제품 개발로 97년 스위스 발명전시회에서 금상과 은상을 동시 수상하고, 1998년에는 전국 발명진흥대회 국무총리상, 디자인의 날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IMF 경제위기를 극복한 10대 중소기업에 선정돼 100만달러 수출탑도 수상했다. 서사장은 “IMF 때는 아이컬이, 지금은 코크린이 매출을 올려준다”며 “우리 회사는 불경기 때 더 빛이 나는 회사”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출시 후 2~3년간 독주하던 아이컬도 지난해부터 중국산 복제품이 나돌기 시작했다. 케이스는 물론 선전 문구, 상표, 상품까지 똑같았다. 문제는 겉모습은 복제 할 수 있지만, 제품의 기술적 측면은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 아예 제품 속을 비워둔 것이다.

    “소비자들은 겉모양만 보고 ‘이게 그 유명한 한국의 아이컬이구나’ 하고 사갔는데, 해보니 아예 작동이 안 된단 말이에요.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대개 사람들은 좋은 물건을 알게 되면 두세 사람에게 홍보를 하지만, 나쁜 물건을 만나면 악감정을 가지고 100명한테 그 물건 쓰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복제품이 나오면서 매출이 확 줄기 시작했어요. 또 그 물건이 보따리상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가면서 해외 시장의 신용까지 크게 떨어졌죠. 겉모양만 보고는 중국 복제품인지 한국 정품인지 알 수 없으니까 아예 사지 않는 겁니다.”

    서사장은 중국에 특허 등록도 했지만 전혀 보호 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는 복제품을 만드는 회사만도 100곳이 넘는다고. 여성용 제품의 경우, 이렇게 만들 때마다 복제품이 나오고 특허 보호도 받지 못하자 서사장은 가정용 의료보조기기 쪽으로 제품 개발 방향을 돌리는 결단을 내리게 됐다.



    진입장벽 높아야 성공 보장된다



    “의료기 쪽은 인증도 까다롭고 진입장벽이 높아 특허를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어요. 홈 헬스 케어 시장 규모도 굉장히 크죠. 다른 쪽보다 제품 개발이 더디다는 장점도 있고, 한마디로 특별한 강자가 없는 거지요. 우리의 창의력과 역동성이 가미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섰습니다.”

    지인텍은 회사 내에는 핵심 개발인력만 두고 특정한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그 분야 외부 전문가와 계약을 맺어 작업을 진행한다. 회사는 전체를 총괄, 검토하는 일을 맡는다. 기술력은 높이면서 시간, 경비는 크게 줄일 수 있는 매우 생산적인 방식이다.

    무엇보다 협력업체들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서사장은 “자금 결제 미루지 않고 제때 지급하면 일이 저절로 잘된다”고 말했다.

    “저 회사에 내 기술이나 용역을 제공하면 정해진 날짜에 정확히 돈이 나온다, 그러면 그 회사 일만 하게 돼 있어요. 다른 곳에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자연히 일도 잘 되지요.”

    지인텍은 협력업체들이 돈을 받으러 오게 하지 않고 모두 온라인으로 송금해준다. 이렇게 지인텍이 결제일을 정확히 지킬 수 있는 것은 주력 상품들에 특별한 경쟁품이 없어 제 값대로 파는 것이 가능하고 그만큼 마진율도 높기 때문이다. 남들이 만들지 않는 제품인만큼 얻는 것도 크지만,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

    “보고 배울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해요. 제품 개발 여부부터 과정 하나하나가 다 안개 속이지요. 또 해보지 않은 것을 하려니 항상 불안하고요. 안개 속 어딘가 분명 절벽이 있다는데 그게 어디 있는지 몰라 떨며 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내 생각이 옳다 싶어 밀고 나갔는데 아닌 경우도 있지요. 그럴 땐 또다시 되돌아갈 건지 그냥 포기할 건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서사장은 코크린 전에 흡입 기능만 가진 ‘닥터 비코’란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너무 크고 값이 비싸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제품 개발을 하면서 ‘커도 필요하니까 잘 팔릴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결국 실패했지만 그런 시행착오 덕분에 코크린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은 이처럼 개발 초기부터 실제 생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뿐 아니라 제품 출시 후에도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인식시켜 나가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 남아 있다. 각종 인증을 받을 때에도 새로운 항목을 추가해야 하므로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대신 이렇게 개척한 새 길은 이후 제품의 표준이 된다.

    서사장은 “초기 제품 개발은 기존 제품 생산보다 4배 정도 힘들지만, 그 다음부턴 탄탄대로”라고 말했다.

    서사장은 제품 개발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전세계 특허부터 검색해 본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도 있고, 또 이 제품을 만들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알아보기 위해서다. 서사장 역시 현재 200여 종의 특허 출원 및 등록 기술을 갖고 있다.

    서사장은 제품 출시 이후 관리에도 남다른 정성을 기울인다. 코크린 후속모델은 이미 개발이 끝나 세계 무대에 선보이고 있고 코크린3, 코크린4 모델 역시 개발중이다. 코크린3은 작은 건전지 두 개만 들어가는 초소형으로 분사기와 흡입기를 분리 제작한 것이다. 외출할 때 휴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코크린4는 분사입자의 크기와 분사각도를 마음대로 조절하고, 음이온 산소도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매출 목표액 150억원, 직원은 12명



    컴퓨터에 청진기를 연결, 환자의 청진음을 의사가 컴퓨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전자 청진기는 이미 개발이 끝나 내년 봄에 출시할 예정이다. 인터넷을 통해 재택진료가 활발해지면 사용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반운동을 통해 휜 다리를 교정하는 교정기도 연구중이다. 한림대 의대와 함께 개발중인 이 제품은 내년 봄쯤 출시할 예정이다.

    무혈당 측정기와 리프팅기(Lifting)도 있다. 무혈당 측정기는 당뇨병 환자들이 피를 뽑지 않고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로파를 이용, 혈당을 측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카이스트 및 9개 관련 회사와 손잡고 연구중이다. 리프팅기는 진공압을 이용한 마사지 기구.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서정주 사장은 “페달을 밟아야 자전거가 굴러가듯 우리처럼 아이디어 제품 개발로 돈 버는 회사는 계속 새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인텍의 올 매출 목표액은 150억원, 12명의 직원으로 이렇듯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전 직원을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시켰기 때문이다. 서사장은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 머물고 그렇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를 가더라도 ‘지인텍 사람은 다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됐으면 한다. 나 역시 짧은 직장 생활 속에서 많은 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창업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세상엔 남이 못 빼앗아 가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머리 속에 든 지식이요, 또 하나는 자기 이름’이라는 말을 자주 한단다. 이 두 가지를 갈고 닦고 빛내는 데 열과 성을 다하라는 당부다.

    서정주 사장은 내년, 예정대로 코스닥 등록을 마치면 기회를 봐 나스닥에도 등록해 지인텍을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홈 헬스 케어 분야의 강자 지인텍. 서사장이 꿈꾸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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